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월 14일 첫 방송된 OCN ‘보이스’가 시즌3로 막을 내렸다. ‘보이스’는 국내 시리즈물 중에서도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장르물로는 드물게 강력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에 여성 캐릭터 강권주를 내세웠고, 청력에 의지해 범인과 사건을 추격하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이끌어내며 시즌3까지 탄력을 이어왔다. 또 에피소드에 심어진 사회적인 코드는 장르물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안방에 먹먹한 울림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 ‘보이스’의 포인트를 짚어봤다.

 

# 김재욱-권율-박병은, 매력적인 빌런 총출동

시즌1 모태구(김재욱)를 시작으로 방제수(권율), 카네키 마사유키(박병은) 등 ‘보이스’는 매력적인 악당들이 매시즌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때문에 시청자들도 초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절대 악(惡)’에 폭발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실제 ‘보이스3’ 방영 기간 중에는 옥션 파브르의 정점에 서 있는 남성의 정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시청자들 간의 설전이 뜨거웠다.

‘보이스3’에서 카네키 마사유키, 최후에는 도강우의 친형인 우종우로 밝혀진 박병은은 초반 ‘라이터남’, ‘가면남’ 등으로 불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대학 교수로 살고 있지만 내면의 악마를 드러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병은은 최종회에서도 자신을 살해하려고 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던 도강우에 대한 열등감이 광기로 드러내며 강렬한 엔딩을 선사했다.

분량을 떠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던 방제수의 공도 빠질 수 없다. 방제수는 ‘보이스2’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보이스3’에 재등장해 수감부터 자살위장, 탈옥 그리고 투신 등 상상을 초월하는 행보를 보여줬다. 급기야 에필로그에서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화이트 슈트 차림으로 나타나 총을 챙겨 사라지며 ‘보이스4’에 대한 시청자들의 희망을 고조시켰다.

 

# 사회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장르물

‘보이스’는 장르물을 착안했지만 진짜 귀기울여야 할 목소리에 대한 메시지를 놓치지 않은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다. 시즌3를 놓고 보자면 ‘숨피탄의 비밀’에서는 이주 여성들을 약점을 이용한 범죄를 그렸고, ‘시시오도시 료칸에는 야차가 산다’에는 최근 실제 발생하기도 했던 비앤비 투숙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피노키오의 노래’에서는 그루밍 범죄 피해 아동을 구출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외면하고 싶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실어냈다.

 

# ‘보이스’ 시리즈 시작과 끝, 이하나

‘보이스’ 전시즌 동안 사건별 에피소드는 대략 20개 정도에 해당한다. 많은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거쳐가는 동안에도 ‘보이스’가 시리즈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골든타임팀 센터장 강권주가 있기 때문이다. 극중 불의의 사고로 생긴 절대 청감 능력으로 극중 가상의 ‘골든타임팀’을 이끄는 강권주를 연기한 이하나는 제한된 동선에서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금껏 ‘민폐여주’가 주를 이루던 장르물에서 강권주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활약했다. 또 특유의 공감능력으로 여성 혐오 범죄, 가정폭력 등의 사건에서 피해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리더십’을 선보이며 보다 유연하게 전개를 이끌어냈다. 시즌3에서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의심되는 도강우(이진욱)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과 경찰로서의 냉철한 판단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내며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보이스’ 시리즈의 집필을 맡은 마진원 작가는 강권주라는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더욱 큰 사랑을 받은 것 같다는 질문에 “젠더의 구분 자체도 점차 무의미해지는 게 사회적 흐름 같다. 아마도 성별에 따른 적합한 역할이 있단 구분에서 벗어나 터프하거나 남성이 유리한 업무에도 여성이 갖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사회의 메시지에 귀기울인 ‘보이스’에 대해 “갈수록 개인화 되는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귀기울여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절실해지는 심리 역시 통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강권주 캐릭터가 한 시즌만에 멈췄다면 사실 지금처럼 강력하고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3번의 시즌을 통해 배우 본인의 성장 역시 캐릭터와 함께 이루어 진 것으로 보인다. 또 강권주가 청력을 다쳐서 시즌3에서 역할이 줄어들었다기 보다 그의 능력이 소리 수사에만 국한 되지 않은, 더욱 독보적이고 주체적인 리더로 확장된 것으로 봐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성이 중심인(혹은 남성형사와 공조를 이루는 상황이) 수사물이 시청률 면에서 부족할까 우려한 지점이 없진 않았다”면서도 “실제 시즌1이 방송되고 나서 생각보다 수사장르를 원하는 여성 시청층이 견고하단 사실을 알게 됐고, 초심을 잃지 않는 강권주의 메시지를 통해 현재 보이스3까지 높은 시청률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보이스’라는 시즌제가 해외 국가에 리메이크 되고 여러 요청들이 상황에 대해 오는 것에 대해서도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리더쉽을 가진 여성 강권주의 진정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본다”고 강권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사진=OCN '보이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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