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같던 정은지를 기억하고 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 고정관념을 모두 버려야 한다.

29일 개봉 예정인 ‘0.0MHz’는 세상에 일어나는 초자연 미스터리를 분석하는 대학 동아리 0.0MHz의 멤버들이 우하리의 한 흉가를 찾은 후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담는다. ‘0.0MHz’에서 정은지는 귀신을 보는 눈을 지닌 소희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싱글리스트가 지난 22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첫 영화 데뷔를 치른 ‘0.0MHz’의 배우 정은지를 만났다.

첫 영화 데뷔작이자 첫 영화 주연작인 ‘0.0MHz’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정은지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뽐내고 있었다. 영화 속 소희와는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왜 첫 영화 데뷔작을 공포영화로 골랐는지 묻자 그는 “무대 위에서 예쁜 표정만 짓다가 표정을 막 망가트리니 쾌감이 느껴지더라고요”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평소에 무서운 얘기를 친구들에게 많이 해주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 표정이 무서워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서운 이야기를 잘하니 내가 하면 설득력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도전이지만 재밌어요!”

하지만 속내는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있었다. 2012년 ‘응답해라 1997’ ‘트로트의 연인’ 등 계속해서 밝은 역할에서 오는 이미지 고착과 연기의 한계를 느꼈다고.

“대사말고 분위기로 전달해야 하는 씬이 많았어요. 제가 해본 적이 없는 것이라 더 재밌게 느껴졌죠. 사실 평소라면 윤정(최윤영) 역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소희라는 역이 들어온 게 너무 좋았어요. 저한테 다른 것을 바라신 것 같아서...감독님이 촬영할 때 ‘너 생각보다 되게 무서워. 무표정일 때 되게 소름돋아’ 이러시면서 격려도 많이 해주셨어요(웃음)”

‘응답해라 1997’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지만 바꿔 말하면 그만큼 배우 정은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만 갔다. 이에 정은지는 솔직하게 부담감이 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맞아요. 솔직히 ‘응답해라’에 버금가는 이슈의 작품을 하지 못해서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죠. 특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까지 괜찮았지만 계속 비슷한 롤이 들어오면서 그런 고민과 부담은 더 심해졌어요. 이번 영화를 선택한 것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연기적으로 고민이 많던 시기, 도움이 되어주던 건 바로 주변의 선배들이었다.

“전작에서 박지환 선배, 진경 선배 등 격려를 너무 많이 해주셨어요. 저번에는 두 분을 모시고 누룽지 백숙을 먹으러 갔는데 너무 좋은 시간이었어요.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주변 분들에게 배우는 게 너무 좋아요. 지환 선배님은 같이 대본도 읽어주시고 되게 다정하세요. ‘범죄도시’에서 인상깊은 역을 하셨는데 그런 게 하나도 생각이 안 날정도로요”

영화 ‘0.0MHz’는 원작 웹툰이 있는 작품. 다음 웹툰에서 인기리에 완결했다. 정은지는 원작이 연재했을 당시부터 챙겨봤던 팬이었다고.

“저는 연재할 때부터 봤어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렇게 재밌게 본 웹툰이 영화화되는데 그게 저한테 들어온 거죠. 당시에 친구들이 너무 재밌다고 추천해준 웹툰인데 그날 밤은 잠을 다 설쳤어요. 오히려 일상적인 내용들이 들어가 있어서 더 무섭고 실감났죠. 그리고 오랜만에 영화 덕분에 다시 봤는데 너무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소희를 그렇게 자세히 안봤는데 이제는 소희에 집중해서 이때는 소희가 왜 그랬는지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한 여름에 밀폐되고 작은 폐가 촬영지에서 촬여해야 하다보니 힘든 점도 많았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도 많았다. 그중 정은지은 유독 ‘72씬’을 강조하며 “‘0.0MHz’가 아니라 제목을 ‘72씬’으로 지어야 하나 싶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랑 윤정언니랑 대립하던 씬이 있는데 그날 너무 더웠어요. 되게 밀폐된 공간에서 심지어 촛불도 켜진 공간에서 숨을 몰아쉬면서 격정적인 장면들을 촬영해야 했죠. 몸싸움도 하고 와이어도 해야 했고요.

그 장면은 정말 모든 스태프들이 다 힘들어했어요. 무려 72씬이었는데 거의 일주일을 찍은 것 같아요. 윤정언니랑 그 씬으로 뭔가 애착도 생기고 그랬어요. 언니는 혼자서 잠깐 기절했는데 주변이 너무 분주해서 아무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언니가 일어나서 ‘나 기절했어!’라고 하는데 얼마나 놀랐는지(웃음)”

윤영과의 대립 씬에서 정은지는 빙의와 굿을 하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굿하는 영상을 찾아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굿하는 영상을 많이 찾아봤어요. 그중에서 ‘신 엑소시스트’라는 것을 봤는데 그게 진짜 도움이 됐어요. 무속인들마다 다 각자 스타일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비슷한 포인트가 있더라고요. 그런 것을 집에서 따라 해보기도 하고...무속인 한 분을 소개받아서 자문을 받기도 하고요. 사투리도 제가 경상도 사투리는 하지만 전라도 사투리를 해본 적이 없으니 주변에서 녹음 파일로 전해 들으면서 연습하기도 했어요”

사진=스마일이엔티/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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