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한파에 이불 밖은 위험하다.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주전부리와 함께 또 보고 싶은 명품 드라마들을 정주행하는 행복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추운 겨울, 다시 보면 좋을 드라마 5편을 추천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

▲ 줄거리: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녀 PD 주준영(송혜교)과 정지오(현빈)의 사랑, 촬영현장에 쏟아내는 열정이 후끈하다. 또 한편으론 여배우 윤영(배종옥)과 오민숙(윤여정), 드라마 국장 김민철(김갑수)과 부국장 박현섭(김창완) 등 드라마 제작팀의 실제 같은 리얼한 이야기가 흥미를 돋운다. 제작현장에서 땀 흘리는 드라마 스태프들의 일상을 리얼하게 담았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초강력 디테일로 유명한 노희경 작가는 웰 메이드 드라마를 양산해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특유의 내레이션과 대사로 표현되는 감정묘사가 탁월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주인공 입장으로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하게 된다. ‘그사세’는 입체적인 캐릭터와 공감 가는 소재의 매력뿐만 아니라 싱글녀로서 연애와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 줄거리: 어린 시절 호주로 입양된 뒤 거리의 아이로 자란 무혁(소지섭)이 은채(임수정)를 만나 죽음마저 불사하는 지독한 사랑을 하는 이야기이다.

OST로 흘렀던 박효신의 ‘눈의 꽃’과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 등 명대사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 드라마는 시청률 30%를 훌쩍 넘기며 그해 최고의 드라마로 군림했다. 첫 회에서 입었던 임수정의 알록달록한 니트와 어그부츠, 소지섭의 독특한 헤어스타일 등이 유행할 정도였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무혁(소지섭)의 복수 스토리 한편으로 사랑을 일깨워준 운명적인 여자 은채(임수정)와의 멜로드라마가 가슴에 불을 지핀다. 진하고 긴 여운을 원한다면 비극적인 이 러브스토리를 추천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 줄거리: 고립된 공간, 지적으로 뛰어나지만 감정적으로 불안한 고등학생들 그리고 그 안에 순도 높은 ‘악’이 들어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관한 이야기이다.

8부작으로 방송된 KBS 스폐셜 연작 시리즈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숨겨진 걸작으로 꼽힌다.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로, 외부와 단절된 산 속의 한 학교에서 시작돼 8일간 벌어진 에피소드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한다. 당시 국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와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화면연출로 아직도 드라마 마니아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김영광, 이수혁, 홍종현, 이솜, 김우빈, 성준, 이엘 등 당시 이름조차 생소했던 신인 배우들은 현재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엄마가 뿔났다

▲ 줄거리: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공존하는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10년간 시청률 톱 20에 드는 ‘엄마가 뿔났다’는 드라마 거장 김수현 작가의 대표적인 가족극이다. 김수현표 드라마답게 톡톡 튀는 캐릭터와 심리를 속속들이 훑어낸 대사가 보는 재미를 배가한다. 한국의 가부장제 가족 모습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와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매 작품 사회적인 이슈를 던져온 작가는 ‘엄마가 뿔났다’에선 가정주부의 안식년에 대해 다룬다. 당연시 여겼던 여성의 가사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이를 배우 김혜자는 신들린듯 연기했다.

추운 겨울, 가족의 의미를 반추하는 동시에 앞으로 어머니가 될 나의 미래를 그려보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홈드라마다.

 

아일랜드

▲ 줄거리: 아일랜드에 입양됐던 중아(이나영)가 한국으로 돌아와 지내던 중 여권을 잃어버리게 되면서 국(현빈)을 만나 발생하는 일들을 담았다.

‘아일랜드’는 먼지처럼 가벼운 여자와 바위처럼 무거운 남자의 만남과 결혼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비현실적인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에 대해 연민의 시선을 가지는 것이 소통의 출발점임을 웅변한다.

다른 등장인물인 재복(김민준)은 중아처럼 가벼운 인물이며, 재복의 애인 시현(김민정)은 국이와 비슷한 인물로 관계는 나눠진다. 중아와 재복이 삶의 무게를 외면함으로써 가벼워진 사람들이라면, 국과 시현은 현실을 받아들임으로써 무거워진 사람들이다. 촘촘한 대립 구도 속에서 그들은 서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당시에도 매우 트렌디했던 ‘아일랜드’는 다시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유효한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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