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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리톤 김주택 “데뷔 10년, 음악인생 터닝포인트”(ft. 밀라노 요섹남)

테너에 가까운 고음을 소화하면서도 묵직하게 풀어내는 깊고도 풍부한 목소리, 발군의 표현력과 섬세한 테크닉은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까지 사로잡았다. ‘팬텀싱어’를 통해 국내 음악 애호가와 대중들 사이에서도 인지도를 한껏 끌어올린 바리톤 김주택(33)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계절의 여왕과 함께 금빛 질주를 시작했다.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의 ‘카사노바 길들이기’ 갈라 콘서트를 시작으로 6월 초 첫 솔로 음반 발매에 이어 9일 오후 6시 LG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 ‘이탈리아나’를 개최한다. ‘거사’를 앞둔 ‘동양의 카푸칠리’를 광화문의 한옥카페에서 만났다.

오페라 콜라주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탄생한 ‘카사노바 길들이기’는 2016년 초연 때 출연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카사노바 준 역을 맡았다. 이번 갈라 콘서트에서는 JTBC ‘팬텀싱어’ 동료들인 테너 김현수 정필립, 베이스 손태진 고우림 한태인과 함께 호흡을 맞춰 더욱 각별한 무대다.

“바리톤이 주인공을 맡을 수 있는 오페라가 별로 많지 않은데 ‘카사노바’는 바리톤이 주역이어서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 참여했어요. 기존의 유명 아리아를 한국적인 스토리에 맞춰 구성을 했는데 이런 스토리텔링을 관객이 노래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유의미하게 여겨졌고요. 이번 갈라 콘서트는 1, 2부가 확연히 달라요. 오랜만에 부르는 아리아도 있고 특히 베르디 ‘리골레토’으 ‘가신들, 천벌을 받을 놈들’은 어릴 때 불렀던 것과 결혼적령기 청년이 돼 부른 게 어떻게 달라졌을지 저도 자못 궁금해요.”

경험이 쌓이다 보니 캐릭터의 심리에 더 깊이 다가가고, 테크닉 면에서는 수월하지만 생각이 복잡해지는 것은 힘든 점이다. 어떻게 더 심오하게 표현할까, 가사와 선율에 두터워진 감정을 적용시키는 점이 재밌으면서도 어렵다.

지난 2009년 이탈리아 예지 페르골레지 극장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 역으로 데뷔한 이후 유수의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 ‘사랑의 묘약’ ‘라보엠’ ‘청교도’ ‘아틸라’ 등에 출연하며 정상급 오페라 가수 반열에 올랐다. 오페라 데뷔 10주년을 맞아 발표하는 첫 솔로앨범은 그동안 불렀던 아리아들을 엮어보려고 했다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오페라 가수이기 전에 밀라노 국립음악원 다닐 때 가곡반에서 수학했어요. 그때 선생님이 이탈리아 가곡의 대표 작곡가인 토스티를 너무 좋아했어요. 이탈리안 느낌이 어떤 것일까 생각하다가 대중적인 노래를 많이 만든 토스티가 떠오르더라고요. 곤돌라 느낌이 바로 나고,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칸초네죠. 기타와 함께하는 곡들은 감미로운 세레나데 위주로 꾸몄어요. 첫 음반이니만큼 팬들에게 헌정(고백)하고 싶은 마음으로.”

음반에는 토스티를 비롯해 빅시오, 조르다니, 모차르트, 쿠르티스 외에 페치아, 가스탈돈, 로톨리, 라짜로 등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탈리아 가곡들이 빼곡하다. 총 16곡이 담길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이영민, 기타리스트 박종호가 레코딩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잘릴 줄 알았는데 16곡이 모두 채택돼서 당황했어요(웃음). 더욱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두 분과는 2015년 첫 독창회 때 콜라보를 했어요. 그때는 따로따로 했는데 이번에 몇 곡은 셋이서 협연을 해서 좋았죠. 또 레코딩을 일반 스튜디오가 아닌 JCC아트홀과 경기도 파주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던 점도 이채로웠고요. 제가 라이브 가수다 보니 홀 특유의 울림이나 객석이 보이는 점이 오히려 편했어요.”

