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살고 싶어요”

배우 문소리가 ‘너무 열심히 사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이 말은 인도의 인권운동가 무하마트 간디가 한 명언이다. 이처럼 문소리는 끊임없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과 조연 가리지않고 도전을 해왔으며 영화 감독으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그가 영화 ‘배심원들’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15일 개봉 예정인 ‘배심원들’은 2008년 처음 국내에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성별부터 직업, 성격 ,환경, 나이도 모두 제각각인 8명의 보통 사람들이 서툴지만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담았다. 문소리는 이 영화에서 강한 신념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하는 판사 김준겸 역을 맡았다. 매 작품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했지만 그에게도 판사 역할을 처음이었다고. 오늘(7일) 종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싱글리스트가 ‘배심원들’ 배우 문소리를 만나 영화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문소리는 영화 '배심원들'을 제작되기 오래 전부터 만났다. 그는 그 동안 판사 김준겸이 어떤 인간인지 깊이 고민하고 감독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촬영했는데 그 전 해 여름부터 감독님을 만났어요. 도장을 찍기 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했죠. 인간 김준겸의 이야기를 했어요. 평면적으로 그저 배심원의 반대편의 무서운 판사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이 영화는 빌런과 싸우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 인물이 안에는 여러 면이 충돌하고 있어요. 원칙과 법리에 충실한 판사이자 기혼 여성으로서, 비법대 여성으로서 여러 가지 것들을 실력으로 승부하며 버텨온 인물이죠. 법원 밖의 인물들이 보면 권위적인 인물로 볼 수 있지만 김준겸에는 두 가지 면모가 다 있어요. 강단있게 재판을 이끌어가지만 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수도 있는 인간전인 면모도 가진 판사죠”

그렇지만 영화 ‘배심원들’이 8명의 배심원들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인 만큼 판사 김준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할 수는 없었다. 문소리 또한 이 점을 고민했다고.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러 사람들이 사건을 파고드는 영화에요. 그래서 김준겸의 개인전인 면모를 다 보여줄 순 없었죠. 사실 김준겸 관련해 장면을 몇 개 찍었지만 감독님하고 상의하에 넣지 않기로 했어요. 제가 김준겸의 면모를 잘 가지고 있으면 재판 과정에 잘 스며들어 관객들에게 잘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는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직접 재판을 참관하고 실제 판사를 만나기도 했다.

“참관하고 실제 판사를 만나면서 느낀 것은 다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판사마다 다르더라고요. 그렇다면 나는 문소리의 판사를 만들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이상우 연출가가 쓴 ‘야생연극’에서 ‘분석하기 전에 먼저 이 전체를 느껴라’라는 말이 있어요. 전체의 냄새를 맡고 어떤 모양인지, 어떤 색을 지녔는지 이 나무 하나가 아니라 숲 전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김준겸 캐릭터에 대해 판결문을 쓸 때 어떤지, 그가 어떤 화법을 구사할까 등 디테일보다는 전반적으로 그의 한 길을 깊숙이 걸어온 단단한 힘에 집중했죠”

하지만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김준겸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반지를 부탁하기도 했다.

“극 중에서 보면 김준겸은 24k 순금 반지를 검지에 끼고 나와요. 제가 의상팀에 주문한 것이었죠. 사실 저는 의상팀에게 구두, 셔츠 등 10년 전이라고 고리타분하게 가지 말자고 했어요. 지금의 우리랑 다르지 않다고 그랬죠. 그런데 갑자기 투박한 반지를 요청하니 의아해하더라고요. 그렇지만 그것을 보며 제가 각인을 하고 싶었어요. 화려하고 세공이 된 것이 아니라 묵직하게 순도가 높은 그런 느낌을 갖고 싶었어요. 그 느낌은 판사분들을 만났을 때 느꼈던 점인데 반지를 보며 촬영하는 동안 확인하고 싶었죠”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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