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노골화되면서 국내 피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압박하는 영역이 특정 분야를 벗어나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최근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조치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이미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 화장품

우선 한국산 화장품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최근 11톤에 달하는 한국산 화장품을 수입불허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그동안 우회적으로 한국 화장품 산업을 규제해왔지만, 이번 조치는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표시여서 우려가 크다. 중국 질검총국은 한국산 공기청정기, 비데 양변기까지 줄줄이 수입불가 판정을 내렸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신규 화장품 브랜드들이 중국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위생허가 승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통제한다”며 “수출 루트가 다양한 대형업체는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 화장품 업체는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업계도 걱정이다. 제주도는 올해 중국 최대 명절 ‘춘제’(한국의 설날) 기간에 전년대비 16.5% 감소한 4만2880여명만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을 낮춰 잡았다. 중국 정부가 지난 10월 저가 여행 단속의 명분으로 해외 단체 행객들의 20% 축소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 김치

2015년 말 겨우 물꼬를 튼 한국산 김치의 중국 수출길도 어려워지며 중국 수출을 진행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는 중소형 김치 업체는 중국 수출을 재검토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는 중소형 김치 업체는 약 50여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은 정부 규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정부가 따로 조치를 내리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세관 기간을 길게 끌기만 해도 유통기한이 넘으면 고스란히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산 김치의 대중 수출량은 72톤으로 중국 수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가 사드보복 우려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 삼계탕

삼계탕은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까지 겹치며 중국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AI 발생 지역에서 생산된 삼계탕의 수출이 차단됐고, AI와 무관한 지역에서 만든 제품도 수출이 급감해 끊기다시피 했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으로의 삼계탕 수출액은 6톤에 못 미치는 5505㎏ 규모로, 전월(7만1870㎏)에 비해 92.3% 급감했다. 중국으로의 삼계탕 수출이 시작된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치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한식 통합브랜드인 ‘비비고’를 앞세워 삼계탕을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진출을 보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초기에 비해 검역 기간이 상당히 길어졌다”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통관 절차가 엄격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조수미 등 문화계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조수미는 2년 전 이미 계획한 중국 투어 공연을 취소했다. 다음달 광저우·베이징·상하이로 이어지는 중국 공연을 위해 비자를 신청했지만 중국 당국이 뚜렷한 이유 없이 비자 발급을 미뤘기 때문이다.

조수미는 24일 트위터에 “저의 중국 투어가 취소됐음을 알립니다”라며 “그들의 초청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한 공연인데 취소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 국가 간의 갈등이 순수문화예술 분야에까지 개입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큽니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앞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오는 3월 중국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하려던 공연을 비자 문제로 취소했다. 구이양 오케스트라 홈페이지는 현재 공연 협연자로 다른 중국 여성 피아니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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