한여름인 8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갈라콘서트에 출연하고, 이탈리아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에서 8월부터 10월까지 ‘세비야의 이발사’ 주인공으로 13회 출연한다. 10월에는 페니체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지휘자 정명훈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11월 페니체에서 ‘돈 카를로’의 로드리고 역할로 데뷔한다. 30대 오페라 가수로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페니체 극장에서 솔리스트로 매년 2~3개 작품에 출연하다 보니 단원들과는 가족과 같이 친한 사이다.

교통의 요충지, 산업의 중심이자 패션의 메카, 세계 최정상의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가 있는 밀라노는 그에게 ‘제2의 고향’이다. 역동적이고 매력적이라 최애 장소다. 선화예고에 재학 중이던 2004년 유학 온 이후 15년간 체류하고 있다.

“성악의 본고장에 가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그 사람들이 성악을 대할지 궁금했어요. 기초부터 알고 싶어서 경제적, 정신적인 힘듦을 감내하고 오게 됐죠. 이곳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에요.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면서 살기에 자기만의 만족도가 크죠. 저랑 궁합이 잘 맞아요. 어릴 때부터 사교성이 좋았고 긍정적이었거든요. 뭐든지 ‘할 수 있다’란 마인드에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즐기는 성격이에요.”

반면 오랫동안 타국생활을 하다보니 모국에서 사람들과의 만남, 추억이 없었다. 노래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그런 것들이 고팠다. 이 무렵 만난 게 ‘팬텀싱어’다.

“팬텀은 내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나태해지지 않게 해주는 원동력이에요. 솔리스트는 항상 자기 소리가 어떻게 돋보일까를 생각하는데 팀으로 활동하면 밸런스가 관건이라 양보도 해야 하고, 맏형으로서 책임감도 느끼게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미라클라스’는 안일했던 부분을 채찍질하고, 소중한 것을 되새김질하게 되는 대상이에요. 올해 4개 도시 전국투어를 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이젠 멤버들과 보기만 해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죠.”

지난 10년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만족하는 대목은 ‘무욕’이다. 많은 성악가들이 데뷔하고 나서 더 멋진 역할, 좋은 무대, 높은 개런티를 욕망하는데 그는 “천천히 거북이처럼 가되 안전하고 확실하게 가자”로 좌표를 설정했다. 멋진 캐릭터들도 많이 들어왔으나 과감히 거절했다.

“캐릭터와 레퍼토리가 나이에 맞게, 순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테너는 열정적이라 어린 나이에도 맞는 역이 많으나 바리톤은 중후한 아버지나 오빠 역이 많거든요. 청춘일 때는 깊은 맛이 안나죠. 이제는 적절하게 소화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때 내 심장은 테너에 가까운데 타고난 목소리가 바리톤이라 억울해 했죠.(웃음) 그래서 고음도 많이 공부했던 듯해요. 지금은 만족해요. 테너처럼 고음의 압박은 없으니까요. 발성보다 캐릭터 설정이라든가 가사 분석, 역할의 내면을 깊이있게 선보일 수 있어서 좋아요.”

나이 때문에 못했던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해보고 싶고, 크로스오버 외에 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보고 싶다. 이탈리아를 벗어나 다른 나라에 가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 전환점의 시기다.

에필로그. 평상 시 그는 '셰프'다. 유학 시절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해 빈번하게 해왔다. 절친인 바리톤 조병익 역시 준프로 셰프라 함께 요리 연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곤 한다. 한국과 이탈리아 요리를 섭렵하는데 토마토 파스타, 까르보나라 정통 이탈리아 음식들 많이 하는 편이다. 파스타의 경우 면과 소스 간이 관건인데 자신의 별명은 ‘간주택’이라고 셀프칭찬을 잊지 않는다.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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