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병신년(丙申年)이 가고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지난해 말 교수신문이 선택한 ‘2016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올해는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통과·인용 시기에 따라 ‘벚꽃대선’이 될 수도 ‘찜통 대선’이 이뤄질 수도 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잠룡들이 일제히 내놓은 새해 화두에는 어떤 의지가 담겨 있는지 살폈다.

 

 

1. 재조산하(再造山河)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나라를 다시 만들다’라는 뜻의 재조산하(再造山河)를 꼽았다. 재조산하는 임진왜란 당시 실의에 빠져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준 글귀다. 문 전 대표 측은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죽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충신들의 마음으로, 지금 우리가 절박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대개조에 나서야 할 때임을 뜻한다”고 전했다.

 

2. 마부위침(磨斧爲針)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있는 인내로 성공하고야 만다’는 뜻을 담은 ‘마부위침(磨斧爲針)’을 정했다. 촛불사태 후 지지율이 급락,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크게 밀리는가 하면 당내 영향력도 급속히 위축되는 등 벼랑 끝 위기에 몰린 안 전 대표는 연말연시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칩거 상태에 들어갔다. 그의 심경이 엿보이는 사자성어다.

 

3. 민주주의(民主主義)

386세대 간판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참신함과 전문성을 앞세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국민의 명령은 낡은 20세기를 끝내고 시대교체를 이루라는 것”이라며 “시대교체를 위한 원리는 민주주의뿐”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에 의해 설계되고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 사불범정(邪不犯正)

탄핵정국을 거치며 선명하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대중적 인기를 모으며 기존 대선주자들을 강력히 위협하게 된 이재명 성남시장은 ‘바르지 못한 것이 바른 것을 범하지 못한다’는 뜻의 사불범정(邪不犯正)을 꼽았다. 이 시장은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공정하고 공평한 민주공화국, 우리가 꿈꾸는 새해의 나라 모습이라고 말했다.

 

5. 혁고정신(革故鼎新)

박원순 서울시장은 ‘옛것을 뜯어고치고 솥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뜻의 혁고정신(革故鼎新)을 꼽았다. 박 시장은 "2017년은 탄핵의 완성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해"라며 "기득권 체제를 청산하고 99대1의 불평등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 노적성해(露積成海)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노적성해(露積成海)를 제시했다.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뜻인데 작은 촛불이 모여 큰 민주주의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떠올랐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뚜벅뚜벅 걸어서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7. 국태민안(國泰民安)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살기 평안하다’는 뜻의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꼽았다. 민주당을 탈당한 손 전 고문은 이달 중 타 정치세력과 연대를 염두에 둔 ‘국민주권 개혁회의’ 발대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할 전망이다.

 

8. 자구구국(自救救國)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는 “국민 스스로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국민주권을 외치며 스스로도 구하고 나라도 구하는 일에 나섰다”며 2017년 사자성어로 ‘스스로를 구하고 나라를 구한다’는 의미의 자구구국(自救救國)을 꼽았다.

 

9. 불파불립(不破不立)

개혁보수신당 창당 주역인 유승민 의원은 '불파불립(不破不立)'을 화두로 던졌다. 낡은 것을 깨뜨려야 새 것을 세울 수 있다는 사자성어에 신당 창당에 나선 결의를 담았다. 유 의원은 "친박 패권에 가로막혀 개혁적 보수의 길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깨뜨리지 않고는 바로 세울 수 없었다. 새해에는 개혁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0. 해현경장(解弦更張)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인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제시했다. 그는 "옛것을 새롭게 개혁하자는 뜻"이라며 "다 함께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국정치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했다.

 

11. 한국재건(韓國再建)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부패된 보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지지사는 사자성어 대신에 '코리아 리빌딩(한국 재건)'을 화두로 던지면서 "2017년은 낡은 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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