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민이를 좋아합니다!” 한 소년이 한 소녀를 좋아한다. 이 설정만으로도 7월 25일 개봉하는 ‘굿바이 썸머’는 예비 관객들의 설렘을 자극한다. 누구나 한번쯤 있을 법한 학창 시절 이성에 대한 두근거림을 ‘굿바이 썸머’는 10대 남녀의 눈으로 고스란히 바라봤다.

‘굿바이 썸머’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열아홉 현재(정제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꿈과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현재는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생각을 뒤흔든 이가 바로 같은 반 친구 수민(김보라)이다.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수민이를 보며 점차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되는 현재라는 캐릭터가 흥미롭게 느껴진다.

청춘 영화가 활기차고 주변 친구들도 많으며 뭔가 밝은 모습을 강조한 것과 다르게 ‘굿바이 썸머’는 ‘외로움’으로 무장했다. 그 흔한 학교 수업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특히 현재는 항상 아무도 없는 교실에 찾아와 홀로 무언가를 챙기고 버리기에 바쁘다. 집에서도 늘 혼자다. 몇 안되는 친구들이 그의 주변에 있을 뿐이다. 이 모든 건 현재의 ‘현재’ 상황을 말해준다. 병마와 싸워야하는 운명, 10대가 짊어지기엔 너무 외로운 싸움이 현재 앞에 다가온 것이다.

“공부 포기하려고. 다음에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말하는 현재를 바라보며 수민은 안타까워한다. 그가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다는 걸 모르고 현재의 고백을 거절했으며 대학 진학을 위해 학원을 충실히 다니는 모습에서 수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겨라)’와는 거리가 먼 수민이지만 현재의 상황을 알아채고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현재와 수민 모두 10대가 겪을 수 있는 감정변화를 사랑이라는 매개를 통해 몸소 느끼게 된다.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에 같이 출연한 정제원과 김보라는 풋풋한 감성으로 현재와 수민을 그려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페이스는 물론 말투, 행동 하나하나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정제원은 굽은 허리, 고등학생처럼 행동하는 연기 등으로 실제 학생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김보라는 수많은 작품에서 학생 역할을 맡았기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었다. 밝고 명랑한 수민의 모습부터 현재 앞에서 진지해지는 것까지 다양한 수민의 감정들을 표현해냈다. 특히 두 사람은 현재와 수민이 영상을 찍으며 달달함을 이끌어내던 장면 이후 교실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다른 얼굴을 보여줘 보는 이들이 현재와 수민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게 해줬다.

영화는 ‘현재’와 ‘미래’ 중 어떤 게 더 중요한지 알려주지 않는다. 판단은 관객의 몫에 맡긴다. 다만 지금 하지 못하면 후회할 수 있는 것들,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고통스러워질 것들을 현재와 수민으로부터 보여준다. 또한 이와 반대되는 얻을 수 있는 것까지도 말이다. 무엇보다 극중 현재의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죽음을 앞둔 그가 모든 걸 버리고 포기하지만 수민 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그 자체가 죽을 위기에 놓인 사람에게도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굿바이 썸머’는 잔잔하게 흐르는 물처럼 조용히 진행된다. 대사와 대사 사이에 텀도 길어 지루할 수 있지만 대사 하나하나 곱씹어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정제원과 김보라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여름날의 풋풋한 감정들이 보는 이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러닝타임 1시간 11분, 12세 관람가, 7월 25일 개봉.

사진=‘굿바이 썸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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