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초연된 댄스 뮤지컬 ‘'번더플로어'’는 세계 50개 국가, 18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연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볼룸댄스와 라틴댄스를 기본으로 왈츠, 탱고, 퀵스텝, 룸바, 삼바, 자이브 등 수십여 가지 춤의 향연으로 휘황찬란한 쇼를 만들어내는 이 뮤지컬은 내로라하는 댄서들이 무대에서 경쟁자가 아닌 팀으로써 즐기는 모습을 자랑한다.

지난 20일,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5년만에 내한해 한국 관객과 재회하는 ‘'번더플로어'’의 제작자 ‘피타 로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피타 로비의 별명은 ‘춤의 여왕’이다. 그녀는 1980~90년대 세계 라틴댄스와 볼룸댄스 챔피언이었고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번더플로어'의 주연을 맡아 활약했다. 이제는 무대 위가 아닌 아래에서 댄서들을 지휘하는 입장이다. 로비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로 '번더플로어'의 캡틴으로 사는 소감을 요약했다.

“댄서로 시작해 지금은 ‘'번더플로어'’를 연출하고 있어요. 이렇게 다른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고 기분이 좋아요. 전에는 내가 춤을 춤으로써 행복했는데 이제는 다른 댄서들의 춤을 보면서 행복을 느껴요.”

예술가 개인이 아닌 댄스 컴퍼니의 캡틴으로서 댄서들을 통솔하는 사명감이 느껴졌다. '번더플로어'의 댄스 크루 중 대표격인 호주 ‘댄싱 위드 더 스타’ 우승자 출신의 조지아 프리먼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 프로덕션은 다른 곳과 달리 개인적인 인생 경험을 춤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에요.”

피타 로비 역시 “컴퍼니 역시 자유로이 감정을 춤으로 표현하는 댄서들 덕분에 함께 성장한다”며 “힘든 작업 와중에도 댄서들이 우리 컴퍼니를 나갈 때 원래보다 더 좋은, 더 나은 댄서로 성장한다면 그만한 보람이 없다”고 부언했다.

댄서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피타 로비의 가치관엔 이유가 있었다. “지난 시간 동안 많은 걸 배웠어요. 공연의 춤도 중요하지만 스토리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포함해서요. 그리고 스토리를 전달할 때 무엇보다 댄서들의 열정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춤이 중심이 되는 '번더플로어'에는 라이브 음악을 비롯해 기타, 드럼 등 다양한 악기가 가미된다. 피타 로비 역시 “춤뿐 아니라 여러 예술의 혼합이 곧 '번더플로어'의 색깔”이라고 설명했다. “클래식, 오페라, 락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혼합해 퓨전을 만들어내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한 만큼 '번더플로어'에 계속해 다른 장르를 추가할 계획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번더플로어'는 왈츠, 폭스트 롯, 탱고, 퀵스텝, 비엔나왈츠 등을 일컫는 볼룸댄스와 룸바, 차차, 삼바, 자이브, 파소도블레 등의 라틴댄스를 선보인다. 여기에 새롭게 바차타 장르와 컨템포러리 댄스까지 추가해 볼거리를 늘렸다. 이 수많은 춤 장르의 바탕이 되는 건 음악이다.

“볼룸댄스 컴퍼니로서 선택할 수 있는 댄스 장르는 10개 남짓이에요. 그래서 공연을 완성하는 건 음악이에요. 결국 음악을 통해 새 스토리가 나오고 춤 역시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거죠. 수많은 댄스 장르를 혼합하는 '번더플로어'에 어떤 요소를 섞을지 선택지를 주는 게 음악인 거에요.”

“이번 한국 공연에는 한국 사람들이 알 법한 음악을 골랐어요. 영화 ‘스타이즈본’의 OST였던 ‘쉘로우’와 본조비의 ‘할렐루야’,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스무스 크리미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곡이고요. 또 이번 공연은 관객에 줄 수 있는 많은 점들을 세심하게 선택해 구성했어요. 총 2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막은 열정적이고 기분을 좋게 하는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됐고 2막에는 피상적인 것 이상으로 깊은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조지아 프리먼이 부연 설명을 도왔다. “2막은 다양한 스토리로 구성됐어요. 부부, 형제, 자매 등 인간의 다양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죠. 색다른 것은 원래 볼룸댄스는 남녀가 추는 춤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매의 이야기처럼 남녀 이상 여러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춤들로 구성돼요.”

볼룸댄스는 전통적인 춤 장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이 오래된 장르를 기본으로 하는 공연이 20년 동안 이어져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 이렇게 오랜 시간 공연해왔으니 이제는 '번더플로어'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사랑스런 말이에요. 20년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나 추는 오래된 장르라고 생각하는 볼룸댄스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이 쇼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댄싱위드더스타’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 있어지면서 메인 방송사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볼룸댄스를 보여줘요. 덕분에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졌죠.”

“저는 볼룸댄스를 시작한 지 46년이 됐어요. 그렇지만 매일 전통적인 방식으로 몸을 풀고 그 시간에 가장 살아 있다고 느껴요. 언젠가 라틴댄스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가르치는 분들 역시 볼룸댄스의 기초를 매일 연습하셨어요. 그만큼 기초가 중요한 거 같아요.

또, 춤의 장르도 유행은 돌고 돌아요. 그래서 볼룸댄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겠죠? 요즘은 어린 아이들도 이 춤을 배우기 시작하고 SNS를 통해서도 춤 영상이 퍼지고 있어요. 그리고 전통 역시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볼룸댄스는 전통적인 춤 장르지만 스토리를 개발하고 춤을 덧붙이면 더 나아갈 수 있어요.”

'번더플로어'는 25일 울산 공연을 시작으로 28일 김해, 내달 2일 서울, 17일 인천, 20일 대구 등 5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나간다. 

사진=번더플로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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