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그룹 계열사들에 김치와 와인 등을 억지로 팔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 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대규모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휘슬링락CC는 영업 부진으로 지난 2013년 총수 일가 100% 소유 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그룹 계열 골프장인 휘슬링락CC가 공급한 김치 512t을 95억 5000만원에 구입했다. 김기유 실장이 김치 단가를 종류에 관계없이 10㎏에 19만원으로 일방적으로 책정하고, 계열사별 구매 수량까지 할당해 지시를 내리면 각 계역사가 이를 받아 다시 부서별로 물량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나 판촉비 등으로 사들여 급여 명목으로 택배를 통해 보냈다. 직원들이 김치를 직접 산 것은 아니고 보너스 개념으로 이를 받았지만, 태광산업 등 일부 계열사는 김치를 사기 위해 직원들의 사내근로복지기금에도 손댄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김치는 강원도 홍천의 한 영농조합에서 위탁 제조됐으나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이나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고발돼, 현재 재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알타리무김치, 배추김치는 1㎏당 1만 9000원으로 계열사에 팔렸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는 이호진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지분 100%를 갖고 있고 부인이 대표이사를 맡은 계열사인 메르뱅으로부터 와인을 46억원어치 구매하며 일감을 몰아준 사실도 적발됐다.

그룹 경영기획실은 2014년 8월 계열사들에 명절 때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계열사들은 사별로 임직원 선물 지급 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으로 와인을 구입했다.

보통 2병에 10만원 정도로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했는데, 와인 가격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가격 비교 등은 시도조차 못 했다.

이렇게 태광 19개 계열사가 2년 넘게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제공한 이익은 33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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