34세 늦은 나이에 데뷔해 일본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등을 기록하며 일본 대표 배우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요시다 요가 ‘하나레이 베이’로 전주를 찾았다. ‘하나레이 베이’에서 요시다 요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감추지만 아들이 죽은 하나레이 베이를 10년 동안 찾는 엄마 사치 역을 맡아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하나레이 베이’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들을 잃었던 사치(요시다 요)가 슬픔과 위로가 공존하는 하나레이 해변에서 느리지만 차근차근 과거의 이별과 마주해가는 과정을 그린 슬로우 홀리데이 무비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페스트’ 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화장실의 피에타’로 전주를 찾았던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의 연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한국에 오기 전에 날씨가 안 좋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영화제가 시작되면서 날씨가 좋아져 기분 좋았죠. 전주국제영화제 분위기뿐만 아니라 관객분들 모두 인상적이었어요.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님이 전주를 정말 오시고 싶어하셨거든요. 일 때문에 못 오셨는데 제가 하는 말이 다 자기가 하는 말이라고 힘을 주셨어요. 꼭 콩나물국밥 먹어야한다는 말도 잊지 않으셨죠.(웃음)”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님의 ‘화장실의 피에타’를 좋아해요. 이 작품도 전주에 왔었죠. 영화를 보고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도 끌렸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을 읽고 책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화의 원작은 42페이지 정도로 짧아서 어떻게 스크린으로 보여질지 기대되기도 했죠.”
인터뷰 내내 인상적이었던 건 요시다 요의 연기 방법이었다. 그는 외부적인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직 캐릭터의 감정, 행동, 스토리에 집중했다. 그가 늦은 나이에 데뷔해도 단숨에 일본 명배우로 이름 올린 비결이 아닐까. 아들을 잃은 사치를 연기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영어로 말하고, 피아노를 치고, 심지어 스케이트보드까지 탄다. 사치를 표현하는 것 외에도 할 게 정말 많았지만 요시다 요는 ‘사치’라는 인물 하나만 보고 있었다.
“원작을 읽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사치가 죽은 아들 타카시(사노 레오)를 알아가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주변 인물, 자연에 의해 감정이 바뀌어가는 사치를 어떻게 그려낼지 고민됐죠. 제가 생각한 방법은 모순적이지만 연기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제가 사치가 돼 주변 반응에 자연스럽게 제 감정을 드러내길 바랐죠.”
“영화에서 음악이 참 다양하게 나와요. 음악은 사치라는 캐릭터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죠.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치의 모습에서 그녀의 삶을 발견할 수 있어요. 제가 피아노를 정말 잘 연주하고 싶어서 죽을만큼 연습했어요.(웃음) 하지만 영어, 피아노 연주 같은 것들은 사치를 연기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어요. 이미 그런 부분은 원작에서 완성됐죠. 그건 제가 당연히 해야할 부분이었어요. 다만 사치의 감정 변화, 내면 갈등 등을 연기로 보여주는게 가장 중요했죠.”
‘제너레이션 프롬 에그자일 트라이브’ 멤버 사노 레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디스트럭션 베이비’ 무라카미 니지로 등 젊은 배우들이 요시다 요와 함께 했다. 요시다 요는 그들의 연기가 자신이 사치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극찬했다. 이들보다 선배인 요시다 요의 신뢰가 영화 속에서 연기 호흡으로 그대로 드러난다.
“극중 사치는 스스로 아들의 죽음을 잘 받아들인 강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인물이에요. 10년 동안 아들이 죽은 하와이 하나레이 베이에 계속 찾아오는 건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아들과 같이 있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죠. 아들 다카시를 연기한 사노 레오, 아들이 죽고 10년 후 하나레이 해변에서 만난 타카하시 역의 무라카미 니지로 모두 신인배우지만 그들의 꾸임없는 연기가 제 감정 연기를 도와줬어요. 특히 무라카미 니지로는 제가 신뢰하는 배우예요. 제가 표현하지 못한 걸 해석해주는 연기를 펼치죠. 그래서 그들 덕분에 연기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하와이는 정말 더웠어요. 해변을 계속 걷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장에 대기하던 의사들이 그만 촬영하라고 말렸어요. 제가 곧 쓰러질 것 같다고 하시더러고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요시다 요가 아니라 타카시의 엄마 사치였어요. 엄마의 감정으로 악조건 속에서도 멈추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죠. 죽은 아들을 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더운 날씨가 연기에 방해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뜨거운 모래, 제 몸에 흐르는 땀들이 오감을 자극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줬죠.”
요시다 요는 5남매 중 막내로 자랐다. 그만큼 어머니가 자식을 키우면서 힘들어했을지 모른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하나레이 베이’ 사치 역에 대한 연기 힌트를 얻었다. 다만 그 힌트를 얻는 방법이 슬펐다. 자신의 경험을 영화에 녹아낸 요시다 요는 한국 관객들이 ‘하나레이 베이’를 보고 스스로를 뒤돌아보길 원했다.
“이 영화를 찍기 5개월 전에 제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는 모든 정성을 다해 우리를 키우셨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엄마상과 달라서 항상 반발하고 강요했어요. 저는 좋은 딸이 아니었죠. ‘과연 내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울까’ 할 정도로 싸운 적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을 쏟았어요. 마치 저와 어머니의 관계가 타카시와 사치의 관계 같았죠. 그 마음을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담아내려고 했어요.”
“ 영화는 ‘상실’로부터 시작해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소중한 가족을 잃는 시기가 오잖아요. 그 아픔을 받아들이는 시간은 제각각이죠. 사치는 10년이 걸렸어요. 관객분들도 오늘, 내일, 10년이 걸려 아픔을 느끼실 때 이 영화가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분석하려고 보시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끼셨으면 하네요. 부디 한번에 그치지 말고 여러 번 보시면서 사치와 동화되시길 바라요.”
사진=싱글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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