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서 이어집니다

안나와 비극적인 사랑에 빠지는 브론스키와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두 명의 브론스키, 김우형과 민우혁과의 호흡도 궁금했다. 이에 김소현은 “두 분이 너무 다르세요!”라며 말을 이었다.

“김우형씨는 남성적이고 우직하고 직진형이에요. 1막과 2막의 변해가는 브론스키의 모습을 다채롭게 표현하세요. 민우혁씨는 패기있고 열정적인 브론스키고요. 안나를 한결같이 사랑하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브론스키같아요. 둘 다 너무 달라서 저 또한 안나에 매여있는 것이 아니라 브론스키에 따라서 달라져서 항상 색다른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엘리자벳’ ‘명성황후’ ‘마리 앙투아네트’ 등 김소현은 계속해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작품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 또한 마찬가지고 비극적이다. 그러나 안나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8년째 계속 죽고 있어요. 단검에도 죽고, 장검에 3번, 단두대에 찔려죽고(웃음) 이번에는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라요. 점점 삶을 포기하면서 피폐해지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요. 자살이라는 그 사그라드는 과정에 많이 몰입해야 하고 끝도 없이 생각을 해야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타인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것과 자살을 하는 것은 정말 다르니까요. 안나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그 세밀한 감정을 관객들과 같이 쭉 끌고 나가려고 노력해요”

그는 ‘안나 카레니나’를 하며 그저 어떤 것을 표현하지 않고 스스로를 버리는 경험을 처음 했다고 한다. 김소현에게 안나는 사실 본인의 삶에서 가장 대척점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 김소현이라면 아들을 버리고 가는 선택은 안 했을 거예요. 그래서 김소현으로서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은 바로 아들을 찾아간 장면이에요. 덕분에 이번 공연에서는 저 자체가 없어지는 ‘무’의 과정을 보여드리게 되는 것 같아요. 안나가 패티라는 오페라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저 그 오페라를 보면서 지난날을 떠올리는 거죠. ‘어떻게 해야지’라고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연습 때는 제일 중요한 넘버를 왜 다른 사람을 줬을까 생각을 들었는데 공연을 하니 알겠더라고요. 왜 그 장면에서 안나가 오페라를 듣고 깨달음을 얻는지 말이죠. 사실 배우가 연기할 때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 장면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앞서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솔직하게 워킹맘으로서 고충을 이야기해 공감을 얻었던 김소현. 그는 또 한번 워킹맘으로서 아들 주안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그리고 그만큼 무대에 대한 강렬한 열정을 전했다.

“주환이한테 제일 미안하죠. 그래도 본인이 더 뿌듯해 해줘요. 불만은 엄마가 죽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죽는 거 많이 힘드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웃음) 자식이라는 존재가 가슴이 저리는 행복감을 줘요.

남들은 연습 때 저한테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말해요. 그런데 저는 일과 가정을 병립해야 하니 주어진 시간이 더 짧아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고충이자 힘인 것 같아요”

한편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지난 17일 개막해 7월14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사진=마스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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