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싱글여성 에디터의 시각으로 2016년을 정리했다. 어떤 사람은 눈부시게 도약했고, 어떤 물건과 음식은 유독 사랑받았으며, 몇몇 사건은 두고두고 기억돼야만 했다. 빛나는 장소와 인상적인 순간들이 우리 곁을 머무르고 더욱 성장시키거나 슬프게 만들었다. 성큼 다가온 해피 뉴 이어를 앞두고 모은 올해의 키워드 7가지.

 

1. 커피·주스 전문점

인기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 속 자부심 강한 커리어 우먼들은 아침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출근한다. 하지만 아침에 출근을 몇 번 해보며 나는 알게 됐다. 그 커피는 ‘오늘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수액’임을.

초저가 커피·주스 전문점은 올해 편의점만큼 많이 생겨났으며 여전히 상승세다. 싼 값에 대용량 커피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주스로 피로를 달래거나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찜통 더위였던 여름엔 우리를 시원하게 해줬던 가성비 최고의 커피·주스 전문점에게 감사를 전한다.

 

2. 한강의 ‘채식주의자’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있어.”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으로 권위를 높인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어린 시절 각인된 기억 때문에 육식을 거부하는, 그런 영혜를 바라보는 남편 ‘나’의 이야기다. 아이러니한 상황의 최대 피해자가 왜 자매가 돼야 하는지에 분노가 치밀었다. 사실적인 묘사와 몰아치듯 펼쳐지는 상황전개, 고독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생소한 삶의 관점을 던져줬다.

1월부터 11월까지 인터파크도서 판매량을 분기별로 분석한 결과 ‘채식주의자’는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 기록은 9년 만에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이었으며,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3. 이세돌

사진출처=뉴스엔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자신의 실력을 점검할 파트너로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을 선택했다. 알파고는 지난 3월 서울에서 5판3승제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기존 관념을 뛰어넘는 바둑 실력을 선보이며 1~3국을 내리 이겼다. 하지만 이세돌 기사는 완패하리라는 전망 속에서 열린 4국에서 ‘신의 한수’를 던지며 경이로운 1승을 따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채 복기하던 모습,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는 명언을 투척한 이세돌은 올해 우리에게 인류의 의미와 더불어 따뜻한 희망을 전달했다.

 

4. 질투의 화신

‘질투의 화신’은 마초기자(조정석)와 절친 재벌3세(고경표)가 생계형 기상캐스터(공효진)를 가운데 두고 질투심에 스타일 구겨가며 애정을 구걸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였다. 마초 기질이 다분했던 남자가 유방암도 모자라 불임 판정까지 받는 파격 소재가 일단 눈길을 붙들었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상남자이고 싶었던 화신은 찌질하고 이기적인 자신을 감싸 안아주는 나리를 만나 진정한 남성성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자상하고 근사한 남자로 다시 태어난다. 이제까지 안방극장 드라마의 주제는 대부분 힘없는 신데렐라와 그녀를 도와주는 ‘백마 탄 왕자’ 이야기였다. 하지만 ‘질투의 화신’은 성 역할에 대한 개념을 깨트리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5. 촛불집회

2016년 촛불시위는 ‘촛불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평화로운 동시에 뜨거웠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은 광장으로 몰려나와 “대한민국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

회를 거듭하며 촛불은 진화했고 전국 200만명 이상이 불을 밝혔다. 혼참러, 연인, 친구, 직장동료,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몰려든 집회 현장에는 웃음이 넘쳐나는 풍자와 패러디가 가득했다. 폭력 사태는 발붙이지 못했으며 나눔과 배려가 넘쳐났다. 집회 후에는 쓰레기를 치우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지켜낸 우리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주인공들이다.

 

6. 바나나 열풍

심상치 않던 바나나 열풍이 예상 외로 롱런하며 편의점 업계를 휩쓴 한 해였다. 바나나는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단맛을 갖고있어 다른 식품과의 결합 및 활용도가 높고, 식이섬유와 칼륨을 함유해 웰빙 트렌드에 부합했다. 지난 3월 오리온이 '바나나 열풍'을 불러일으킨 '초코파이情 바나나'를 출시한 이후 석 달 사이 나온 바나나맛 신제품만 30여종에 이르렀다.

특히 오리온 '초코파이情 바나나'가 출시 반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개(낱개 기준)를 돌파했다. 이는 1초당 약 6개씩 팔린 셈이며, 누적 매출액으로는 300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7. CHEER UP

 

올 한 해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가요는 대세 걸그룹 트와이스의 'CHEER UP'이 아닐까. 지난 4월 발매한 두번째 미니앨범 '페이지 투(PAGE TWO)'은 16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가온차트에 따르면 2016년 46주차 누적 스트리밍 1억4만8868건을 기록하며 1억 스트리밍을 돌파했다. 이는 올해 발표곡 최다 스트리밍 누적 수치이자 1위이면서, 케이팝 아이돌 최단 기간 1억 스트리밍 돌파 기록이다.

또한 트와이스의 'CHEER UP'은 뮤직비디오도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돌파, 'OOH-AHH'하게에 이어 2곡 연속 억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CHEER UP’의 1억 뷰 돌파는 곡 발표 207일 만에 거둔 쾌거로 케이팝 아이돌 최단 기간 신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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