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가 돌아왔다. 배우로서의 귀환은 무려 13년 만이다. 2년여 전 제작 소식이 들리기 시작할 무렵부터 과거의 그녀를 기억하는 모두의 가슴에 기대를 지핀 드라마 '사임당-빛의 일기(이하 사임당)'가 역사적인 첫방송을 앞두고 있다.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SBS 사전제작 드라마 '사임당'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사임당'은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이 이태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이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사극이다. 일기 속에 숨겨진 천재화가 사임당의 불꽃 같은 삶과 '조선판 개츠비' 이겸(송승헌)과의 불멸의 인연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첫 복귀작,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재미'가 우선이었다

'사임당'이 이영애를 끌어들인 요소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영애는 '사임당' 출연 이유에 대해 "재미있었다. 어떤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다.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였다. 사임당이 고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까 500년 전 사임당은 이런 모습 원하지 않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영애는 "신사임당 이미지가 5만원권에 박제한 듯한 이미지, 500년 전 사임당이 그걸 원했을까? '대장금'은 기록 한줄로 남은 인물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사임당'도 생명력을 불어 넣은 게 재미있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성공작과 복귀작의 공통점을 언급했다. 또 "여자와 엄마로서의 고민은 똑같다는 걸 촬영하면서 느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를 넣어 저도 설렜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대장금'과 '사임당', 무엇이 다를까?

이영애에게 '대장금'의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인식도 팽배한 가운데, '사임당' 이영애는 '대장금' 이영애를 벗어나기 위해 어떤 차이점을 두었을까. 이영애는 "사임당이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하는 강인한 여성이기 때문에 장금이와 인물 색깔은 겹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사이 제가 결혼도 하고 엄마도 됐기 때문에 연기의 폭도 넓어지고 색깔도 깊어져 연기도 더 재밌다는 생각을 하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데, 극중 현대를 살아가는 털털한 성격의 서지윤을 보면 지금 우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장금'을 소화하기 위해 직접 궁중요리를 배웠던 것처럼, 이번 '사임당'을 위해선 민화 그리기 수업도 불사했다. 박은령 작가는 "이영애를 가르친 화가 선생님이 초보자가 그릴 수 없는 선을 그렸다더라"며 이영애의 붓 솜씨를 칭찬하기도 했다. 이에 이영애는 "적어도 필체나 액션이라도 튀지 않게 보이기 위해 연습했다. 사임당의 그림이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사임당의 역동적인 화가로서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어딘가에 남아있을 법한 그림들을 표현해봤다"고 말했다. 

이영애X송승헌, 드라마 못지 않게 기대되는 케미

상대역 이겸을 연기한 배우 송승헌과 이영애의 케미도 '사임당'의 기대요소다. 송승헌은 "이영애 선배의 13년 만의 복귀작이라면 긴 말이 필요없을 것 같아 흔쾌히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겸이라는 인물은 허구의 캐릭터지만 사임당이라는 한 여인을 사랑하고, 끝까지 지켜주는 남성으로 누구봐도 멋진 인물이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명불허전 명배우 이영애와의 연기는 송승헌에게도 긴장감을 부여했다. 이영애와의 첫 촬영에서 긴장한 나머지 계속 NG를 냈다고 일화를 전한 그는 "데뷔해 처음 카메라 앞에 섰던 날처럼 가슴이 너무 뛰어 대사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영애는 송승헌에 대해 "사극의 송승헌씨는 상상도 못 했는데 이 드라마에서 송승헌씨는 정말 단언컨대 제일이다. 여성으로서 많이 설레기도 했고 덕분에 멜로에 감정 이입도 잘됐다"고 칭찬을 나눴다. 

촬영 마치고 반 년… 기다리느라 피가 말랐다

'사임당'은 2015년 8월 제작에 들어가, 지난해 6월 촬영을 마친 사전제작 작품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피가 말랐다"며 웃음 지은 이영애는 "어린아이를 둔 엄마로서 육아도 잘할 수 있었고 쉴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해 좋았다. 앞으로도 엄마, 아내의 역할이 있지만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가 있다면 다양한 장르로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추후 연기 생활의 청신호를 밝혔다.

한편 드라마 '사임당'은 오는 26일 오후 10시, 대망의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사진 : SBS 드라마 '사임당-빛의 일기' 스틸컷, 뉴스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