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넘버 ‘써머 나잇’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 ‘그리스’가 돌아왔다. 여름날 바닷가에서 만난 대니와 샌디가 라이델 고등학교에서 재회하며 다시 시작되는 사랑, 그리고 친구들의 꿈과 열정을 다룬 공연계 스테디셀러 ‘그리스’는 지쳐가는 마음에 청량한 에너지를 부여하는, 여름을 위한 뮤지컬이다.

막이 오르면 LED 패널 배경과 계단뿐인 단출한 무대가 등장한다. 극 중 배경인 고등학교에서 주인공 대니(김태오)와 샌디(한재아)가 여름방학 동안 첫눈에 반한 사랑 이야기를 노래하는 ‘써머 나잇’이 흘러나오며 뒷 배경은 어느새 물결 반짝이는 바닷가가 돼 있다. 대니의 친구 두디(이석준)가 락스타를 꿈꾸며 솔로곡 ‘도즈 매직 체인지스’를 부를 때는 대형 콘서트장으로 변하는 식으로 LED는 매 순간 상황에 맞는 배경으로 변주되며 관객의 감정 이입을 돕는다.

이를 배경으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10명의 캐릭터들은 한국판 ‘그리스’에서 청춘의 사랑과 꿈에 관한 고민을 실감 나게 그린다. 라이델고 킹카 대니를 연기한 김태오, 전학 온 청순가련 순수녀 샌디 역의 한재아를 비롯해 임정모의 터프한 케니키, 황우림의 시크한 리조 등 캐스트들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캐릭터에 분한다.

게다가 10대의 우상으로 ‘빈스 오빠’라고 불리는 라디오 DJ 빈스 역의 임기홍과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조하다 빈스에 푹 빠져서 보충수업도 내팽개치고 데이트를 하러 가는 미스 린치 역의 김현숙의 열연은 웃음 폭탄을 안기며 재미를 더한다.

‘그리스’의 익숙한 넘버들은 캐스트들의 연기와 함께 주로 흥겹고 때로는 진지한 감정을 전달한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댄스파티에서 모든 캐스트가 색색의 드레스와 수트를 입고 등장해 격렬한 커플 댄스를 선보일 때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며 무대에 흥에 함께 올라타게 된다.

이 신나는 공연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바로 “오늘을 살자”는 것. DJ 빈스가 “인생을 살면서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는데, 바로 내일과 어제다. 그러니 오늘을 즐겨라”라고 말할 때 관객은 이 순간 인생을 가장 신나게 꾸며주는 ‘그리스’에 완벽하게 몰입하게 된다.

뮤지컬 ‘그리스’는 과하다. 정갈하다 못해 기름기가 도는 포마드 헤어와 가죽재킷, 나풀나풀한 플레어스커트, 컬이 풍성한 헤어 등 50년대 유행했던 스타일도 그렇고 허세 가득한 남자 캐릭터들과 자유분방한 여자 캐릭터들 모두 과한 말과 동작을 지치지 않고 펼쳐 보인다.

처음엔 “왜 이러지” 싶다가도 어느새 ‘내적 댄스’가 시작되고 손뼉을 치면서부터 ‘그리스’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는 “지나치다”라는 뜻의 표현 ‘투머치’가 칭찬이 되는 유일한 공연이 아닐까.

다만 후반부 핵심 사건인 옆 학교 스콜피온파와의 자동차 경주 씬에서 유진(이선덕)의 도움으로 손쉽게 상대편을 제치는 연출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한편 뮤지컬 ‘그리스’는 8월 1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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