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담담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와 KBS2 ‘오 마이 금비’가 16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비록 경쟁작인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 밀려 시청률면에서는 아쉬움을 샀지만, 두툼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매주 수, 목요일을 즐겁게 꾸몄다. 이들이 남긴 위대하고 찬란하신 메시지를 되돌아 봤다.

 

MBC ‘역도요정 김복주’ - 청년 세대에게 건네는 담담한 위로

‘역도요정 김복주’(극본 양희승 김수진‧연출 오현종 남성우)는 체대를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꿈을 향해 걸어가는 역도선수 김복주(이성경)의 이야기를 다뤘다. 최근 보기 드문 ‘청춘 로맨스’ 장르라는 점에서 20~30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복주의 대학생활은 ‘역도’라는 꿈부터 친구들과의 짙은 우정, 훈남 수영선수 정준형(남주혁)과의 사랑까지 쟁취하며 끝났다. 3포 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 같은 판타지는 위로로 다가온다

 

11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 복주는 역도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고, 남자친구 준형과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꾸고 “결혼하자”는 로맨틱한 청혼으로 끝을 맺는다. 일반적인 로맨스 드라마에서 꿈과 사랑은 발맞춰 걸어간다. 주인공의 사랑은 꿈 그 자체인 경우가 많지만, ‘역도요정 김복주’에서는 운동선수로서 메달의 꿈과 청년으로서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며 깊은 감동을 남긴다.

사실 이 같은 결말은 특별한 것 없는 밋밋한 해피엔딩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밋밋함조차 높은 이상이 돼버린 현실에서는 커다란 선물처럼 다가온다. 삶의 무게만큼 무거운 역기를 들고, 남들보다 1초 더 빨리 가려 노력하는 수영처럼 고된 삶을 사는 청년들에게 복주의 해피엔딩은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 씨앗을 가슴에 콕 박는다.

 

KBS2 ‘오 마이 금비’ - 금비가 쓴 힐링 동화

KBS2 ‘오 마이 금비’(극본 전호성‧연출 김영조)는 ‘나만피크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10살 소녀 유금비(허정은)가 남은 시간동안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과정을 담았다. 세상에 찌든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변화시킨 금비의 씩씩한 행동은 시청자들의 가슴에도 감동을 뿌렸다.

 

11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는 나만피크병 중증에 접어들며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쟤는 뭔데 저러고 있어?”라 묻는 금비의 모습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잠시나마 기억이 돌아와 행복한 하루를 보낸 금비의 새드엔딩이 예상되는 흐름이었지만, 엔딩신에서 17살까지 살아있겠다는 금비의 바람이 실현된 모습이 그려졌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17살 생일에 아빠랑 사진을 찍겠다는 소녀의 소원성취를 바라보며 시청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생존 자체가 꿈이고 기적인 금비는 포기하지 않고 나만피크병을 이겨내고 있었다. 최근 힘든 상황에서 생활을 포기하고 ‘실패했다’며 자조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는 정확히 반대의 모습이었다. 물론 금비의 모습이 기적적인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나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의지의 표명임은 분명했다. 소녀의 ‘해피엔딩’을 향하는 담담한 걸음걸이를 바라본 시청자들은 가슴 속에 뜨거운 울림을 받았다. 확실한 건 금비 덕분에 대한민국 현실에 희망이 한 스푼 추가 됐다는 것. 2017년 한 해 동안 펼쳐질 행복 걸음이 기대감을 부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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