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스’ ‘망대’ 등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던 문승욱 감독이 4년 만에 신작 ‘세트플레이’로 전주를 방문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던 그가 다시 한번 극영화 ‘세트플레이’로 처절하게 살아가는 청소년의 현실을 가감없이 그려냈다.

‘세트플레이’는 집 떠난 아버지, 아버지와 싸우다 장애인이 된 형, 그런 형을 보살피는 어머니, 자기보다 두 살 어린 기준(장유상)과 어른들을 상대로 돈을 떼어내는 10대 소년 성철(이재균)의 일상을 담았다. 이 영화는 가족은 물론 사회에 버림받은 성철을 통해 관객들에게 현실의 아름다운 이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한없이 어둡다. 오후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에서도 어둡게 깔린 효과는 성철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려준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기준과 엄마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유선(고민시)의 전화번호밖에 없다. 그만큼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10대 성철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충격과 현실 공포를 안긴다.

이재균, 장유상, 고민시 등 신예배우들의 호흡은 눈부시다. 이재균은 성철 역에 100% 감정이입하며 얼굴 표정만으로도 단숨에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장유상은 그동안 보여줬던 밝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거친 말투,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깔끔한 외관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줘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마녀’에서 김다미와 함께 주목받은 고민시 역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연기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들의 호흡은 영화가 주는 어두운 매력을 살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영화에서 성철을 도와주는 이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다. 어른같은 어른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만큼 방황하는 10대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다. 어떤 선택이 바람직한지 모르는 성철은 결국 자기 방법대로 인생을 살아간다. 기댈 곳이 없는 성철의 현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외롭고 쓸쓸한 존재들과 닮았다.

“찌질한 자식”이란 대사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바로 성철을 부르는 사람들의 말이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은 속사정은 모른채 겉모습만 보고 성철을 판단한다. 이 대사는 성철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말로 성철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소리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세트플레이’는 어두운 영상으로 보여지는 10대들의 방황을 통해 관객에게 그들의 삶이 얼마나 처절한지를 단숨에 말해준다. 또한 이재균, 장유상, 고민시 등 배우들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연기로 긴장감과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 러닝타임 1시간 24분, 청소년 관람불가, 올해 개봉 예정.

# ‘세트플레이’ 상영 일정이 궁금하다면?

5월 9일 오전 10시 30분 CGV전주고사 4관

사진=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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