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공식으로 취임했다. 트럼프는 수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앞 광장 특설무대에서 100여만 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취임식을 하고 세계 최강국 대통령으로서 4년의 여정을 시작했다.

‘억만장자’로 리얼리티 TV쇼 진행자로 명성을 얻었던 트럼프는 미국 대선 기간 내내 비웃음을 샀지만, 공화당 16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차례로 꺾고 민주당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마저 격침하며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취임연설에서 예상대로 국익 중심의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이제 세계는 70년 세계 질서의 대대적인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CNN 메인화면 캡처

◆ 취임식 반쪽 행사...‘반 트럼프’ 시위도

하지만 이날 트럼프 취임식은 통합과 축제의 무대가 아닌 미국의 분열을 드러내는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러시아의 미대선 개입에 따른 정통성 시비가 일면서 흑인 인권운동의 아이콘인 존 루이스(민주·조지아) 하원의원 등 의원 60여 명이 취임식 보이콧을 선언했고, 수십만 명의 ‘반 트럼프’ 시위자들이 워싱턴DC로 몰려들었다.

특히 반대 시위자들 일부가 백악관 북동쪽 맥퍼슨 광장 등에서 인근 상점에 돌을 던지는 등 폭력시위에 나서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차 여러 대가 파손되고 경관이 부상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대 최저 수준인 37%의 지지율로 취임했다. 각료 인선은 마무리했지만,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 등 각료 후보자 대부분이 인준을 받지 못한 것 등도 새 정권 출범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CNN 캡처

◆ 미국 언론과의 지속적인 갈등

미국 언론과의 대결도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언론이 정직하다면 나는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며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트위터를 애용해 왔다.

트럼프가 미국 주류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데는 CNN 등이 자신의 여론조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전면에 보도한 것도 작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11월8일 클린턴 후보의 당선확률이 84%라고 점쳤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확률은 16%였다. CNN도 클린턴의 당선확률이 91%라고 전했다.

민심을 읽는 데 실패한 미국 주류 언론들은 취임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CNN은 여론조사를 통해 ‘취임을 앞둔 트럼프의 지지율이 40%에도 못미치고 있고 그를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52%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8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전 받은 지지율의 절반 수준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WP), NYT 등도 여론조사를 인용해 트럼프의 지지율 기사를 앞다퉈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언론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여론조사를 갉아먹었고, ‘비호감 이미지’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즈 캡처

◆ ‘트럼프 vs 미 언론’ 갈등은 계속

트럼프가 취임했지만 미 언론의 ‘삐딱한’ 시각은 이어지고 있다. CNN은 ‘America first(미국 우선)’을 메인제목으로 뽑은 뒤 ‘Donald Trump became the 45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on Friday, vowing to drain power from Washington elites and always put “America first” in its dealings with the world at a moment of transformative political change(트럼프가 워싱턴 엘리트들의 권력을 빼앗고 미국 4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세계적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늘 그랬던 것처럼 “미국 우선”을 외쳤다)’고 리드를 잡았다.

특히 ‘The world reacts as Donald Trump takes power(트럼프 취임에 대한 세계 반응)’ 등을 주요 기사로 다루며 세계 각국의 반 트럼프 시위나 운동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NYT 역시 ‘Donald John Trump was inaugurated as the 45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on Friday, ushering in a new and more unpredictable era in which he vowed to shatter the established order and restore American greatness(트럼프가 45대 대통령에 취임하며 새롭고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리드를 썼다.

트럼프와 미 언론과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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