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 영예인 작품상·각본상은 ‘스포트라이트’(감독 토마스 맥카시)에 돌아갔다. ‘이변’이 아닌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유 여섯 가지를 짚어봤다.

 

하나. 수상 퍼레이드...작품성 공인 인증

 

 

영화는 가톨릭교회에서 수십 년에 걸쳐 벌어진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2002년 폭로한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 전문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다.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가 하면, 제69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 70개 시상식 226개 부문 노미네이트 및 수상으로 수작임을 공인 인증 받았다.

 

둘. 실화의 힘

 

영화는 1976년부터 시작해 2001년 신부들의 조직적인 성범죄 제보를 접한 스포트라이트 팀의 힘겨운 취재를 따라간다. 감춰진 사건의 조각이 맞춰져가는 동안 관객은 놀라운 충격 속에 빠져든다. 진실이 전모를 드러내는 순간, 긴장에 젖어있던 관객은 탄식과 희망이 뒤섞인 한숨을 몰아쉬게 된다. 최근 쏟아진 실화 소재 영화 물결에서 유독 빛을 발한다.

 

 

셋. 범상치 않은 메시지

 

실화가 주는 리얼리티와 더불어 현실 참여적 이야기는 경쟁력이 컸다. ‘스포트라이트’ 속 탐사 저널리즘은 권력화된 종교, 여기에 공생하며 이윤을 얻는 법조인-언론인 커넥션에 파열음을 낸다. 진정한 언론의 가치와 역할은 어떤 것인지, 세상을 바꾸는 방법론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끔 한다.

 

넷. 탄탄한 각본

 

인류애와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온 가톨릭교단의 추악한 민낯에 맞닥뜨리는 건 버거울 수밖에 없다. ‘스포트라이트’는 이를 선정적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빈자와 약자들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종교, 법조, 언론계 종사자들을 내세워 담담하고도 냉철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다섯. 명대사 열전

 

“성직자의 성추행은 신체적 학대를 넘어 영적인 학대예요. 믿음까지 뺏기는 거니까요” “이런 걸 보도하지 않는 게 언론인입니까”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에요” “우린 늘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요. 갑자기 불을 켜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죠”와 같은 명대사들은 가슴을 뒤흔든다.

 

여섯. 배우들의 명연기

보스턴 글로브의 강단 있는 신임 편집국장 마티(리브 슈라이버), 노련한 탐사팀장 월터(마이클 키튼), 열정적인 취재기자 마이크(마크 러팔로), 따뜻한 취재기자 샤샤(레이첼 맥아담스) 등 출연배우들은 직업인, 생활인으로서 저널리스트의 분노, 불안, 용기, 소신의 다양한 얼굴을 더할 나위 없는 연기로 표현한다. 이들의 환상적인 호흡은 제22회 미국 배우 조합상에서 베스트 앙상블 캐스팅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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