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극장가에 야심차게 띄운 한국영화 화제작 ‘더 킹’(감독 한재림)과 ‘공조’(감독 김성훈)가 치열한 초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개봉 이틀째인 19일까지 각각 54만, 31만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에게 재미와 웃음을 주고자 ‘상업 오락영화’를 표방한 두 영화에 대한 점수를 8개 항목에서 ‘아주 주관적으로’ 매겼다.

 

1. 사회정의 vs 남북화해

 

‘더 킹’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며 권력층의 추악한 민낯을 권력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후련하게 비판을 가하는 한편 이를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함으로써 기존 사회성 짙은 영화들의 무거움을 덜어낸다. ‘공조’는 남북 형사의 공조 수사를 소재로 한다. 체제와 이념을 달리하는 두 남자가 3박4일의 시간을 보내며 각자의 가족을 연결고리 삼아 형제처럼 가까워지는 내용이라 가슴 따뜻한 동포애와 가족애를 객석에 실어 나른다.

제 점수는요~ 가족단위 관객이 몰리는 설 연휴, 관객 확장성 면에서 ‘공조’ 우세!

 

2. '악역' 정우성 vs 김주혁

충무로 40대 ‘아재파탈’ 주역 정우성과 김주혁이 그 동안의 정의로운 이미지를 벗고 악역의 탈을 써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더 킹’에서 대한민국 권력을 뒤흔드는 부장검사 한강식 역의 정우성은 우아한 비주얼 속에 추악한 권력의 실체를 녹여낸다. 김주혁은 ‘공조’에서 북한군 장교 출신으로 동료를 배신하고 위조지폐 동판을 훔쳐 남한으로 밀입국한 캐릭터 차기성으로 분했다. ‘구탱이 형’의 모습을 지우고 날카로운 눈빛과 탄탄한 근육으로 무장, 액션까지 소화하며 변신에 성공했다.

제 점수는요~ 젠틀함과 추악함, 양면을 오가며 ‘역대급’ 악역을 완성한 정우성 판정승!

 

3. '꽃남 주연' 조인성 vs 현빈

‘꽃미남’의 대명사 현빈과 조인성이 각각 3년, 8년 만에 영화 주연으로 나섰다. 연기 변신은 물론, 사투리 연기까지 소화했다. ‘더 킹’ 속 조인성은 정의로운 검사에서 권력의 푸들로 추락하는 박태수를 연기한다. 양심을 버리고 쾌락을 좇는 지질함을 유쾌하게 꾸며 긴 러닝타임 동안 극의 흥미를 주도한다. 현빈은 ‘공조’에서 악당 차기성을 잡기위해 남한으로 넘어온 특수부대 출신 북한 형사 림철령을 맡았다. 강인한 액션과 함께 가족ㆍ동료를 잃은 아픈 사연, 처연한 눈빛을 장착해 물오른 연기력을 선보였다.

제 점수는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결이지만, 전라도 사투리보다 어려운 북한 사투리를 연기해낸 현빈의 1점차 신승!

 

4. 풍자 해학 vs 코믹액션

‘더 킹’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부패 권력의 메커니즘과 그 가운데 서있는 인물들의 몰락을 잡아내 관객의 판타지를 정확히 자극한다. 권력에 줄을 대기 위한 검사들의 굿판, 음주가무, 허세 등등 여러 요소를 개그 소재로 활용해 씁쓸한 웃음을 남긴다. ‘공조’는 현실보단 남북한 형사들의 코믹 케미와 화끈한 액션에 초점을 맞춘다. 유해진과 현빈, 다른 이미지의 두 배우를 대치시켜 불균형의 유머를 퍼뜨리고, ‘제이슨 본’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액션은 남성팬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제 점수는요~ 암울한 시국에 맞춰 권력의 판타지를 풍자와 해학으로 무너뜨린 ‘더 킹’ 승리.

 

5. '코믹본좌' 배성우 vs 유해진

‘더 킹’과 ‘공조’ 두 영화는 기본 바탕으로 ‘유머’를 깔고 간다. 그리고 이 중심엔 코믹본좌 배성우와 유해진이 있다. 배성우는 ‘더 킹’에서 한강식을 졸졸 쫓아다니며 권력에 맛에 중독된 검사 양동철 역을 맡아 특유의 버벅거리는 말투, 매섭지만 장난기를 품고 있는 눈빛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쥐락펴락한다. ‘공조’에서 생계형 남한형사 강진태를 연기한 유해진은 현실 중년 남성의 허세 가득한 말투부터 유머러스한 표정, 능청스런 오버 액션으로 극장을 웃음바다로 꾸민다.

제 점수는요~ 유머와 가족애, 싸나이 의리 3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린 유해진 우세!

 

6. ‘우먼크러쉬’ 김소진 vs 장영남

‘더 킹’에서 비리 검사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정공법을 구사하는 독종 여검사 안희연 역은 김소진이 맡았다.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하정우의 이혼한 아내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상도 억양으로 능청스럽게 ‘취조’에 들어가는 연기에 ‘여자 송강호’ ‘제2의 진경’ 찬사가 쏟아졌다. ‘공조’에서는 장영남이 유해진의 억척스러운 아내 소연 역을 맡아 와이프, 엄마, 언니의 3가지 얼굴을 리얼한 생활연기로 갈무리했다.

제 점수는요~ 강렬한 임팩트와 더불어 ‘놀라운 발견’ 평가를 끌어낸 김소진 승!

 

7. ‘신 스틸러’ 김의성 vs 이동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신 스틸러 신구 대결이다. ‘더 킹’에서 김의성은 검사와 커넥션을 이룬 목포 폭력조직 들개파 보스로 등장한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배신자들을 자신이 기르는 도사견들의 먹잇감으로 내던지는 싸늘한 표정...후덜덜이다. ‘공조’에서는 ‘응팔’의 스타 이동휘가 대한민국에 잠입해 마약밀매를 하는 북한군 출신 박명호로 출연한다. 능수능란한 연기뿐만 아니라 뽀글이 파마에 의외의 날렵한 액션각까지 선보여 놀라움을 안겨준다.

제 점수는요~ 존재감 그리고 날로 진화하는 악역연기, 김의성에게 한 표!

 

8. “왜 나왔을까?” 김아중 vs 임윤아

배우에게 배역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조연, 단역, 특별출연으로 빛나는 주연배우들도 많다. ‘더 킹’의 김아중은 조인성의 아내인 미모의 앵커로, ‘공조’의 임윤아(소녀시대)는 유해진의 백수 처제로 등장해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흥미와 웃음도 안겨줬다. 그럼에도 “굳이 왜 출연했을까”란 물음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권력을 향해 돌진하는 조인성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면모, 남한사회에 새롭게 눈 떠가는 쿨가이 현빈과의 로맨스 라인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으면서 2% 부족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제 점수는요~ 방송사 로비에서 딱 걸린 남편과 불륜녀를 향해 까르르 웃으며 치던 박수소리, 그녀의 내공이 날카롭게 빛을 발한 순간이다. 김아중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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