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스크린에 화인을 찍었던 청춘스타가 중후한 30대 남자가 돼 돌아왔다. 한 세대를 훌쩍 건너뛰었음에도 ‘조각미남’ 후광은 여전하다. 연기엔 단단한 힘줄과 근육이 붙었다. 9년 만의 영화 ‘더 킹’(1월18일 개봉)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검사 박태수를 연기한 배우 조인성(36)을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더킹’을 보신 분들 가운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감독 마틴 스콜시지)를 거론하는 이들도 계시더라고요. 평소 너무 좋아하는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어렵구나 하는 연기 스타일이 많이 있어요.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매우 좋아해요. 그런 에너지를 뿜어내는 스타일을 선망하고요. 디카프리오 팬들한테 욕 먹을지도 모르겠지만 에너지를 뽑아내는 성향에서 비슷한 면이 있고요. 이번엔 그의 연기를 참고했다기보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사실은 그동안 해왔던 연기 스타일들이에요. ‘논스톱’ 때의 까불까불한 모습, ‘비열한 거리’의 누아르 톤, ‘피아노’ ‘디어 마이 프렌즈’의 감정연기 등을 나의 스펙트럼 안에서 종합선물세트처럼 갈무리한 거죠.

 

■ 정우성, 배우의 길로 이끈 주인공

(정)우성이 형은 선배이자 제겐 늘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1995년 ‘아스팔트 사나이’에서 우성이 형이 화면에 나온 순간, 그 때부터 배우를 꿈꿨으니까요. ‘비트’ ‘태양은 없다’ ‘1.5’ 등을 보면서 그 꿈을 다져나갔고요. 제 초창기 작품 속 모습을 보면 우성이 형을 다 따라했어요. 그랬던 제가 성장해서 형과 함께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러웠죠. 3인조로 군무까지 췄으니.(웃음) 형에 대한 선망과 존경의 감정이 있었기에 극중 태수가 보이는 부장검사 한강식에 대한 반응이 저절로 나오게 됐고요.

 

 

■ 하지원부터 김아중까지, 여배우들

내가 호흡을 맞췄던 여배우들(하지원 손예진 이보영 신민아 송혜교 전도연 김하늘 고현정 공효진)은 모두 이름값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은 나이스해요. 이지한 게 아니라 시원시원하다고 할까. 그러니 트러블이 없어요. 프로들끼리 만나서 연기한 거죠. ‘더킹’에서 아내이자 전략적 동반자 상희 역을 맡은 김아중씨도 드라마 ‘원티드’와 병행하느라 무척 힘들었을 텐데 하나도 내색하는 법도 없고 빼지를 않았어요. 상대가 잘해야 내가 빛나는데 특히 멜로는, 여배우들이 잘 하니까 남자배우인 내가 빛이 났던 듯해요.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은 배제하고 상대를 배려하면 호흡이 절로 좋아지더라고요.

 

■ 아끼는 후배들...이광수 김우빈 송중기 도경수

데뷔 19년차가 됐어요. 참 오래 했다는 생각이 쓰윽 들더라고요. (차)태현이 형 음반 나오거나 (김)건모 선배 신보가 나오면 우르르 몰려서 무조건 회식하고 맥주 마셨던 그 시절의 낭만이 그리워지더라고요. 지금은 개인주의가 팽배해서 더욱 그래요. 요즘엔 나랑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끼리 끼리끼리 만나고 있어요. 선배와 동료배우들도 좋지만 후배들에게 얻는 시각, 후련함이 있어요. 도경수는 (김)우빈이의 사랑이고, 송중기는 워낙 알아서 제 몫을 잘 하고, 나는 (이)광수가 마음이 많이 쓰여요. 배우로서, 예능인으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서요. 이 친구들은 평소 집에도 자주 놀러와요.

 

 

■ 20대 배우 조인성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못할 것 같아요. 짠해서요. 지나치게 배우, 배우, 배우 아니면 안돼...라고 채찍질하던 시기였거든요. 스스로를 알아줘야 했는데 그러질 않아서 한으로 남아요. 한편으론 견뎌내 준 게 고맙고요. 배우로서 욕심도 컸지만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질 않아서 경제적 압박이 컸어요. ‘발리에서 생긴 일’ 때는 더 이상 작품 섭외가 들어오질 않으면 힘들어질 테니 주목까지 입에 집어넣으면서 악착 같이 했어요. 처절하게 연기해야 배우가 되는 줄 알았고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때보다는 힘을 뺀 느낌으로 연기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그 힘으로 10년을 또 달려나갈 거고 그때쯤이면 난 또 다른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 나를 환기시키는 차태현

“내 생각이 맞다”고 정의내리면 청춘이 아닐 거예요. 결혼하고 아이들의 아버지가 돼서도 청춘의 마음을 유지하려면 항상 새로워지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할 테죠. 오래 활동한 연예인일수록 더 새로워져야 하고요. 중요한 건 억지스러운 느낌의 새로운 게 아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스스로 조금 어색한 옷을 입을 수도 있어야 할 거고요. 차태현 선배가 정확히 그런 모습인 듯해요. 아직도 예능에서 청춘의 모습 보여주고 있잖아요. 늘 나를 자극하고 환기시켜주는 배우예요.

 

■ 송강호, 호흡 나누고 싶은 배우

한재림 감독님이 지나치게 심각한 것도 싫어하고 일상의 느낌과 짙은 감정의 조화를 추구하시는데 감독님의 ‘우아한 세계’에서 송강호 선배가 정확하게 그 지점을 표현해내셨던 것 같아요. 송강호 선배와는 꼭 작품에서 만나보고 싶어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내가 이 만큼 성장을 했기에 어린 시절부터 동경하던 정우성 선배와 ‘더킹’에서 공연했던 것처럼 배우로서 발전의 길을 걸으며 송강호 선배와 호흡을 맞출 걸 상상하면 마음이 설레요.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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