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행복한 라짜로’의 탄크레디 역을 맡은 루카 치코바니가 내한해 3박 4일 동안 국내 팬들을 만났다. 6월 20일 개봉한 ‘행복한 라짜로’는 1만 돌파에 성공하며 한달 넘게 다양성 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얄리체 로르와커 감독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기생충’ 봉준호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건네 화제가 됐다. 국내 다양성 영화 마니아들이 주목한 ‘행복한 라짜로’를 통해 루카 치코바니는 배우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행복한 라짜로’는 이탈리아 벽지 인비올라타 마을의 담배 농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독특한 소재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돋보이는 영화다. 제71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 등 전세계 호평을 받으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루카 치코바니는 계급적 사회의 문제를 다룬 이 영화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행복한 라짜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영화와는 다른 게 많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말해주죠. 즉,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사회, 기계의 노예가 되는 사회를 영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최근 사회의 영웅이 되는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많은데 영화 속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는 그들과 다르고 사회가 그의 편도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님이 이 시대의 군상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이 영화를 통해 이탈리아의 문제를 다뤘다기 보다는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를 건드렸다고 봅니다. ‘행복한 라짜로’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 만큼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죠. 인간성을 상실하고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사회. 사람들은 새로운 차와 휴대폰이 행복을 보장한다고 믿게 됩니다. 점점 우리가 피상적인 물질의 노예로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죠. 제가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건 이런 사회적인 문제가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입니다.”

루카 치코바니는 독특한 삶을 살고 있다. 유튜브 스타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뒤 유니버설 이탈리아와 계약해 가수가 됐다. 이후 얄리체 로르와커 감독의 제안으로 ‘행복한 라짜로’를 통해 첫 연기에 도전했다.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면서도 그는 가수, 배우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했다. 그만큼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열망이 컸다.

“제가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이 아직도 신기합니다. 감독님이 MTV에 나온 저의 뮤직비디오를 보시고 캐스팅 제안을 주셨죠. 그 당시에 저는 알리체 로르와커가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생각 좀 해보고 다시 연락주겠다고 한 뒤 촬영감독이신 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캐스팅 제안에 ‘예스!’라고 해야했다고 하셨죠. 그 이후 로마에서 한시간 동안 오디션을 봤는데 완전 엉망으로 연기해버렸습니다. 이전에 제가 연기를 해본 적이 없으니 시간낭비인 것 같다고 하자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셨죠.”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제 삶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순수한 영혼, 인류애 등에 관심이 많아졌죠. 그만큼 ‘행복한 라짜로’가 저에게 같는 의미가 큽니다. 배우로서의 삶도 생각하게 됐죠.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음악을 포기하고 연기할 것인가’였습니다. 저는 데이비드 보위, 저스틴 팀버레이크, 엘비스 프레슬리 같이 연기, 음악 모두 다 잡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으니 앞으로 LA에 있는 연기 아카데미에서 2년동안 공부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행복한 라짜로’에서 루카 치코바니가 맡은 탄크레디는 라짜로가 사는 마을의 지배자 후작 부인의 아들로 등장한다. 형제일지도 모른다고 라짜로를 속이기도 하고 후작 부인의 악행을 알아채면서 마을 주민들에 공감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한 영화에서 다양한 얼굴을 가진 캐릭터가 탄크레디였다. 탄크레디처럼 루카 치코바니에게도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했다.

“탄크레디는 ‘다크 피터팬’ 같은 존재입니다. 피터팬처럼 판타지를 좋아하고 엄마인 후작 부인의 영향으로 어두운 부분도 가득하죠. 탄크레디는 선과 악의 중간지대에 있는 인물입니다. 그처럼 10대 후반에 있는 인물은 선과 악을 구별지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돼죠. 후작 부인이 나쁜 짓을 한다는 걸 탄크레디도 알고 있습니다. 탄크레디가 라짜로를 괴롭히는 건 강하게 보이고 싶은 어린 마음 때문이었죠. 탄크레디에게도 라짜로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짜로는 순수한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지만 탄크레디는 내면에 감추고만 있죠.”

“배우가 돼 연기를 해보니 누군가가 제 영혼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자기의 영혼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탄크레디가 제 내면 어딘가에 존재하죠. 앞으로 더 많이 연기하게 된다면 내면의 변화를 다양하게 느끼게 될 거로 믿습니다. 제가 만약 라짜로를 맡았다면 어땠을까요? 영화를 찍기 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지금의 저라면 한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저만의 라짜로를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라짜로 역을 맡은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 역시 루카 치코바니처럼 연기가 처음이었다. 루카 치코바니는 그와 친형제처럼 지내며 영화 때문에 3개월동안 시골에서 머무르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연기했던 루카 치코바니는 칸에 입성하기도 했고 한국을 찾으며 글로벌 팬을 만나는 등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는 영화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자신이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다.

“제 첫 정규앨범을 지금 들으면 부끄러워집니다.(웃음) 지금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고 이전과 다른 음악으로 팬들에게 선보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는 많이 성장했습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선사하고 싶죠.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질 것으로 봅니다. 아트, 캐릭터 등은 데이비드 보위를 참고하고 방안에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3D 오디오 기술도 들어갈 예정입니다. 조지아(그루지야) 전통음악도 믹스할 계획입니다.”

“한국에 와서 많은 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절과 고궁을 방문하고 전통의상도 입고 싶었죠. ‘행복한 라짜로’를 찍으면서 종교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모든 종교가 아시아와 연결돼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국 팬들이 SNS를 통해 저를 반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 비행기 안에서도 ‘행복한 라짜로’ 홍보를 참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 뮤지션으로서 다시 한국을 방문해 콘서트로 팬들을 마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사진=슈아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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