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과 한여름의 경계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북유럽의 기운을 연주에 실어 관객에게 신선한 바람 같은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6월 정기 공연 두 가지를 소개한다. 

사진=서울시향

#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 6월 20일~21일

2017년 3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로 서울시향과의 인상적인 첫 협연 무대를 가졌던 베조드 압두라이모프가 다시 팬들 앞에 선다. 

피아니스트들에게 마치 ‘수학의 정석’과도 같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로 서울시향과의 2017년 협연에서 압두라이모프는 압도적인 기량을 바탕으로 연주 집중력과 관객 장악력을 발휘한 바 있다. 압두라이모프는 2009년 런던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이기도 하다. 

이 곡은 단조풍의 선율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특히 좋아하는 곡으로, 아이러니하게도 4대의 호른과 피아노의 연주로 이어지는 화려하고 강한 선율의 도입부로 대중에 잘 알려져 있다. 총 연주 시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1악장의 구성으로 종종 균형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광활한 러시아의 동토를 표현하는 듯한 장대한 이 악장의 표현력에는 부족함을 느낄 겨를이 없어 보인다. 

협연자 압두라이모프. 사진=서울시향

이어지는 곡 '라흐마니노프의 죽음의 섬'은 20세기 러시아 후기 낭만주의 대표작으로 스위스 상징주의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의 작품(흑백 복제 동판화)을 모티브로 작곡한 곡이다. 뵈클린의 작품은 구름이 둘러싼 바다 위 바위섬에 다가가는 조각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곡 도입부를 노를 젓는 사공의 모습을 그리는 듯 시작하고 있다. 

마지막 곡으로 서울시향은 멋진 피아노 소품곡을 많이 남겨 '러시아의 쇼팽'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스크랴빈의 교향곡 4번 '법열의 시'를 연주한다. '법열'이란 참된 이치를 깨달았을 때와 같은 묘미와 쾌감에 마음이 쏠리어 취하다시피 되는 기쁨의 경지를 일컫는 말인데, 신비주의와 초인 사상에 빠진 스크랴빈의 창작세계를 반영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사진=서울시향

# 슈만 교향곡 1번 : 6월 29일

서울시향은 오는 29일 완전한 봄을 느낄 수 있는 '슈만 교향곡 1번'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슈만은 이 곡을 겨울에 완성했으며, 시인 아돌프 뵈트거 시의 한 구절인 '바꾸어라, 당신의 모든 것을. 봄이 가까이 왔다'에 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역경을 이겨내고 클라라와 결혼한 이듬해에 작곡했지만 이 곡에는 봄의 시작에도 불구하고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과 어두운 악상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이날 지휘봉을 잡는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BBC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지휘자 욘 스토르고르스. 사진=서울시향

공연은 시벨리우스 이후 핀란드 출신의 가장 유명한 작곡가인 '라우타바라'의 '북극의 노래'로 시작한다. 이 곡에는 작곡가가 핀란드 북부의 습지대와 북극권에 서식하거나 철 따라 이동하는 새들의 지저귐을 직접 녹음해 다큐멘터리 배경 음악처럼 잔잔하게 작품에 녹여냈다. 

전체 3악장으로 구성된 곡 중 2악장에는 종달새의 노래가, 3악장에는 백조의 소리가 담겨 있다. 작품의 부제 역시 '새들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다. 관악기들이 새 소리를 모사하는 장면들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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