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제주는 봄과 여름 사이에서 숨 고르기를 시도한다. 야무진 실속 여행자라면 제주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석같은 여행지를 그냥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하는 6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숨은 명소들을 모아봤다.

1. 검은용의 이야기가 새겨진 밭담, 한림 동명리

수류촌으로 불릴 만큼 예로부터 맑고 풍부한 물을 자랑하던 한림읍 동명리는 이제 세계중요농업유산 밭담이 새로운 자랑이 됐다. 돌무더기 캐릭터 ‘머들이네’를 따라 수류촌 밭담길을 돌아보는 50분 동안 마을을 지켜온 검은 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지친 다리는 카페 ‘동명정류장’에서 쉬어가도 좋다. 이 카페는 오래된 마을회관을 개조한 아담한 쉼터로,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밭담길을 홍보하고 제주를 알리는 기념품을 판매한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근처 한수리의 한림바다체험마을을 찾아보자. 전통낚시와 바릇잡이, 바다 공예까지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2. 사람의 손길이 없는 원시림으로, 삼다수 숲길

옛 임도를 활용해 조성한 삼다수 숲길은 사람의 손길이 최소화돼 그런지 결부터 다르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천년의 숲 부문 어울림상을 받았을 만큼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다. 숲길을 걷다 산수국과 때죽나무 꽃비를 만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삼다수 숲길은 교래리 종합복지회관 맞은편 이정표를 따라 목장길을 지나면 시작된다. 1시간 반이 소요되는 1코스도 좋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2시간 반이 걸리는 2코스를 걸어도 좋다. 화장실은 따로 없으니 복지회관에서 미리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3. 한라산 둘레길 근처의 작은 오름, 이승이오름(이승악)

이승이 오름은 한라산 둘레길을 찾는 이들에게는 이미 꽤 유명하다. 마을공동목장을 낀 목가적 분위기에서 어느새 원시의 자연림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숲이 해를 가린 ‘해그므니소’는 신비롭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상에 올라 올망졸망한 오름을 거느린 한라산을 마주했다면 옛사람의 온기 스민 숯가마터와 선조들의 피땀 서린 일본군 진지동굴 앞에서 잠시 멈춰도 좋다. 오름 입구에 설치된 안내도에 따라 20분의 등반코스를 골라도, 40분의 순환코스를 골라도 오름의 신비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4. 한 발 먼저 여름을 열고, 파라세일링&패들보드

6월 제주 바다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바다에 몸을 던지지 않더라도 바다를 즐길 액티비티는 넘친다. 바다 위를 두둥실 떠오르고 싶다면 파라세일링을 선택하자.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제주도의 푸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균형 감각에 자신 있다면 패들보드도 좋은 선택. 바다에 몸을 띄운 채 감행하는 보드 위 요가는 흐트러진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준다. 초보자를 위한 강습코스도 있으니 겁내지 말고 도전할 것. 다만 기상 상황에 따라 운영이 유동적이니 꼭 사전에 날씨를 확인해야 한다.

5. 빨간 등대 뒤 새벽하늘, 염나니코지길 벵듸고운길

구좌읍 평대리를 중심으로 인근 마을과 마을을 잇는 벵듸고운길. 편평하고 너른 들이라는 뜻을 가진 벵듸고운길을 따라가면 빨간 등대가 놓인 작은 방파제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염나니코지 길이다.

이곳은 빨간 등대 뒤로 밝아지는 새벽 하늘이 인상적이다. 염나니코지 길을 돌아나오다 반여동산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걷다가 만날 평대리 어촌계의 건물벽화는 해녀들의 생애와 그들이 거둔 바다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6. 편리하게 한 바퀴, 원도심 심쿵투어-시티투어버스-관광지 순환버스

한때 구도심이라며 내물리던 곳이 새 도약을 꿈꾼다. ‘원도심 심쿵투어’는 도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한 원도심 탐방 프로그램이다. 제주민속박물관을 출발해 삼성혈과 산지천, 동문시장을 경유하는 1코스와 관덕정에서 중앙 성당, 예술 공간 이아를 거쳐 탑동관광안내소까지의 2코스로 나뉜다. 코스 중간마다 요즘 힙하다는 옷가게, 서점과 맛집도 있어 감각은 젊어지고 인증스탬프를 모아 경품을 받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또한 제주도 곳곳을 넓게 살피기엔 시티투어버스와 관광지 순환버스도 좋다. 저렴한 가격에 명소를 두루두루 찾는 편리함까지 갖춰 인기다. 시내권에서는 시티투어버스, 중산간 여행엔 관광지 순환버스를 추천한다.

7. 6월 제주에는 꽃이 한창, 산수국 & 해바라기

영주산 천국의 계단, 삼의악 트레킹 코스 그리고 사려니숲길에는 산수국을 만날 수 있다. 6월 한창인 제주도 꽃을 만나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보자. 산수국의 은은한 매력에 취했다면 해바라기의 발랄함을 더하는 것도 좋다.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선 해바라기가 활짝 펴 관광객들의 유혹한다. 또한 해바라기를 가꾸고 소개하는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 등도 있으니 참고하자.

8. 제주도의 감성을 느끼다, 제주 문화공간

제주 곳곳에 자리 잡은 문화공간들이 전시와 공연으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유명 작가나 대형 전시장이 아닐지라도 제주도민의 소박한 삶이 작품으로 변신해 신선한 감동을 전한다. 산지천 갤러리에선 제주의 어머니, 해녀들의 문화와 일상을 읽고, 서귀포 문화빳데리 충전소에선 밀납으로 빚어낸 매화 ‘윤회매’를 통해 내면의 소리와 자신에 집중한다.

문화공간 양은 젊은 작가의 무의식에 드러난 4.3으로 잊힌 역사에 다가서기도 한다. 한편 옛 병원건물에서 예술공간으로 변신한 이아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예술과 삶을 이어준다. 물론 국내외 유명 작품을 만나는 호사도 가능하다.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1, 2는 예약 도슨트제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9. 제주에서 마시는 특별한 맥주, 제주 펍&양조장

4대에 걸쳐 전통방식을 지켜온 제주 술익는 집에선 제주 전통주와 발효음료 만들기 체험이 마련돼 있다.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탐라에일 탭하우스에서는 국토최남단 브루어리, 서귀포에서 만든 신선한 맥주를 만날 수 있다. 페일에일부터 바이젠까지 다양한 수제맥주를 만드는 공장투어도 체험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다.

국내유일의 멜로멜 와인(과실을 첨가한 벌꿀 술)은 제주허니와인에서 만날 수 있다. 꿀과 감귤과즙 모두 제주산 재료를 고집한 고급와인의 향긋하고 달콤함에 여행의 피로도 녹아내린다. 제주샘주를 찾는다면 오메기떡, 전통주 칵테일, 쉰다리를 만들어보자.

10. 제주도민 인증 '실속 밥집'

관광객들 사이 입소문난 맛집도 좋지만 제주도에 왔으니 현지인 인증 맛집이 더욱 땡긴다. 도민들이 인정한 틈새식당, 다올정식당, 서울국수가게, 다복식당은 관광객들의 입맛도 매로시키기에 충분하다.

눈앞에서 익어가는 두루치기를 기다리다 현기증이 나고, 윤기 흐르는 수육정식 앞에서 체면은 사치다. 착한 가격의 정식차림에, 반찬집 운영경력의 사장님 덕에 화려한 반찬을 자랑하는 국수가게에서 국수보다 순두부가 주인공인 건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