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가 식지 않은 열기를 자랑하며 누적 관객수 7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늘(13일) 오전 영진위 박스오피스 순위에 따르면 ‘마스터’는 총 674만4567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대구지법에서는 조희팔과 함께 5조원대 유사수신 사기 범행을 한 조희팔 조직 2인자 강태용의 판결이 있었다. 조희팔 사기 사건은 영화 ‘마스터’의 소재다.

김기현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7만여명에 이르는 등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초대형 재산 범죄를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며 “조희팔 조직 최상급 책임자인 피고인 범행은 사안이 무겁고 죄질도 나빠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강태용은 사기, 횡령, 뇌물공여,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2년과 추징금 125억원을 판결받았다. 영화 ‘마스터’와 실제 조희팔 사건을 비교해 봤다.

 

영화 '마스터'에서 진회장을 연기한 이병헌과 현실 속 조희팔.

◆ ‘마스터’ 이병헌·강동원·김우빈 대립

‘마스터’는 최대 규모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사기범과 그의 수하, 경찰이 추격전을 벌이는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배우 이병헌과 강동원, 김우빈이 각각 사기범 진회장, 수사팀장 김재명, 브레인 박장군을 맡아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며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펼쳐보인다.

이병헌이 연기한 진회장은 화려한 언변, 사람을 현혹하는 재능, 정관계를 넘나드는 인맥으로 수만 명 회원들에게 사기를 치며 승승장구해 온 원네트워크을 운영한다. 6개월 넘게 그를 추적해 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은 진회장의 최측근인 박장군에게 원네트워크 전산실 위치와 진회장의 로비 장부를 넘기라고 압박한다.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과 명석한 두뇌로 원네트워크를 키워 온 브레인 박장군은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을 감지하자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김재명은 진회장은 물론 그의 뒤에 숨은 권력까지 모조리 잡기 위해 포위망을 좁혀가고, 진회장은 간부 중에 배신자가 있음을 눈치채고 새로운 플랜을 가동한다.

 

영화 '마스터'에서 브레인 박장군을 연기한 김우빈과 현실 속 강태용.

◆ 조희팔, 오른팔 강태용과 5조 넘는 사기

현실 속 조희팔은 회사 행정부사장인 강태용과 2006년 6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건강보조기구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7만여 명을 상대로 5조715억원을 끌어모으는 유사수신 범행을 했다.

사업 초기 터무니없는 고수익 대신 구체적으로 연 35% 확정금리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자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저금리 시대에 이런 소문은 금세 전국으로 퍼졌고 조희팔 일당은 대구, 인천, 부산 등 전국으로 사업망을 확장했다.

그러나 뒷사람이 낸 돈으로 앞사람에게 이자를 주는 사업을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경찰 수사까지 본격화하자 조희팔, 강태용 등 핵심 주범들은 2008년 말 중국으로 달아났다.

자금관리 담당으로 알려진 강태용은 범죄수익금 521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 돈은 중국 도피자금으로 쓰이거나 강태용 주변 인물들에게 흘러들어갔다.

강태용은 또 2007년과 2008년 3차례에 걸쳐 조희팔 사건 수사를 담당한 정모 전 경사에게 2억원을 건네고 수사정보 등을 빼냈다. 그는 주변 인물에게 돈세탁을 맡겼다가 떼인 돈을 회수하려고 중국에서 조선족 조폭을 동원해 납치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강태용은 중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5년 10월 현지 공안에 붙잡힌 뒤 두 달여 만에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조희팔 사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마스터'에서 수사팀장 김재명을 연기한 강동원.

◆ 영화는 해피엔딩…조희팔 피재자들은 분노

검찰은 지난해 6월 조희팔 사건 종합수사결과 발표에서 2008년 12월 밀항해 중국으로 달아난 조희팔이 2011년 12월 19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영화 ‘마스터’에서 진회장은 필리핀에서 3조원을 놓고 또 한번의 사기를 치려 한다. 하지만 김재명과 박장군의 기지에 덜미를 잡히고 진회장이 사기친 돈은 피해자들에게 입금된다.

하지만 조희팔 피해자들은 3000억원이 넘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조희팔 피해자 단체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회원 등 100여 명은 재판을 지켜보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희팔 사건 수사로 검찰은 구속자 45명을 포함해 71명을 기소하고, 강태용 아내 등 5명을 기소 중지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처벌한 검찰과 경찰 관계자는 모두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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