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화 '헤이트풀8'의 영화음악으로 '음악상'을 수상했다. 이제까지 오스카와는 통 인연이 없던 모리꼬네 인생의 극적인 순간이었다.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 천국' 등... 400여편의 아름다운 영화음악 작곡을 남기며 영화와 음악이라는 독립된 분야를 하나로 이어낸 엔니오 모리꼬네. 로마까지 달려가 러브콜한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모리꼬네를 고집할 수밖에 없던 세계적인 영화감독들이 있다.

 

故세르지오 레오네

대표작 :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엔니오 모리꼬네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감독으로 부상하게 된 계기는 1965년 영화 '황야의 무법자'의 음악을 맡으면서였다. 이 영화는 엔니오 모리꼬네와 같은 로마 출신의 영화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의 연출작이었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미국에서 이탈리아풍의 서부영화를 연출하던 감독으로, 이후에도 '석양의 건맨',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웨스트' '석양의 갱들' '무숙자' 그리고 유작인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까지 합을 맞추며 모리꼬네와 인연을 이어왔다.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이전의 서부 영화에선 접할 수 없었던 리드미컬한 구성과 독창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음악과 하모니를 이루며 불멸의 명작으로 기록됐다. 

 

 

롤랑 조페

대표작 : 미션, 멸망의 창조, 시티오브조이 등

1986년,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국의 영화 감독 롤랑 조페로부터 의뢰를 받아 그 유명한 '미션'의 테마 '가브리엘 오보에'를 작곡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다. 

'가브리엘 오보에'는 중세 고음악, 성가에 대한 모리꼬네의 관심이 지대하게 영향을 끼친 아름다운 음악으로, 모리꼬네는 이 음악을 통해 영국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하고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수상은 불발됐다) 미션 이후에도 롤랑 조페와 엔니오 모리꼬네는 '멸망의 창조' '시티 오브 조이' '바텔'에서 함께 하며 소울메이트의 관계를 쌓아나갔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대표작 : 시네마 천국, 피아니스트의 전설, 말레나, 언노운 우먼 등

엔니오 모리꼬네의 또 다른 인연은 '시네마 천국'에서 처음 조우한 이탈리아의 신예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였다. '시네마 천국'의 스코어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모리꼬네는 소년과 늙은 영화기사의 우정, 그리고 이뤄지지 못한 연인과의 사이에서 오간 사랑의 감성을 따뜻하고 풋풋한 또 애절한 멜로디로 공감케 했다. 

스물여덟살 터울의 모리꼬네아 주세페 토르나토레는 이후 '스타메이커' '피아니스트의 전설' '말레나' '언노운 우먼' 등의 영화에서 또 다시 합을 맞추며 영상과 음악의 일체감을 꾀했다. 특히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한 곡도 빼놓을 수 없을만큼 명곡들이 즐비한 음악영화로 평을 받은 바 있다.

 

(성덕)쿠엔틴 타란티노

대표작 : 킬빌,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헤이트풀8 등

엔니오 모리꼬네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만나게 됐을 쯤엔 이미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칭송받을 때였다. 평소 모리꼬네를 선망하던 타란티노는 '킬빌2'에서 모리꼬네를 끌어들여 결국 소원 성취를 하기에 이른다. 

타란티노는 '킬빌2'에서 모리꼬네가 만든 작품 이외에도 모리꼬네의 초기작인 '황야의 무법자' 나바조'에 사용되던 세 곡을 수록했다. 이후에도 '바스터즈-거친 녀석들'과 '장고-분노의 추격자'에서도 모리꼬네의 음악을 오마주하며 구애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모리꼬네는 어느 대학의 특강에서 "그는 음악을 일관성 없이 사용해 같이 작업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며 타란티노와의 작업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는 '헤이트풀8'의 제작을 앞두고 로마까지 찾아오는 둥 정말 질기디 질긴 구애를 펼쳤다. 타란티노의 끝없는 사랑(?)에 감동한 모리꼬네는 '헤이트풀8'의 모든 음악을 담당하게 되고,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쥐며 오스카의 저주에서 풀려나게 된다.(디카프리오가 5수라면 모리꼬네는 6수였다) 오스카상을 받기 위해 단상 위에 올라간 모리꼬네는 "타란티노에게 감사하다"고 수상소감을 남겼다. 타란티노가 성덕이 되는 순간이었다.

인턴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사진 : 영상 'MINI DOCUMENTARIO SERGIO LEONE' 캡쳐, 영상 Giorgio Armani - One Night Only Roma' 캡쳐, 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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