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 간 걸크러쉬 액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온 SF 액션 블록버스터 ‘레지던트 이블’이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시리즈는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흥미진진한 액션, 탄탄한 비주얼을 스크린에 옮겨 시네필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시리즈 최종편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감독 폴 앤더슨)은 전 세계에 퍼진 T-바이러스의 백신을 손에 넣기 위해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자 엄브렐러의 본거지인 ‘라쿤 시티’로 돌아가 벌이는 마지막 전쟁을 다뤘다.

  

영웅으로 성장하는 여전사 앨리스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이 시리즈가 왜 ‘걸크러쉬’의 대명사인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강인한 여성이 무시무시한 적을 쓰러뜨리고, 남자들도 하지 못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데에 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의 시발점이었던 ‘라쿤 시티’로 돌아가는 앨리스의 걸음은 자신의 본질을 찾는 과정이면서, 자기희생 등 인간으로서 성장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앨리스가 손에 넣으려고 하는 백신은 T-바이러스 보균자인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아이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모든 일을 종결짓기 위해 죽음의 구렁텅이로 입성한다. 이런 자기희생적인 마음가짐은 앨리스 특유의 강인한 액션에 얹혀, 흔히 남성성과 여성성으로 정의된 두 성격을 모두 내포한다.

자신의 생명을 걸어가며 다른 생명을 구하는 모습은 얼핏 자식에게 아가페적 사랑을 전달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겹친다. 남성 못지않은 액션에만 방점이 찍혔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마지막에 이렇듯 심도 깊은 여성의 감각을 불어넣은 건 ‘걸크러쉬’가 ‘영웅’으로 성장해가는 이상적 방향을 제시한다.

  

앨리스 액션게임 ‘엔딩 스테이지’

지난 15년 간 ‘레지던트 이블’을 돌아보면 마치 게임 스테이지를 하나하나씩 클리어해 가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미션이 주어지고 성취를 위해 소소한 퀘스트를 겪으며 엔딩을 향해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간다. 이 구성은 처음에 기존 액션영화 시리즈와 차별화 되는 독특함으로 다가왔지만, 한 작품 속에서도 두세 번씩 과도하게 이어지는 위기의 반복은 팬들을 지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

이 구성은 신작에서도 이어진다. “하이브로 가서 백신 바이러스를 탈취하라”는 최종 미션이 주어지고, 그 사이사이 ‘언데드 퇴치’ ‘공성전’ 등 중간 미션들을 해결해 나간다. 화려한 비주얼이 이어져 보는 재미는 높였으나 액션의 강약조절 측면에서는 꽤나 힘에 부치는 연출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5년 간 뿌려놨던 떡밥들을 하나하나씩 회수해 나가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그 동안 꽁꽁 숨겨왔던 앨리스의 진짜 정체와 엄브렐러 사의 목적, 이 모든 사달의 주범 등등 ‘엔딩 스테이지’에 걸맞은 마침표가 곳곳에 산재해 흥미를 톡톡히 자극한다.

  

호불호 예상 포인트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장단점이 확실하다. 우선 시리즈 내내 이어진 독보적인 액션과 보다 거대해진 비주얼,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이끌고 나가는 힘은 꽤 확고하다. 하지만 스테이지가 점프하는 듯한 장면 전환, 다소 뜬금없는 갑작스런 반전 등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게임적 구성은 스토리의 당위성을 따지면서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조금 설득이 힘들다.

기대를 모았던 이준기는 '특별출연’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퇴장한다. 무언가 큰 활약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실망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러닝타임 1시간46분. 청소년 관람불가.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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