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지배하면 성공할 경우의 수가 많지만 시간에 지배당하면 성공 가능성은 훅 떨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곧 돈이요 성공이기 때문이다.

황금 같은 주말에 쇼핑을 하게 되면 빠듯한 1인가구 살림에 주름살이 잡히는 지출과 더불어 시간, 체력 면에서 낭비 일색이다. 쇼핑을 통한 정신적 충만감은 철없던 시절 이야기다. 쇼핑을 아예 안하고 살 순 없고, 이왕 한다면 가성비를 따지게 마련이다.

연말은 브랜드, 백화점, 쇼핑몰, 아웃렛이 일제히 시즌오프에 돌입하는 시기다. 많게는 70%까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때 평소 사고 싶었던 옷과 화장품,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게 남는 장사다. 출근하지 않는 토·일요일 낮에 나설 경우 카드를 긁기도 전에 사람에 치여 정신이 절반쯤 탈출하게 된다.

고로 비교적 매장 상태가 여유로운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인근 쇼핑몰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쇼핑을 하자는 게 지론이다. 이런 직장인들이 늘어나 ‘런치 쇼핑족’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사무실이 많은 지역의 백화점 점포에서 점심시간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런치 쇼퍼를 잡기 위해 유통•패션•화장품 업체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각종 이벤트를 열고 매장을 늘리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란다.

런치 쇼퍼인 내게 가장 적절한 스팟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여의도 IFC몰이다. 두 곳 모두 현재 연말 세일이 한창이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는 H&M 홈, 미니소, 모던하우스, 양키캔들이 있어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과 잡화를 구매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로는 COS, 찰스&키스, 칼하트, 슈펜, 커버낫, 비이커, H&M, 자라 매장이 들러볼 만하다.

IFC몰은 이제는 서울 시내에서 발견하기 힘들어진 망고 맨을 비롯해 마시모 두띠, 파슬,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바나나 리퍼블릭, 버쉬카, 유니클로 등이 포진해 있다. 두 몰의 입점 브랜드가 꽤 다른 편이다.

점심시간이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이니 내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30분.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점심은 몰 내부에 있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으로 5분 만에 뚝딱 해치우면 된다. 편도족(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 사람)이다. 그러고 나서 인터넷이나 고객 수신용 문자메시지 정보를 통해 미리 찜해둔 매장으로 돌진한다.

어차피 대폭 할인 기간인 만큼 살까 말까 좌고우면하거나, 다른 매장에 들러서 비교해보고 다시 오는 따위의 행위는 과감히 건너 뛴다. 마음에 들고 가격이 저렴하다 싶으면 일단 사고 보는 게 정답이다. 10분 후에 다시 와보면 솔드 아웃돼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된다. 평일 쇼핑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주말까지 기다리다보면 이미 대중적인 사이즈나 디자인은 다 빠져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IFC몰 내 서너 군데 매장을 돌고 픽업한 아이템은 스페인 브랜드 마시모 두띠의 면과 진이 섞인 다크 그레이 팬츠(6만5000원)와 망고의 니트 스웨터(3만4000원)이다. 각각 40%, 60% 할인가로 구매했다. 계산까지 마치고 나서도 시간 여유가 있어 커피빈에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서 마시며 로비 한가운데 세워진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각'을 휴대폰에 담았다. 이제 회사로 Go Back~! 열심히 질렀으니 열심히 일해 통장 잔고를 보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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