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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검은 여름’, 까맣다 못해 소멸되는 두 남자의 평범한 사랑

6월 1일 제20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광장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성소수자 혐오단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광장의 축제를 방해했다. 이것은 2019년 대한민국의 현주소이자 영화 ‘검은 여름’이 말하고자 하는 성소수자 혐오의 검은 현실이다.

사진='검은 여름' 스틸컷

‘검은 여름’은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상영작으로 이달 20일 정식 개봉을 맞았다. 이원영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검은 여름’은 두 남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시작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성범죄 가해자로 나설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좌절감을 그려낸 퀴어 로맨스 영화다.

두 사람에 사랑에 빠지고 그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가 담긴 불법 촬영 동영상이 대학 내에 유포되면서 두 사람은 공공연하게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두 주인공 중 지현(우지현)은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다음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학교 내에서 오디션을 진행하다 건우(이건우)를 만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지다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두 사람이 영화를 매개로 만났듯이 대학 동기들 역시 영화를 하거나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다. 술자리에서 한 친구는 건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첫째도 인맥, 둘째도 인맥, 이게 대한민국의 영화판이야.”

‘검은 여름’은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차별과 편견으로 가득한 대학과 예술계를 그린다. 그리고 ‘인맥’ 경쟁이 점철된 속에서 배우를 꿈꾸는 건우를 위해 사랑을 지우고 성폭력 가해자로 나서고 끝내 최악의 선택에 다다르는 지현의 안타까운 행보를 설명한다.

사진='검은 여름' 스틸컷

이 모든 과정에서 ‘검은 여름’은 친절하지 않다. 영화는 파편을 늘어놓는다. 관객에게 알아서 퍼즐을 잘 맞춰보란 듯이. 한 집에 같이 있던 두 남자가 등장하고 사라진 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난다. 장례식이 끝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이때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말한다. "미안해요." 여자는 남자의 뺨을 찰싹 때린다.

‘검은 여름’은 러닝타임 내내 이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원영 감독은 “지현이 남기고 간 메모들 사이 사이 생략된 이야기들을 채워나가길 바랐다”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두 사람의 감정을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 시도하지도 않기 때문에 지현(우지현) 역시 이 사랑의 출발점과 종착지에 대해 설명해줄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정돈되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서사를 가장 잘 전달하는 건 색채와 음악이다. 두 사람이 같은 감정을 확인하고 사랑이 깊어질수록 채도가 높아져 화면의 색이 진해진다. 제목이 말하는 시간적 배경인 여름의 느낌을 풍긴다.

사진='검은 여름' 스틸컷

반면 주위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행사하는 정신적 폭력이 두 사람을 침범해오고 지현이 죽음이라는 선택에 치달을 때는 화면에 채도가 빠지고 생기가 사라진다. 음악 역시 영화에 빠진 이야기를 설명하는 데 한 몫 한다. 여름의 해변에서 깊은 대화를 나누고 밤 바다를 배경으로 불꽃놀이를 벌이는 두 사람간 감정이 커져갈수록 선율은 고조된다.

‘검은 여름’은 퀴어 로맨스물이지만 초장부터 비극적인 결말을 예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남자의 사랑을 그대로 평범하고 그대로 아름답게 연출한다. 사랑하는 데 성별이 뭐가 중요할까. 이원영 감독은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아가듯 어떤 논리적 설명도 필요 없이 그 사람을 만난 순간 사랑에 빠졌다”는 지인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바람이 불면 돌돌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당연한 순리로 사랑은 찾아오는 것. ‘검은 여름’은 성별을 넘어서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러닝타임 1시간 51분, 15세 이상 관람가, 6월 20일 개봉.

사진='검은 여름' 스틸컷

양수복 기자  gravity@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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