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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랑과 증오, 그 가운데의 가족 '단지 세상의 끝'

시네필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신작이자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단지 세상의 끝’이 9일 언론 시사로 빛나는 얼굴을 드러냈다. 이름만 들어도 탄성이 터지는 연기파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 마리옹 꼬띠아르, 벵상 카셀, 레아 세이두, 나탈리 베이가 총출동해 일찌감치 2017년 극장가 최고 기대작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단지 세상의 끝’은 불치병에 걸린 유명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가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재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서로를 향한 시선, 그 가운데의 이야기

‘단지 세상의 끝’은 오프닝에서부터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라 나지막이 말하는 루이의 독백을 전하며 느릿느릿한 그의 걸음에 집중한다. 이어지는 화면에서 비행기, 택시를 타고 고향 집으로 향하는 루이는 수많은 시선을 뿌린다. 하지만 이 시선은 어린애의 손이나 차창에 가로막혀 앞으로 이어질 서사가 쉽지 않은 관계를 소묘할 것임을 암시한다.

이윽고 집에 도착한 루이와 그를 반기는 가족들의 시선도 인상적이다. 이들은 분명 서로를 바라보지만 강박적으로 가해지는 클로즈업으로 그 눈빛은 오롯이 카메라에만 갇힌다. 동시에 시야는 선명하다가도 뿌옇게 흐려지면서 갈 곳을 잃는다. 이 연출로 ‘재회’라는 애틋한 단어는 강박과 가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두컴컴한 암실로 기어들어가는 듯 찝찝한 감각을 전한다.

 

가족, 이 단어가 건네는 이면의 감각

‘가족’이란 말을 들으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는 경험은 꽤 익숙하다.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12년 만에 고향을 찾은 루이의 감정도 이 먹먹함을 바탕에 깔아두고 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흔히 가족에 대해 배타적인 감정을 품고 질투를 하기도, 어깨를 누르는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단지 세상의 끝’은 이 복잡미묘한 감각을 서사의 원동력으로 활용한다.

관객들은 가족영화 외피를 쓴 ‘단지 세상의 끝’에서 따스함과 애틋함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속 가족은 흔한 생각과 궤를 달리한다. 오빠를 동경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재능을 쓰지 않잖아”라고 일갈하는 동생 쉬잔(레아 세이두)부터 가족에 대한 책임을 내버리고 자신만의 삶을 사는 동생이 못마땅한 형 앙투안(벵상 카셀)은 처음의 가식적 환영을 내버리고, 12년 간의 균열과 원망을 표출한다.

“널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사랑해”라 말하는 엄마(나탈리 베이)의 고백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정확히 대변한다. 가족이란 건 사랑과 증오, 그 가운데 머물러 있는 단어임을. 아이러니하게도 오직 애틋함을 건네는 가족영화보다도 이 이중성이 더 깊은 생각을 요구한다.

 

과도한 대사, 클로즈업의 압박감

좋은 메시지와 연출을 선보인 ‘단지 세상의 끝’은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에 걸맞는 멋진 매력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다소 과도한 대사량은 관객의 이해를 방해한다. 메시지를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한 방법이라지만, 오프닝에서부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대놓고 드러내는 스토리에 이 같은 대사 호흡은 사족처럼 보인다.

또한 클로즈업이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탓에 러닝타임 내내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 롱쇼트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이루고자 했던 미학적 성취에 다소 공감이 어렵다. 명품 배우들의 연기도 클라이맥스에서 더 폭발하지 못하고 좁은 화면에 갇혀버리는 등 몇몇 아쉬움을 남긴다.

 

러닝타임 1시간39분. 15세 관람가. 19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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