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가에선 ‘싱글 라이프’의 멋을 강조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독립된 삶은 꿈과 같은 일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집값 상승, 경제적 이유 등으로 취업·결혼 후에도 성인 자녀를 계속 품 안에 두려는 부모가 크게 늘어났다. 일시적 현상을 넘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건 왜일까.

 

국내, 취업해서도 캥거루족 64.8%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청년층 경제활동상태 선택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가운데 취업을 했음에도 '부모가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한 이는 절반이 넘는 53.2%였다. 본인이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한 청년은 26.7%에 불과했다. 실제로 조사결과 전체 청년층 10명 중 6명 이상(64.8%)이 캥거루족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를 뛰어넘는 ‘신(新)캥거루족’이 등장했다. 이는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룬 후에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세대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지난 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구실태조사는 신캥거루족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양육관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전국 20~50대 성인남녀 1013명을 조사한 ‘한국인의 자녀 양육관 연구’ 결과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는 시기’에 대해 ‘대학 졸업까지’라는 답변은 62.6%(2008년)에서 49.3%로 급감했다. 대신 ‘취업까지’란 응답은 14.7%→23.6%, ‘결혼까지’ 10.2%→12% 등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2008년과 비교해 청년 실업 문제가 증가하고 초혼 연령이 올라간 점, 집값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

 

미국, 75년래 최대...청년 10명 중 4명

최근 미국 부동산 조사업체 트룰리아가 인구통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 캥거루족 비율이 독립해 살고 있는 이들을 넘어섰다. 나이가 차면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게 일반적인 미국에서 부모에게 얹혀사는 비율은 2005년 이후 꾸준히 올라 39.5%에 이르렀다. 이는 대공황이 끝난 1940년 40.9% 이후 최고 수치다.

미국의 캥거루족 역시 소득과 주거비 감당비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됐다. 25∼34세 미국 성인 중 연 소득 2만5000 달러가 안 되는 인구의 40%만 가정을 꾸렸고, 이 비율은 소득 2만5000∼5만 달러 사이는 50%, 5만 달러 이상은 58%로 높아졌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캥거루족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이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리스는 청년층 중 75.8%가 캥거루족으로 조사됐고, 이탈리아(74.8%), 스페인(62.3%), 프랑스(47.3%) 등이 뒤를 이었다.

사실 캥거루는 성장할 때까지 어미의 주머니에서 1~2년 정도만 보낸다. 하지만 그에 반해 2016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기약 없이 부모의 곁을 맴돈다. 걱정과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며 스스로를 ‘캥거루’라 자조하는 세대. 홀로서기조차 어려운 현태가 낳은 아픈 자화상이다.

사진=flickr.com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