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이화영화제(EFFl)가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에서 개최된다. 이화영화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야외상영 영화제로 133년 역사의 이화 캠퍼스 전체를 극장으로 활용한다.

이화영화제는 크게 ‘메인테마섹션’ ‘문소리 특별전’ ‘누에 필름 복원’ ‘작은영화의 함성’ ‘서울환경영화제’ ‘EFF센스스크린 : 오감자극’ ‘D-echo’의 7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메인테마 섹션’은 다시 ‘세븐 빌리어네어 7 Billion-aire’ ‘디아스포라’ ‘자본주의의 식탁’의 3개 스크린으로 나뉘어 각각 ‘경제’ ‘여성, 재개발, 난민 등의 사회문제’ ‘동물권’를 다룬다. 봄 기운이 만연한 5월의 밤 이화영화제에서 놓쳐서는 안될 추천작 베스트 3를 소개한다.

# 김수정 감독 ‘파란입이 달린 얼굴’

메인테마섹션 ‘세븐 빌리어네어’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 ‘파란입이 달린 얼굴’은 도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잊어가는 한 여성을 보여준다. 주인공 서영(장리우)가 삶을 살아내가는 모습은 포스트포디즘 이래 신자유주의를 배경으로 하며 각자도생해 살아남는 시대에서 그나마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하던 가족조차도 개인으로 해체되는 현대 자본의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투병중인 엄마와 지체장애가 있는 오빠를 부양하는 가장인 서영을 통해 ‘파란입이 달린 얼굴’은 서슬퍼래진 개인을 만든 조건들과 그에서 오는 결핍을 탐색한다. 지극히 개인화된 자본주의 도시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생존하고 있을지, 언젠가부턴가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면서 얼굴이 영영 사라지고 있지는 않을지 보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 김태일, 주로미 감독 ‘올 리브 올리브’

한 국가 안에서 내국인, 즉 민족이라는 특권을 가지지 못하고 언제나 소수자로 남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디아스포라’ 섹션에서는 ‘올 리브, 올리브’를 만날 수 있다. 나불루스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점령 상황 속에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의 다양한 일상을 담은 ‘올 리브, 올리브’는 굴욕적인 일상이 반복돼도 땅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이들의 저항이 주인공 위즈단의 가족을 통해 그려진다.

농촌마을인 세바스티야는 점점 늘어가는 이스라엘 점령촌 건설로 세비스티야 마을 사람드의 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이 70년 가까운 세월동안 세바스티야를 지키고 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잠깐의 평화와 불안감에 난민촌은 언제나 긴장감이 맴돈다. 2차례의 인디파다로 인한 8년간의 봉쇄, 그 고통과 불안이 난민촌 사람들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다. 가족의 죽음, 친구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이들의 고단한 일상과 작은 평화를 위한 저항을 담아내고 있는 영화다.

# 리즈 마샬 감독 ‘우리 체제의 유령들’

‘자본주의 식탁’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 체제의 유령들’은 비인간 동물의 희생으로 공고히 되는 자본주의 체제를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인간에 의한 비인간 동물의 학대 및 착취의 현장은 말 그대로 ‘전장’이다.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이 피해자인, 소리가 없기 때문에 무시돼 온,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는 착취당하는 비인간 동물과 그 곳에서 빠져나와 대안적 삶을 살고 있는 비인간 동물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영화는 인간이 비인간 동물과 관계를 맺고 그들 또한 지각과 감정이 있음을, 그리고 그들이 인간에 의해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있음을 대면해 이를 행동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이화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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