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혜성같이 등장해 전세계 클래식계를 놀라게 한 인물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2015년 세계 최고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20살이란 어린 나이와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더더욱 그녀에 대한 관심은 고조됐다.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곳에서 활발히 음악 활동을 펼치던 임지영이 그녀의 친구 비올리스트 매슈 리프먼과 듀오 공연으로 고국을 찾아왔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듀엣 공연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형태로,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지영과 매슈 리프먼의 금호아트홀 ‘클래식 나우!’ 시리즈 공연은 6월13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펼쳐진다. 공연에 앞서 싱글리스트가 두 차세대 연주가를 만났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듀오 리사이틀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드물다. 그렇기에 임지영도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많이 고심했다며 “주제를 정하고 어떤 비올리스트 찾을까 생각했을 때 바로 제 머리 속에서 매슈가 떠올랐어요”라고 이번 공연의 파트너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그는 “리허설 과정에서 처음 맞춰보는 연주자면 시간이 필요한데 저희는 이미 서로를 알고 있는 사이라 편안했죠. 물론 알던 사이라도 스타일이나 음악적 견해가 다르면 충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 없이 한번에 모든 곡을 리허설할 수 있었어요. 서로가 빛날 수 있는 면모를 잘 알기에 서로를 지지해주면서도 각자의 색이 없어지지 않게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두 사람의 호흡을 자랑했다.

비올라와의 듀오 공연 자체가 드물다보니 곡 선정에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는 임지영. 그는 “처음으로 두 악기의 듀오 곡을 공부했어요”라고 말하며 스스로에게도 도전인 공연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생각보다 비올라와 바이올린 듀오로 작곡된 곡이 많이 없었어요. 하지만 찾아보니 주옥같은 곡들이 많았죠. 저는 보통 공연을 구성할 때 하나의 스토리가 되게끔 구성하는 것을 선호해요. 그런 점에서 모차르트 곡이 좋은 오프닝이 될 것이라 생각했죠”라며 “또 빌라로부스, 마르티누 같이 브라질과 미국 출신의 작곡가 등 생소하지만 여러 가지 색채를 들려줄 수 있는 점도 좋았어요. 우리 둘이 미국과 한국이라는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독일에서 공부했다는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것처럼 이 공연에도 여러 문화를 한 번에 느낄 수 있었으면 했어요”라고 이번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한편 임지영은 오랜만에 공연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을 오랜만에 찾은 소감을 물어보니 “반갑고 동시에 책임감이 느껴져요”라며 “오랜만에 한국에 인사를 드리는 건데 이번에 제 친구인 매슈와 함께하게 돼 너무 기뻐요. 그리고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고요”라고 전했다.

임지영은 최근에 벨기에 필립 국왕이 주최한 음악회의 공연을 참여했다. 그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등 귀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는 벨기에에서 후원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주인공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무대 위에 섰다. 또한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이해 판문점에서 ‘평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국가적인 행사에 연이어 참여하며 ‘국가대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활약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임지영은 “좋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기념비적인 연주를 한 것은 너무나 영광이죠. 하지만 그런 자리의 연주라서 더욱 부담되고 책임감이 더욱 느끼는 것은 아니에요. 저의 고국이고 저를 가장 많이 지지해주시는 한국 팬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좋은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 성원을 저버리고 싶지 않으니까요. 판문점과 문재인 대통령 등 귀빈 분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마치 국가대표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줘요. 국가대표가 올림픽같이 큰 대회에 나와서 안장을 차고 경기를 치루듯이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공간에서 연주할 수 있는게 감회가 새롭고 영광스러웠어요”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최근에 개봉한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이널리스트’에 대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가 개봉하고 포스터가 극장에 붙을 때서야 제가 영화에 나온다는 것을 알게됐어요!”라는 놀라운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됐는데 그 콩쿠르 기간동안 많은 취재진과 카메라가 저희를 촬영해요. 하루에 매일 서너개 인터뷰를 하는 일정이었는데 이미 콩쿠르를 준비하느라 많은 집중력과 체력을 소모하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 인터뷰를 기피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님은 시간을 내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를 그저 따라다니시면서 촬영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콩쿠르를 준비 때문에 뭔가 더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그저 저희는 ‘그런가보다’라고 받아들었죠. 그러다가 영화화된 것을 보게 돼 놀랐어요. 마침 한국에 들어왔던 때라 영화관가서 직접 보기도 했죠. 보고나니 내가 저때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했구나라고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4년이 지났지만 돌이킬 수 있는 추억이 생긴 것 같아요”

임지영은 2년전 독일의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로 거취로 옮겨 음악가로서 한단계 성장을 도약하고 있다. 콩쿠르가 마무리되고 4년. 그는 어떤 연주가가 되었을까.

“성장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가로의 성장이에요. 다음으로는 인간으로서 성장이고요. 사실 저는 예기치 못하게 20살에 퀸 엘리자베스를 우승했어요. 당시 한국에서 대학에 재학 중이었고 여러모로 갑작스러웠어요. 하지만 빠르게 아예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했죠. 그것 자체가 하나의 성장일 수도 있겠네요.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독일에 가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음악에 100% 빠져있긴 하지만 인간적인 것을 배제하고 빠져있으면 삶의 밸런스가 안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그런 점에서 어떻게 해내야할지 배워나갔고 지금은 나름의 방식을 찾은 것 같아요. 이제는 음악에 나를 흡수시키고 또 나에게 음악을 흡수시키면서 안정을 찾았어요”

한편 임지영과 매슈 리프먼의 공연은 오는 13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다.

사진=라운드테이블(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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