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이너리 취재 갔다가 “100불짜리 와인이 10불짜리 와인보다 열배 맛있지는 않다”는 소믈리에의 말을 들은 뒤론 싸고 만만한 와인을 보란 듯 찾아다닌다. 대형마트에는 1~2만원이면 제법 마실만한 만한 와인이 수두룩하다. 

TV를 보거나 잡지를 뒤적이며 느긋한 휴일을 보내고 싶을 땐 와인 한 잔이 딱이다. 맨 입으로 마시면 심심하다. 하지만 기름지거나 헤비해서 와인의 쌉싸래한 맛을 안주가 방해하는 것은 싫다. 배부르지 않으면서, 거의 제로에 가까운 노동력으로, 의외의 마리아주를 형성하는 안주를 골랐다. 

 

 

마른안주류 - 김부각과 마른멸치

레드와인 중에도 드라이하지 않은 이태리 와인에는 해산물이 잘 어울린다. 김부각이 없으면 조미되지 않은 김을 간장+마요네즈 소스에 찍어먹어도 좋다. 이 소스를 만들었다면 멸치를 씹는 육질이 절로 생각나겠지. 마른 멸치는 프라이팬에 한번 구워 먹으면 훨씬 고소하고 맛있다. 

 

 

 

밥 반찬류 - 총각김치와 아삭고추 

샤도네이나 쇼비뇽 블랑 등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물론 그냥 먹으면 짜다. 총각김치는 물에 씻어서 키친타월에 물기를 닦아 한 입 크기로 썰고, 아삭고추도 씻어서 썬다. 접시에 담아 아삭아삭 씹는 맛으로 먹는다. 그런데 여기에 들기름이나 올리브오일을 살짝 뿌려서 먹으면 색다른 샐러드가 된다. 땅콩가루라던가 생(生) 바질 같은 건 있을 리 없으니 패스. 

 

과자류 - 천하장사와 쿠크다스 

레드와인엔 초콜릿과 발효빵이 어울린다. 하지만 늘 있진 않다. 그나마 육질이 느껴지는 천하장사, 부드럽게 입안에 녹는 쿠크다스를 추천한다. 와인에 초콜릿은 좋은 궁합이지만 밤엔 비추다. 초콜릿엔 카페인이 다량 들어있어 예민한 사람이라면 수면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 

 

 

 

과일류 - 배와 아보카도

와인 중에 오크향이 강한 와인에는 과일이 좋은 마리아주를 형성한다. 배는 아삭하고 즙이 많아 와인과 부담없이 어울리고 아보카도는 과일 자체의 지방이 부드럽게 입안을 감싼다. 맛도 좋거니와 와인과 먹으면 볼륨감있는 식감을 자아낸다.  

 

즉석제품류 - 연어캔과 햇반

이번엔 노동력을 살짝 얹어가자. 연어캔은 따서 그 자체로 안주이지만 여기에 햇반까지 갖춰졌다면 근사한 술안주용 볶음밥이 된다. 연어캔에 충분히 들었으므로 기름을 두르지 말고 연어와 햇반을 프라이팬에 볶다가 소금, 후추로 간하면 끝. 기호에 따라 매운 고추를 넣으면 출출한 밤에 ‘고급진’ 와인 안주가 된다. 

사진출처: 드라마 '떼루아' 캡처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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