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푸근한 매력으로 데뷔 후 22년 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차태현(41)이 예능이 아닌 영화로 컴백한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감독 주지홍)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의 몸에 들어가는 능력을 가지게 된 남자가 사랑의 큐피드로 변신, 행복한 기적을 만들어 내는 코미디다.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 작품 분위기처럼 눈앞에 마주한 차태현은 환한 미소로 ‘비타민 에너지’를 발산했다.

 

Q. 배우 차태현의 브랜드 가치는 ‘로맨틱코미디’에서 빛을 발한다. 이번 ‘사랑하기 때문에’에서도 역시 주특기를 들고 극장을 찾는다.

A. 워낙 많이 해서 그런가보다.(웃음) 그런데 ‘아빠’라는 이름을 얻고서는 로맨틱코미디를 하기엔 조금 어색하다. 시나리오를 고를 때도 이젠 휴먼 코미디 쪽으로 손이 더 간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로맨스 감성이 있어도 보편적 정서를 지닌 코미디라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와 함께 감동적인 영화를 해보고 싶다. 이젠 나이나 상황이 그런 걸 할 타이밍이다. 지금과 유사한 상황을 연기에 반영하면 보다 좋은 연기가 나올 것 같다.

 

Q. 사실 누군가의 몸속에 들어간다는 소재가 ‘헬로우 고스트’와 겹치는 느낌이다. 가장 잘 하는 연기와 진부함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A.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헬로우 고스트’랑 겹쳐서 많이 걸렸다. 그래도 유재하의 명곡으로 영화를 채운다는 게 크게 와 닿았다. 전체적인 느낌이 꽤 좋았다. 다만 아쉬운 건 저작권 문제로 두 곡 밖에 사용을 못했다는 점이다. 전곡을 다 채우려는 욕심이 있었는데 약간 마음에 걸린다. ‘그대 내 품에’가 빠진 게 특히 아쉽다. 그래도 진부할 수 있는 오프닝 사고 신에서 ‘사랑하기 때문에’가 흘러서 색다른 감동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Q. 이번에도 역시 다양한 캐릭터를 차태현만의 색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여고생부터 노총각, 형사, 치매 노인까지 느낌이 묘했을 것 같다.

A. 특히 여고생 교복을 입었을 때 많이 민망했다. 하필 촬영이 사람 많은 홍대였다.(웃음) 그래도 스스로 창피하다고 생각하면 연기가 딱딱해지니까, 뻔뻔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이런 다소 이상한 역할을 누군가는 싫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꽤 즐겁다. 예전에 드라마 ‘전우치’를 찍을 때 주문 외우고, 장풍 쏘는 게 꽤 희열감을 줬다. 그때 동네 꼬맹이들에게도 인기 많았다.(웃음) 남들은 흑역사라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Q. 그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일각에선 차태현의 변신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 악역을 하고 싶기는 하다. 그런데 변신 때문에 강박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중간중간 스릴러 시나리오가 들어오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캐릭터는 비슷해도 시나리오가 좋으면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년에 개봉하는 ‘신과 함께’가 약간 그런 느낌이다. 비슷하지만 전혀 새로운 그림이 기대가 된다.

  

 

Q. 작품 속에서 스컬리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과 호흡도 꽤 인상 깊었다. 나이차가 스무 살 넘게 나다보니 친해지기 좀 불편하지는 않았나?

A. (김)유정이가 워낙 친절하고, 성실해서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사실 촬영 전에 스컬리라는 역할이 가장 매력 있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은 동안인 성인 연기자에게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유정이가 캐스팅 됐다고 해서 좋았다. 지금이야 그 친구가 드라마 주인공도 하지만, 찍을 때는 아니었다. 놀랄 만큼 연기도 잘하고, 특히 40대와 10대의 비주얼 차이가 왠지 자연스러워서 좋았다.(웃음)

 

Q. 최근 예능 ‘1박2일’에서의 활약도 대단하다. 예능과 연기를 병행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A. 드라마를 할 때는 ‘예능을 그만 둬야하나?’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은 난다. 드라마는 거의 쉼 없이 달리는 스케줄이라 많이 지친다. 그렇다고 ‘1박2일’에서 몸 사리고 그러면 또 재미가 없어서 설렁설렁 하지도 못한다.(웃음) 그래도 나는 영화나 예능 이미지가 비슷한데, (김)주혁이 형은 악역을 맡을 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곤 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에서 센 역할을 맡는 때가 오면, 예능을 병행하기 힘들 것 같다. 그때가 그만 둘 타이밍인 것도 같다.

  

 

Q. 그래도 이제 차태현 없는 ‘1박2일’은 이제 상상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얼마 전 ‘연예대상’에서도 희소식이 있었다.

A. 사실 (김)종민이 특집이 잘 돼서 어느 정도 대상 받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너무 대놓고 밀어준 게 티나지 않았나. 10주년도 아니고 9주년 특집은 좀 억지다. 국정조사 나가면 다 걸릴 분위기다.(웃음) 그래도 종민이가 여태껏 열심히 해왔고, 결실을 맺어서 좋다. 개인적으로는 ‘1박2일’ 팀이 받은 프로그램 상이 더 대상 같다. 올해 트로피 원본은 내가 가지고 왔다.(웃음) 똑같이 생긴 걸로 여러 개 만들어서 멤버들에게도 전달할 예정이다.

 

Q. 이제 2017년이 시작되면 예능인이 아니라 배우 차태현으로 팬들을 찾는다. 예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A. 하는 영화들이 매번 비슷비슷해서, 따뜻하다고만 홍보가 된다.(웃음) 따뜻한 남자라는 말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에’는 유재하의 명곡들이 수록돼 개인적 의미를 더 키운다. 원곡을 스크린에서, 좋은 시스템으로 들으면서 관객분들도 또 다른 감동을 느꼈으면 한다. 80년 대 음악인데 고등학생들도 좋아하는 걸 보면 음악의 힘은 참 대단하다. 영화도 누구나 좋아하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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