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520만 시대, 나 홀로 먹고 사는 이들의 실태와 이면은 어떤 모습일까. 1인 가구, 포미족 등이 소비의 대세로 떠오르며 트렌드화 되고 있지만 이들이 겪는 고충 또한 만만치 않았다. 

 

■ 저소득층이 절반… 가난한 1인가구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고소득 1인 가구가 많아 경제를 이끄는 한 축이 됐지만, 한국은 1인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빈곤율(전체 인구에서 소득이 중위소득 50% 미만에 해당하는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50.5%를 기록했다.

1인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원천 평균소득 1825만원에서 비소비지출 283만원을 뺀 1542만원이다. 1인가구의 절반 이상이 처분가능소득 기준 중위소득 50% 미만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는 2인가구 빈곤율 32.6%보다 17.9%나 높은 비율이며 4인가구 기준(8.3%)으로는 6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는 맞벌이나 경제활동을 하는 가구원수가 많은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저소득층 노인 그리고 사회초년생이 많은 1인가구의 소득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구에 비해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점도 높은 빈곤율의 이유 중 하나다. 전체 1인가구 중 44.1%는 1000만원 미만 소득자였으며 1000만~3000만원 미만 소득은 35.9%로 집계됐다.

 

■ 소득 25%를 월세로 지출

월세로 거주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주거비 부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는 매월 가처분소득의 25%를 월세로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부동산114'가 작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와 국토교통부의 전국 전용면적 33㎡ 이하 주택 보증부 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이다. 2016년 3분기 기준, 1인 가구는 월평균 가처분소득 142만원 가운데 평균 36만원(월 소득의 25.4%)을 월세로 부담했다.

1인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월세 비중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가장 높았다. 작년 서울의 전용면적 33㎡ 이하 주택의 평균 월세는 44만원으로, 1인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의 30.7%에 달했다. 제주도는 28.7%로 전국에서 둘째로 높았다. 

 

■ 1인 가구 차별하는 '싱글세' 등판

자녀를 둔 기혼자에 비해 미혼자 및 1인가구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2014년 11월 정부는 독신 가구에 대해 세금을 더 부과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으나, 그 해 연말정산 시즌에는 추가 납부자 70% 이상이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부부에게 집중됐다. 당시‘싱글세’ 논란에 대해 정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2017년이 된 지금도 결혼을 강요하는 세금 압박으로 ‘싱글세’ 논란의 불길은 삭을 줄 모르고 커지는 추세다.

지난 15일, 소득 및 세액공제 자료를 받아볼 수 있는 ‘연말 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개통하자 자녀가 있는 경우 받게 되는 세액 감면 혜택으로 기혼 가구는 상당부분 이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인가구는 연초부터 ‘세금폭탄’을 끌어안은 실정이며, 집·자동차를 구매 등 일상의 다방면에서 싱글들은 기혼 세대에 비해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한국 세무학회 학술대회에서 나온 논문에 의하면 1인가구가 두 명의 자녀를 둔 혼인가구보다 연간 약 79만원의 세금을 더 낸다고 드러났다.
 

 

■ 1인 가구, 건강 취약계층 위험 ↑

경제적 부담만으로도 애석한 와중, 1인 가구가 '건강 취약계층'으로 떠오를 위험이 있다는 지적 또한 나타났다. 26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오유진 부연구위원의 '1인 가구, 신 건강 취약계층으로의 고찰 및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1~6기(1998~2014년)를 분석한 결과, 1인 가구는 20~30대 청년, 65세 이상 여성, 40~50대 중년 남성 계층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고령화로 급증한 1인 노인 가구에 대한 관심과 제도는 어느 정도 마련돼 있지만, 한창 일할 나이인 청·중년층 가구는 실업과 빈곤, 주거 불안정 등을 겪으며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구성원들의 이질성과 다양성이 가장 큰 청년층 1인 가구 중에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기 보다는 직장이 불안정하거나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 있는 비중이 다인 가구보다 높다.

1인 가구 10명 중 9명은 혼자 식사를 하면서 대충 때우거나,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다는 응답이 55%였고, 메뉴도 라면, 빵,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이 주를 이뤘다. 

지속적인 외식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영양 불균형, 만성위염 등의 건강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이나 대인 기피증 등 정신건강 문제로까지 이어질 위험도 있다. 노후 준비가 열악하고 실업률이 높은 중년 1인 가구의 만성질환율은 64.8%로 다인가구(44%)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았고, 우울 의심률 27%(다인가구 8.8%), 자살생각 13.9%(다인가구 3%)로 정신건강 상태도 다인가구보다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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