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계란 164만개가 항공기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수입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늘(9일) 수입 검역·위생절차가 완료된 미국·스페인산 신선란이 국내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신선 계란이 수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오늘까지 미국 현지에 등록된 수출작업장 33개소 중 식약처 승인을 받은 현지 수출작업장을 통해 계란이 수입된다. 이미 국내 유통업체 1개사가 수입 계약을 마친 물품이 있어 이를 합치면 이번 주 내로 항공기를 통해 164만개의 물량이 들어온다. 검역 절차가 며칠 걸리지만, 첫 수입 물량의 경우 설 명절 전에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통해 현재 소비자가 겪고 있는 ‘계란 대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 국내 계란 부족분 감당 못해

AI 사태 이전 국내 하루 평균 계란 공급량은 4300만개였다. 살처분 여파로 지금은 하루 계란 부족량이 1300만개에 달한다. 포장된 계란 한 개의 무게(60~70g)를 고려하면 하루 계란 부족량은 900t 가량이다.

계란을 화물 전용 항공기로 수입할 경우, 비행기 한 대로 한 번에 계란 약 70만개를 실어나를 수 있어 한 번에 약 50t 운송이 가능하다. 부족분을 감당하려면 하루 15회 이상의 항공기 운항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수입 계약 업체는 1곳에 불과하다. 이 업체가 국내 계란 부족분을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수출작업장 등록 개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지금보다 계란 가격이 더 폭등할 경우 수입에 나서는 업체와 물량도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 수입산 계란 가격 책정도 문제

가격 또한 문제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계란 가격은 10개당 2142원으로, 지난해 1월(10개 995원) 대비 115.3% 폭등했다. 소비자 가격 역시 10개당 2987원으로, 전년 동월(10개 1831원) 대비 63.1% 급등했다.

국내산 계란 가격이 폭등했지만, 수입산 계란을 이보다 낮게 책정하기는 어렵다. 수입산 계란의 현지 단가 자체가 비싸고, 여기에 항공운송료까지 포함하면 국내산 계란보다 단가가 높아진다.

다만 농식품부는 계란을 수입하는 업체에 항공운송료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 국내 가격 수준에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항공 및 선박 운송 지원비로 책정된 예산이 9억원 정도에 불과해 항공기로는 2000만개에 대한 운송료만 지원할 수 있다.

 

◆ 신선도 떨어져 구매할지 미지수

또 해외에서 계란을 수입해올 경우 신선도 등이 국내산보다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계란의 경우 조그만 충격에도 파손될 우려가 있고, 수입하는 과정에서 변질될 소지가 있어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산 계란을 구매할지 미지수다.

한 번에 대량으로 운송할 수 있는 선박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선박의 경우 운송하는데 오랜 시간에 소요돼 신선도를 맞추기가 어렵다.

농식품부 이준원 차관은 “계란뿐 아니라 산란종계(번식용 닭) 13만 마리 등을 수입해 공급을 늘리고 방학철인 학교 수요가 줄고 군 공급량 등도 다소 줄여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노력하고는 있다”면서 “하지만 산란계가 30% 이상 살처분된 상태여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현실적으로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살처분된 산란계 생산 기반이 회복되려면 최소 반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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