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이전 영화와 다르게 새로운 배우들의 출연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송강호 역시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과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며 이들의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기택의 아내 충숙으로 나오는 장혜진씨는 ‘밀양’에서 동네 아주머니로 짧게 등장했어요. 그 당시 촬영하면서 만날 일이 없었죠. 기택의 딸 기정 역을 맡은 박소담은 ‘사도’에서 제 후궁으로 나왔죠. 그때는 서로 부딪히는 장면이 없어서 이야기를 나눌 틈이 없었어요. 솔직히 이 배우 조합이 신선했지만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죠. 실제로 촬영하면서 느낀 건 모든 배우가 인성, 태도, 연기 모두 훌륭했다는 것이었어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대단하잖아요. 배우들의 끈끈함 때문에 연기 앙상블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저는 카카오톡을 안하는데 배우들끼리 카톡 단체방이 있더라고요. 촬영 시작할 때부터 만들었대요. 저는 문자, 전화 걸고 받기. 이 세 개만 할 줄 알아요.(웃음)”
“최우식씨와 박소담씨는 평소에도 저를 아버지라고 불러요. ‘내가 쟤들한테 아버지 소리를 들어야하나’ 생각하기도 했죠.(웃음) 하지만 젊은 배우들이 보여준 친말감의 표현이니 기분이 정말 좋아요. 마치 영화를 보고 느낀 것과 같았죠. ‘기생충’에서는 악인을 그리지도 않고 누군가의 대결을 보여주지 않아요. 그럼에도 희극과 비극을 오가죠. 그게 진짜 우리 삶이 아닌가 싶어요.”
송강호는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김지운 감독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는 코믹한 모습을,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는 진지함과 함께 공포 분위기를 뿜어냈고 이번에 ‘기생충’에서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연기 변신이 오로지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건 아니라고 말했다.
“작품마다 가지고 있는 변별력이 있기 때문에 캐릭터 변신은 늘 하고 싶죠. 제가 캐릭터 변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기보다는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느낌들이 달라서 맡는 역할도 달라지는 거죠. 배우는 당연히 작품에 잘 흡수되는 연기를 펼쳐야해요. 배우들마다 연기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 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게 중요하죠. ‘이 연기가 맞고 틀리다’라고 하지 말고 서로의 연기를 다 존중해야해요.”
“제가 맡은 역할마다 다른 연기를 펼친 건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김지운 감독, 박찬욱 감독 등 저와 함께한 연출자분들이 저의 다양한 모습을 봤기 때문이에요. 그분들이 송강호라는 배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으로요. 사실 그분들한테 정말 고맙죠. 배우는 늘 새로운 연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줘야하는데 그걸 끄집어냈잖아요. 그분들이 배우들의 연기를 재활용하실 분도 아니고.(웃음)”
송강호에게 ‘기생충’이란 작품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봉준호 감독에게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순간까지. 송강호는 이 모든 순간을 추억하며 자부심을 느꼈다. 또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이룬 대업적을 선배 예술가들에게 돌리며 그들에 감사를 표했다.
“‘기생충’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네요. 4~5년 전에 봉 감독이 ‘기생충’ 오프닝을 설명한 적 있었어요. 술 취한 사람이 소변을 누면 반지하 벽지를 타고 흘러서 자국이 남는 장면이었거든요. 이 장면이 진짜 오프닝은 아니었지만 이야기만 들어도 되게 흥미로웠어요. 제목이 ‘기생충’이라고 했는데 제가 제목 죽인다고 했죠.(웃음)”
“‘기생충’이 한국영화 100년사 첫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점에 감회가 남달라요. 봉 감독도 칸에서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고 했죠. ‘기생충’이란 영화가 한국영화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자긍심, 자부심이 있어요. 이건 단 하루 아침에 된 게 아니에요. 선배 예술가들이 쌓아올린 업적을 봉 감독이 그 정점에서 깃대를 잡을 것이죠. 황금종려상을 받고 나서 정말 숭고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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