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동혁(35)이 정규 5집이자 최초의 협주곡 녹음인 ‘라흐마니노프 앨범’을 워너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발매했다.

이 앨범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외에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임동혁과 함께 2대의 피아노로 협연한 ‘교향적 무곡’까지 담아 더욱 의미 있는 앨범으로 탄생하게 됐다.

‘피아노 리사이틀’(2002), ‘쇼팽 리사이틀’(2004),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2008), ‘쇼팽 전주곡집’(2015)에 이은 앨범이자 첫 피아노 협주곡 앨범이라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궁금증이 치솟았다. 특히 그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러시아에서 수학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임동혁은 10살 때인 1994년 러시아로 이주해 12살 때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2위에 입상하며 ‘신동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클래식 명문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졸업했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가 이곳에서 금메달을 받으며 졸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면에서 임동혁과 라흐마니노프는 모스크바 음악원 동창생인 셈이며 시대는 다르지만 각자 자신의 세대에서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임동혁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녹음을 많은 팬들이 기다려 온 것이 사실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작곡가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초연의 실패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실의에 빠져있다가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곡으로도 유명하다. 1901년 11월 9일 모스크바에서 자신이 직접 초연했고, 연주회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 성공과 함께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심각한 우울증을 마침내 떨쳐내고, 최고의 작곡가로서의 기틀을 단단히 다지게 됐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임동혁이 음반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끈끈한 인연을 맺었고 이후 강력한 후원자로 지금까지 줄곧 임동혁의 멘토 역할을 해오고 있는 레전드 피아니스트다. 임동혁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앨범을 준비하며 함께 수록할 곡을 고민하던 중 아르헤리치에게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연을 제안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교향적 무곡’은 라흐마니노프가 67세 때인 1940년 마지막으로 작곡한 최후의 작품이다. 원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먼저 작곡됐는데 지휘자 유진 오먼디의 권유로 오케스트라 곡으로 개정됐고, 41년 유진 오먼디가 이끄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세계 최초로 초연됐다.

보통의 피아노 듀엣은 한 대의 피아노가 주선율을 연주하면, 다른 피아노가 그것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은 이런 경향을 벗어난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이 곡을 완벽히 연주하기 위해서는 2명의 명 피아니스트가 필요한, 대단히 까다로운 작품이다. 아르헤리치는 “내 생애 최고의 ‘교향적 무곡’ 연주는 리미첸코(임동혁)와 함께한 것”이라며 아낌없는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임동혁은 일곱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모스크바 음악원을 거쳐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명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액스를 사사했다. EMI 클래식과 계약한 최연소 피아니스트였으며 그의 첫 음반은 그라모폰 호평을 받으며 디아파종에서 ‘도르’로 선정됐다.

12세에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2위, 일본 하마마츠 콩쿠르 2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 우승(최연소, 솔로 리사이틀상, 오케스트라상, 프랑스 작곡가 해석상, 파리음악원 학생상, 마담 가비 파스키에상 등 5관왕),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수상거부), 2005년 폴란드 쇼팽 피아노 콩쿠르 3위(한국인 최초 입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클래식계 최초로 팬클럽을 몰고 다닌 ‘클래식 아이돌’로 유명하다.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