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이 밝았다. 닭은 어둠을 물리치고 밝은 새벽을 불러들인다는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간식인 치맥과 보양식인 삼계탕·백숙의 요리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머리가 나쁜 사람을 향해 속된 말로 ‘닭대가리’로 놀릴 만큼 비하의 대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닭에 관한 오해와 진실과 마주했다.

 

 

#1. 꿩과에 속하는 중형 조류로, 머리에 붉은 볏이 있고 날개는 퇴화하여 잘 날지 못하며 다리는 튼튼하다. 생후 170~200일이 지나면 번식능력을 갖고, 연간 100~220개의 알을 낳는다. 현재 사람들이 기르고 있는 닭은 3000~4000년 전에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 등지에서 들닭(野鷄)을 길들여 가축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서 닭이 사육되기 시작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신라 시조 설화에 닭이 등장하고 있고 중국 문헌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한(韓)나라에 꼬리가 긴 세미계(細尾鷄)가 있다는 기록으로 미뤄 삼국 이전부터 사육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 예부터 닭은 5가지 덕을 갖춘 동물로 칭송된다. 옛사람들은 닭의 벼슬을 보고 머리에 쓰는 관을 닮았다고 해서 ‘문’(文), 발톱은 ‘무’(武), 적을 앞에 두고 용감히 싸우는 것은 ‘용’(勇), 먹이를 보고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 때를 맞춰 새벽을 알리는 것을 두고 ‘신’(信)의 덕목을 두루 갖춘 것으로 봤다. 새벽을 알리는 것은 수탉의 일이다. 새벽이 되면 해가 뜨기 전 주위 온도 등 환경요인이 달라지면서 닭의 호르몬에 변화가 생겨 홰를 치고 울음을 내게 된다.

 

#3. 흔히 머리 나쁜 사람을 빗대어 부르는 ‘닭대가리’라는 말도 사실 근거가 없다. 닭의 뇌가 작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곤 하나 닭의 몸에 비하면 그렇게 뇌가 작은 것도 아니며, 기억이나 인지 등에 필요한 수준은 된다. 닭의 똑똑함은 연구결과로도 드러난다. 닭의 울음소리를 24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이 가운데 많은 소리가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 닭의 조상인 '적색야계'는 우두머리 수탉과 우두머리 암탉이 이끄는 4∼13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했는데, 이런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지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고 학계는 추정한다.

 

 

#4. 최근에는 애완용 닭에 관심이 생겨 닭을 키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능, 친근함, 자녀교육용, 인간과의 교감이 뛰어나서다. 애완닭 애호가의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인 '닭대통령'의 회원 수는 1만5000여 명이나 된다. 애완닭은 200여종이 넘는다. 계획적인 교배를 통해 작은 크기, 강건함 등 애완용으로 적합한 특징을 갖게 된 '반탐'의 인기가 가장 높고, 털이 길고 화려한 '블랙수마트라'도 많이 키운다.

 

#5. 임신 중에 닭껍질을 많이 먹으면 아이 피부가 닭살이 된다는 무서운(?) 속설이 있다. 물론 오해다. 오히려 닭고기는 피부를 구성하는 주영양소인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 건강에 좋다. 또한 출산 후에는 닭고기처럼 고단백 식품을 먹는 것이 산후조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정란, 유정란의 영양가에 차이가 있다는 속설도 오해다. 부화의 가능과 불가능 여부만 차이가 있을뿐 영양학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