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배우’ 유해진(47)이 지난해 ‘럭키’에 이어 또 한 번의 흥행 홈런을 노린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공조’(감독 김성훈)에서 독보적인 유쾌한 이미지를 앞세워 꽃미남 배우 현빈과 공연, 정유년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던 겨울 날, 얼어붙은 손마저 포근하게 녹이는 훈훈미로 무장한 유해진을 마주했다. “멋지다”는 칭찬에 머쓱한 듯 “꾸며진 이미지”라며 수줍게 웃어보였지만, 인터뷰 내내 춥지 않은지 되묻는 그는 테이블 위에 올려둔 따스한 차처럼 가슴 깊숙한 곳까지 온기를 전달했다.

  

“현빈, 못생긴 애랑 같이 하느라 힘들었을 듯”

지난해 ‘럭키’로 첫 원탑 주연을 맡아 흥행력을 인정받은 유해진이기에 ‘공조’는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현빈과의 공연은 솔로 주연일 때보다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홀로 주목 받는 길을 택하지 않고, 차기작으로 ‘공조’를 선보인 이유를 물었다.

“최근에 커다란 이슈나 집단의 부패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많았어요. 그런 것도 좋지만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진태(유해진)라는 사람 간의 정을 다룬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인물의 우정을 그리는 게 재밌을 것 같았죠. 저는 뭐 그냥 수다쟁이 아저씨 역할이라 고생할 일이 없었어요. 오히려 현빈씨가 고생을 많이 했지...”

말을 줄인 그는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무언가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각났다는 듯 미소를 띠며 말을 이어갔다.

“현빈씨가 차승원씨랑 같은 헬스장을 다니더라고요. 그런데 언젠가 한 번은 차승원씨가 ‘도대체 무슨 영화길래 현빈이 운동을 저렇게 열심히 해?’라고 묻더라고요. 운동 마니아 승원씨가 그렇게 얘기할 정도면 진짜 고생한 거예요. 몸 만드는 것도 그렇고, 액션도 그렇고, 또 못생긴 애랑 같이 하느라 힘들었을 거예요.(웃음)”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

스스로 못생겼다고 자조하는 유해진에게 ‘이젠 잘생겨 보인다’ ‘흑진주 같은 눈망울’ 등 최근 네티즌들의 반응을 전했다. ‘아재파탈’ ‘중년미’의 대명사로 급부상했다는 말에 그는 멋쩍은 듯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좋은 면만 봐주시려고 하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웃음) 보는 것처럼 후진부분이 더 많은 사람이에요. 예능에서도 다 좋은 얘기만하고, 좋은 모습만 편집하고 그래서 꾸며진 거예요. 그 반응이 나쁘지는 않네요. 근데 흑진주 같은 눈망울이란 말은 좀 충격이네요.(웃음) 이렇게 작은 진주도 있나요?(웃음) 다 꾸며진 이미지가 누적 돼 좋게 봐주시는 거라고 생각할 게요.”

 

“남남케미라는 단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유해진은 ‘남남케미’의 대명사다. 그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만 해도 차승원 조승우 진구 강동원 김남길 유아인 등 면면이 화려하다. 이번에도 현빈과 함께 훈훈한 매력을 발산,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친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남남 케미는 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남남케미라는 단어가 사실 영화적으로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케미'였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다양하지 못하고, 여성들이 부각되지 못하는 현실인 것 같아 씁쓸하네요.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 상업적인 영화도 좋지만 저예산이라도 깊은 내면과 관계를 그린 영화도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밥상에 김치만 있는 것보다는 열무도 좀 있고, 시금치도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야지 보는 분들도 더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뷔 20년 차, 익숙해지지 않는 긴장감

1997년 영화 ‘블랙잭’의 단역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유해진, 어느 덧 데뷔 20년 차 배우가 됐다. 그 동안 40여 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지만 “아직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계속 좋은 얘기만 들을 수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어려워요. 이건 40년 차가 돼도 똑같지 않을까요? 공들여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입장인데, 우리 딴엔 열심히 했어도 보시는 분들 입장에선 다를 수 있는 거니까요. 물론 영화에서 마음에 드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지요. 세상이 다 자기 뜻 같지는 않은 거죠.(웃음)”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문득 배우로서 품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이 궁금해졌다. 혹시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물었다.

“20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고마움이 짙어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믿고 봐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또 어렵다는 생각이 가득하죠. 다른 작품, 다른 캐릭터, 다른 환경을 꾸준히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새로움에 대한 고민을 무시할 수 없어요. 배부른 소리지만 가끔 다른 직업을 찾아볼까하는 생각도 해요. 그래도 아직 연기를 하면 되게 행복하거든요. 이 행복감이 힘듦을 잊게 하는 이유예요.”

  

2017년 계획 “신나는 삶 살았으면”

인터뷰 끝자락, 마무리 질문으로 2017년 계획을 물었다. 차기작이나 배우로서의 목표 따위를 물은 것이었지만 유해진의 입에서는 “신나게 살고 싶다”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문득 잊고 산 것 같더라고요. 어릴 땐 ‘신나게’라는 말을 많이 쓰지 않았나요? 신나게 놀고, 밥도 신나게 먹고...(웃음) 참 흥이 나는 말인 것 같아요. 요즘에 누굴 만나면 ‘신나는 일 없니?’ 묻지만 다들 대답을 못하더라고요. 신나게 살려고 요즘에 아침 일찍 산에 가곤 해요. 피곤하긴 하지만, 그 시간 자체는 굉장히 신나요. 물론 예전보다 더 빨리 방전된다는 단점이 있지만요.(웃음)”

유쾌한 인터뷰가 마무리 될 때 쯤, 유해진은 특유의 아재개그로 끝까지 웃음을 전했다. “혼자 지내는 게 좋아요. 요즘 싱글라이프가 대세잖아요. 스카이라이프가 대세인 것처럼. 파하하하하하하하”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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