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탄휴(29, 서울)

 

 

#1. 자전거

인생의 절반을 자전거 선수(MTB)로 보냈다. 서른 번이 넘게 대회에 출전, 늘 입상했다. 경영학부에 진학하기 위해 자전거 선수로서 꿈은 접었지만, 여전히 자전거 문화 자체를 사랑한다. 부산시 여성자전거회의 강사로, 자전거 부품 제조 기업의 인턴으로 일한 것도 이런 애정 때문. 2년 전 호기롭게 자전거 관리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다 대차게 말아먹었(?)다. 소장 물건 중 가장 값진 것이 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29년째 ‘내 자전거’다.

 

#2. 도전

모든 일이 잘 되고 있는 상태를 극도로 경계한다. 이상하게도 뭔가 하나가 어긋나거나 삐끗한 상태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주로 실패한다. 남들보다 실패 창고에 쌓인 도전 아이템들이 많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도전이 잦아 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덕분에 이제 내가 뭘 한다고 하면 그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그들은 “탄휴니까 뭐….” 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 매번 듣는 또 다른 말이 하나 더 있다.

“그러다 죽어 탄휴야.”

 

#3. 아이들

이상하게 좋다.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없던 용기도, 없던 힘도 차오른다. 현재 아동을 대상의 환경교육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데, 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아이들’이다. 그들의 끊임 없는 질문과 맑은 눈동자가 좋다. 매번 기를 쪽쪽 흡수 당하면서도 교육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그들에게 멋진 10년 뒤를 선물하기 위한 여러 아이템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독일의 환경 교육 전문가를 만나 아동 교육과 여행 콘텐츠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

 

#4. 별다방

정확하게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기억하고 있다. 2013년 초, 정말 친한 친구들과 떠난 대만 여행에서 음식은 커녕 음료 하나 조차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매일 같이 토했다. 그 때 유일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게 별다방 커피와 맥햄버거이다.

이후, 별다방에 대한 과한 덕질(?)을 시작했다. '약속? = 별다방' '팀플? = 별다방' '데이트? = 별다방' 그렇게 4년째, 이젠 모두가 날 어디서 만날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잘 안다. 줄 선물 고르기 참 좋은 타입. 2016년 생일에는 별다방 쿠폰만 53개 선물 받았다.

 

#5. 독서

아무도 안 믿지만, 어릴 적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보느라 학교에 안 간 적도 있다.(진짜 책 때문이다, 진짜로…) 활자 중독도 앓았다. 쉬는 날 약속이 없으면 주로 서점에 간다. 11월 초에 종로로 이사했는데, 주변에 큰 서점이 많아 매우 매우 행복하다.

책 선물이나 책 추천 해주는 걸 즐긴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내용은 다 실천해보려 한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고 집에 있던 물건 80%를 버리거나 처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고 있다.

 

 

#6. 0 아니면 100

뭔가 애매하게 하는 걸 싫어한다. 좋아하는 건 밤을 새서라도 한다. 반면 마음에 없는 건 24시간을 줘도 손에 잡지 않는다. 그런 성격이 대학 성적표에 그대로 드러났다. 몇 학기 내내 성적표에 B가 없다. 가뭄이다. A 아니면 C, 0 아니면 100. 학교 내 커뮤니티(국민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서 남들의 이상한 성적표 보며 웃다가 내 걸 켜보니 이랬었다. 심지어 군대 가기 전에는 A 아니면 F였다. 올F도 있다.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7. 강박증

아주 약간(?) 강박증이 있다. 뭐 그냥… 먹는 와중에 테이블을 계속 정리한다거나, 횡단보도 하얀 색 줄만 밟고 걷는다거나 그정도? 심하진 않다(…). 아, 옷을 한 벌 샀는데 내 마음에 쏙 들거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으면 똑같은 옷을 여러 벌 산다. 다섯 벌까지 사봤다. 똑같은 색깔로 산다. 아니면 다른 색에 같은 디자인 옷을 사서 아래위로 겹쳐 입는다. 질리면 배색만 바꾼다. 음, 생각해보니 음료나 음식도 한 번 꽂힌 것만 계속 먹는다. 생각해보니 확실히 약간은 아닌 것 같다. 인정해야겠다.

 

#8. 부산 남자

서울에서 9년째 살고 있는 부산 사람이다. 물론, 9년간의 문화접변(?)으로 서울 말도 부산 말도 잘 못쓴다. 서울 친구들이 맨날 놀린다. 부산 사투리도 못하는게 부산 사람인 척 한다고, 그렇다고 표준어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이상한 억양으로 구성된 언어를 사용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출신이지만, 그럼에도 가끔 SNS에 나도는 ‘부산 남자 특징’ 등의 글을 보면 흠칫흠칫 한다.

‘막상 본인들이 해운대에 안살아도 늘 해운대에 대한 자부심에 취해 있음’ 이라던가, ‘ 대구랑 비교하면 화냄’이라던가… ‘부산 진구 유명 가수 정상수 리스펙’ 같은 거..? 아, 야구는 역시 롯데자이언트다.

 

9. 스타트업 박싱데이

2016년 12월 17일 DDP 알림관에서 개최된 스타트업의 축제 '스타트업 박싱데이 2016'의 운영위원장을 맡아 기획 전반에 참여 하였다. 2016년 어려웠던 한 해를 버텼던 스타트업들의 자축 행사이며 연말에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제품/서비스를 알리는 행사로 기획된 스타트업 박싱데이. 물론 내가 만든 행사는 아니다. FACEBOOK에 있는 스타트업 최대 커뮤니티인 <스타트업, 식사는 하셨습니까? (링크 :  https://www.facebook.com/groups/795777620529967/?fref=ts )> 에서 운영진을 모집할 때 조용히 손 들었다가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대한민국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 최초였기 때문에 벤치마킹할 행사도 없었고 정확히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몰랐다. 1달 사이에 살이 14kg 빠졌다. 그러나 운영진 전원이 밤낮을 잊고 달린 결과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치의 500%에 가까운 펀딩 달성을 이뤘으며, 행사 당일에도 4,000명 이상의 서울 시민,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태어나서 가장 많은 감사와 가장 많은 컴플레인을 받았던 하루. 1개월 만에 이루어진 기적. 그 현장 한 가운데 있을 수 있었다. 2017년 5월, 12월에 지금의 10배 규모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그 때도 참여 해보고 싶다. 함께 하자! (다른 건 몰라도 살은 확실히 빠진다. 보장한다.)

 

10. 청년 창업자

아마도 앞으로 2년은 더 붙이고 다닐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우연한 기회에 현대자동차에서 하는 기프트카 시즌7에 지원하게 되었고, 기프트카 7년 역사상 첫 20대, 대학생 창업자로 선정되었다. 과분하게도 TV, 영화관, 포털사이트에 내 얼굴과 내 영상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믿는 신이 '야, 방향은 잘 잡았으니 계속 해봐. 그럼 나중에 이런 것도 찍을 수 있을 거야. 네 힘으로' 라고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저 체험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므로 늘 스스로 프로가 되어야겠다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중이다. 한순간도 으쓱하거나 우쭐하지 않았다. 아, 어머니가 광고를 보시고 너무 좋아하실 때 약간 울컥하긴 했다. 운 말고 실력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해보려 한다. 나답게.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