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장시간 검토 끝에 오늘(19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에 탄력을 잃었다는 우려와 함께 향후 박 대통령과 삼성그룹 외 다른 대기업 집단을 겨냥한 수사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영장기각과 상관없이 박 대통령과 삼성의 밀월 관계를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이 부회장 영장기각에 대한 각계 반응을 모아봤다.

 

SNS캡처

◆ 조의연 판사 “구속 사유 인정 어려워”

조의연 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에게는 뇌물 공여, 제3자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 삼성 “다행…신중기해 앞으로 대비”

삼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오늘 새벽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서초사옥에서 밤새 대기하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삼성은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했더라도 여전히 특검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향후 이 부회장 등이 기소되면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수사와 재판에서 뇌물과 횡령 등 주된 혐의를 벗는 게 중요하다”며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뇌물이나 횡령죄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삼성전자 등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고 우려했다.

 

◆ SK·롯데 등 “다음은 우리 대비해야”

특검팀은 영장기각과 상관없이 삼성에 대한 수사를 곧 마무리지은 다음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특검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SK, 롯데, CJ 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SK, 롯데 등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은 “다른 기업의 일에 코멘트하기가 조심스럽다”며 공식 입장을 자제한 채 물밑에서 발 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검은 이미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재벌 총수 여러 명을 출국금지한 상태다.

 

뉴욕타임즈 캡처

◆ 외신들 “총수 구속 법원이 거부” 긴급 타전

주요 외신들도 이 부회장의 영장기각을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이어진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삼성그룹 총수를 상대로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거부됐다”면서 “이번 판결은 한국의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과, 2014년 아버지(이건희 회장)가 심장마비로 움직일 수 없게 된 공백을 메우려는 이 부회장에게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AFP통신도 “박 대통령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횡령,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중앙지법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그룹 후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거부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SNS 캡처

◆ 누리꾼 “조의연 사법 농단” 비난 봇물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영장심사를 담당한 조의연 부장판사에 대해 “이름 기억하고 있어야지. 조의연 판사” “조의연 판사라는 놈이 이따위 판결을 내리니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거다” “조의연 판사 국정농단에 이어 사법 농단까지” “돈 앞에 무릎 꿇은 조의연 판사. 대단하다” “조의연 저런 게 대한민국 사법부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언제나 국가보다는 삼성에 충성했었지” “정의는 무너졌다” 등의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반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조의연 판사 영웅됐다” “조의연 판사 지켜줘야 한다” 등의 게시글을 통해 조 판사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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