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을 지키는 공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SBS 제공

26일 방송되는 ‘SBS스페셜’에서는 영화, 드라마에서만 보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너무나도 낯선 공간 부검실은 서늘한 공기, 날이 선 도구들, 차가운 부검대, 그 위에 놓인 시신. 상상만으로도 사람들에겐 오금 저리고 익숙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부검실의 이미지와 실제 국과수 부검실의 이미지는 아주 달랐다. 채광 좋은 아침에 죽은 자들은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이곳으로 찾아온다. 의문의 사연을 가진 한 죽은 자가 부검실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따사로운 햇볕이 잘 드는 아침에 부검은 시작된다.

비밀에 싸인 부검실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는 저마다 사연을 품고 찾아올 고인을 기다리는 ‘산 자’들이 있었다. 죽은 자들에게만 허락된 공간을 지키는 산 자들을 가리켜 법의관이라 부른다.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 원장은 “그분들이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게 만약 억울한 거라면 반드시 억울함을 풀어줘야죠”라고 말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법의관들은 부검을 통해 고인이 몸에 남긴 메시지를 찾고 그 속에 감춰진 비밀 혹은 억울한 사연을 듣는다. 법의관들은 이 과정을 통틀어 삶의 마지막 진료, 죽은 자와의 마지막 대화라 말했다.

사진=SBS 제공

차가운 부검대 위에는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는 중년의 남성이 누워있다. 그는 지금 삶의 마지막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부검대 위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는 법의관의 눈빛이 매우 무겁다. 하홍일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은 “옆에서 보면 미친 사람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그냥 ‘왜 이렇게 늦었어요’라든가 그런 얘기를 할 때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게 대부분 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얘기죠”라며 부검실에 들어가면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밝혔다.

법의학을 다루는 이들에게는 죽음이란 삶의 끝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부검을 통해 각종 범죄와 사건, 사고를 예방해 남은 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면 그 죽음이 단지 하나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법의관들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우리의 삶을 위해,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부검실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부검실에서 죽음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법의관의 삶을 이야기할 SBS ‘SBS스페셜;은 26일 오후 11시 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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