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에서 악한 기운을 뿜어냈던 어린 소녀가 어느새 ‘기생충’의 전원백수 가족의 강인한 막내딸로 변했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개봉 후 700만 돌파. ‘기생충’은 박소담에게 많은 걸 안겼다. 무엇보다 박소담이 펼친 현실감 넘치는 연기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박소담은 인터뷰 시작 전부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쁨과 부담이 동시에 얼굴에 드러났다. 아마도 ‘기생충’의 흥행 때문이 아닐까. ‘검은 사제들’ 이후 오랜만에 흥행의 맛을 본 박소담은 ‘기생충’을 통해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책임감을 한번 더 깨달았다.

“‘기생충’을 찍으면서 정말 행복했는데 관객분들이 영화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아요. 제가 이런 흥행의 기쁨을 벌써 겪어도 되나 싶기도 하고요. 배우로서 영화계에 발을 내딛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큰 관심을 받아 좋기도 하면서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시나리오로 기정이를 만났을 때 이 아이는 ‘할 말 다하는 애구나’ ‘어쩜 이렇게 당차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정을 차근차근 알아갈수록 이 아이가 짠하더라고요. 28세의 나이에 직업 하나없이 미술 입시 준비를 계속 해왔을 텐데 가정형편도 좋지 않아 혼자 어떻게든 공부했을 상상을 하니 참 슬펐죠.”

박소담과 봉준호 감독은 과거 인연이 있었다. ‘옥자’ 때부터 이어진 인연으로 박소담은 ‘기생충’에 출연하게 됐다. ‘기생충’에서 기정 역을 맡은 박소담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그의 당돌하고 거침없는 매력을 폭발했다. 무엇보다 그는 기정을 통해 관객들의 가족에 꼭 있는 형제자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줬다.

“제가 ‘옥자’ 때 미자 역으로 캐스팅 미팅을 했어요. 감독님이 제 사진을 보시고 연락주셨는데 알고 봤더니 제가 어린 10대가 아니라 그 당시 20대 중후반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과 1시간 반동안 이야기만 하다가 집에 갔어요. 나중에 모르는 번호로 저한테 연락이 와서 받지 않았는데 알고 봤더니 ‘기생충’ 의상감독님 번호였어요. 봉준호 감독님이 왜 사람을 못 믿냐고.(웃음) 그때가 3년전 여름이었어요. 송강호 선배님의 딸로 나오고 가족이야기라는 것 외에 알려주신 게 없었죠. 감독님이 나중에 시나리오 보여주시면서 ‘마음에 안들면 거절하셔도 됩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럴 생각없습니다. 시켜만 주세요’라고 했죠.(웃음)”

“봉준호 감독님은 기정과 기우(최우식) 중 누가 나이가 많은지 모를 정도로 연기하길 바라셨어요. 술 먹고 부모님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에서 기정이 이 집의 막내라는 걸 그때서야 깨닫게 돼죠. 기정이는 속앓이를 참 많이 하는 아이라고 생각해요. 물난리가 났을 때 화장실 변기에 앉아 가만히 있으면서 그곳에서 속으로 담아놨던 모든 애환을 해소하지 않나 싶어요.”

박소담은 이번 영화에서 유행어 하나를 탄생시켰다. 바로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어 시카고”다. 부잣집 과외선생으로 면접을 보러 가기 전 하는 이 노래는 예고편 등장부터 영화가 상영되고 나서까지 관객들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자신도 몰랐던 유행어 탄생을 물론 영화의 모든 것이 그를 놀라게 만들었다.

“기정이의 가족은 이상하리만큼 사이가 좋아요. 아빠 기택(송강호)의 무능함을 원망할 수 있고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가족끼리 다툴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기정, 기우 모두 부모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답게 환한 모습을 보여줘요. 그게 기정이 당당할 수 있는 이유였죠. 그런 현실적인 삶이 저한테 많이 공감이 됐어요. 반지하도 현실적이었죠. 박사장(이선균)네 저택이 거대하고 화려해 놀라웠지만 반지하만큼 편안하진 않았어요.”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어 시카고’가 관객분들에게 인기있는 줄 몰랐어요. 이게 ‘독도는 우리땅’ 음에 가사를 입힌 거예요. 감독님이 처음엔 4절까지 만드셨죠.(웃음) 일상적인 대화도 아니어서 정말 잘 외우려고 노력했죠. 칸영화제 상영 때도 해외 영화인들이 그 장면을 보시고 다 웃으시는 거예요. ‘왜 여기서 웃지’하며 놀라워했죠.”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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