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창환은 '쏭삭'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태국인이자 중국집 배달원 '쏭삭테카라타나푸라서트'(이하 '쏭삭')으로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순하고 착하기만 했던 그가 '태국 왕실 경호원'으로서 각성하는 장면은 엄청난 반전을 안겼다. 시청자들은 이후 '안창환'이 아닌 '쏭삭'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무려 드라마가 끝난 후 3일 내내 '쏭삭'이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하며 연일 화제를 모았다. 진짜 '이런게 신스틸러구나'라고 느끼게 했다.

안창환은 드라마가 끝난 후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싱글리스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종영 소감을 묻자 "아쉬운 마음이 제일 크다. 매 작품마다 끝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과도, 캐릭터와도 헤어져야 하지 않나. 헤어짐 앞에서는 뭔가 아쉽고 그리움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열혈사제'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안창환이 연기한 쏭삭은 김남길X'구벤져스'(구담 경찰서+어벤져스)'와 함께 악을 처단하며 사이다 같은 시원함과 통쾌함을 선사했다.

'열혈사제'는 주연배우 김남길, 김성균, 이하늬를 제외하고도 모든 조연들이 찰떡호흡으로 빛을 발했다. 쏭삭은 오요한(고규필), 장룡(음문석)과 함께하는 신이 많았다. 안창환은 그들과의 연기를 "3분의 1은 즉흥이었다"고 했다. "촬영 전 대화하면서 서로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감독님은 항상 생기를 불어넣자고 하셨다. 나중에는 그런 애드리브도 말 안해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특히 음문석과 투샷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며 '신스틸러'라는 평을 받았다. 안창환은 "사실 매회 함께 하는 신은 많으면 두 신인데 그걸 기억해 준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신스틸러라는 말은 너무 과분한 표현같다. 배우로서 꼭 한번은 들어봤으면 하는 말이었다. 근데 쏭삭을 연기하며 들으니 뭔가 오묘하다." 

인생 캐릭터가 아니냐고 묻자 안창환은 "쏭삭을 인생 캐릭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다른 작품을 하면서도 그 배역을 모두 사랑했는데 시청자들이 좋아해주니 너무 고맙다. 쏭삭 캐릭터는 저 혼자만 한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진짜 저를 외국인처럼 대해주고 시청자들도 그렇게 바라봐줬기에 '태국인 쏭삭'이 완성된 것 같다. 이 캐릭터 만난 것이 완벽한 제 옷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얘기해주니 감사하다. 인물을 완벽히는 표현 못했어도 못나진 않았나보다. 하하."

그렇다면 안창환은 그 많은 캐릭터 중 왜 '쏭삭'을 연기하게 됐을까. "오디션 제의를 받고 '쏭삭테카라타나푸라서트'라고 적힌 이름이 너무 눈에 콕 들어왔다. 한국인이 외국 사람 연기해야 된다고 써 있었다. 저한테는 굉장한 도전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디션 상황은 어땠냐는 질문에 안창환은 "상황을 만들어갔다"고 했다. "대사도 만들었다. 언어가 서툰 상태에서 어학기를 켜놓고 '안녕하세요'를 따라했다. 또 고향에 있는 어머니한테 영상편지도 보냈다. 저는 긴장감 반, 스스로 이 역할에 즐거움 반이었는데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너무 좋아해주셨다. 피식피식 웃으셨다."

캐릭터에 낙점됐다는 소식을 들은 안창환은 무덤덤했었다. 하지만 점점 쏭삭 캐릭터를 준비할수록 무게감이 느껴졌단다. 그는 태국인 쏭삭을 연기하기 위해 일주일에 5~6번 태닝을 해야했다. 그 결과 허벅지에 반점이 생길정도. 하얀 피부에 속하는 그였기에 연기하다보면 어느새 손이 하얀 색으로 돌아와 있기도 했었다. 안창환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다시 또 태닝했다.

태닝뿐이랴. 쏭삭의 '태국 왕실을 지키는 호랑이'라는 비밀이 있었기에 드라마 시작 전부터 2달 간 바짝 무에타이를 배웠다. 쏭삭은 무에타이 고수일 것이라는 '시청자의 기대'가 가장 무거웠다는 안창환은 스스로의 무술 씬을 보며 "엉망이었다. 정말 전문가들이 보면 민망할 정도로 못했다"며 자평했다.

안창환은 연극 배우로 시작해 지난 2016년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드라마를 시작했다. 그때는 드라마 현장의 분위기를 잘 몰랐다. 하지만 이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롤이 좀 더 커졌고, 감빵이라는 특수 공간에서의 촬영 덕분에 '팀워크'라는 걸 알게 됐다. 매 촬영장이 이방인 같았다던 안창환은 '열혈사제'에서 '진짜' 현장 분위기를 파악했다.

"이방인 느낌을 많이 받았던 때와 달랐다. 먼저 다가가는 살가운 성격은 아니다. 근데 남길 형이 작품 들어가기 전부터 모임을 많이 만들어주셨다. 성균 형이 이제 그만 좀 모이자고 할 정도였다. (하하). 선배님도 꾸준히 올라왔으니 더 잘 알아서인지 잘 챙겨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촬영장이 너무 편했다. 이렇게 따뜻하고 챙겨주는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은데."

그러면서 안창환은 "정말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하늬 누나의 눈빛은 '선함의 끝판왕'같다. 남길 형이 악함 속에 선함이 있다면 하늬 누나는 반대다. 그 눈빛을 보면 살아온 인생이 보인다. 근데 너무 착해서 속내가 궁금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안창환은 배우의 메리트를 "인연"으로 꼽는다. 함께 연기하는 파트너로서의 만남, 자신이 마주할 새로운 캐릭터와의 만남 등이 새롭단다. 그러면서 "'진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마주하면서 그 사람을 알아가는 게 좋다"고 했다. '열혈사제'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은 그는 조급함이 없다. 결혼 후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고, 배우의 길을 차근차근 걷고 있다.

"또 어떤 캐릭터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기회가 되면 멜로는 한번쯤 해보고 싶지만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다. '열혈사제' 시즌2도 함께하게 되면 좋겠다. 그땐 쏭삭이 어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보는 모습이나 요한과 장룡을 종업원으로 둔 중국집 사장의 모습도 재밌을 것 같다."

사진=라운드테이블 지선미, 싱글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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