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갑툭튀’한 배우가 아니다. 정제원은 ‘쇼미더머니’부터 최근 ‘아스달 연대기’ 장동건 아역까지 거치며 가수, 배우로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를 바라보면 ‘도전’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25세, 정제원은 7월 25일 개봉하는 ‘굿바이 썸머’로 영화라는 것에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정제원은 ‘쇼미더머니’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그룹 1PUNCH 리더로 활동하다가 솔로 앨범은 내며 ‘ONE(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화유기’ ‘나인룸’ ‘그녀의 사생활’까지 작은 배역부터 주연까지 거치며 몇 년 사이에 라이징 스타로 거듭났다. 물론 ‘하트시그널2’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첫 영화가 바로 ‘굿바이 썸머’다. 영화가 처음인 그에겐 ‘그녀의 사생활’에서 함께 연기한 김보라의 존재가 클 수밖에 없었다. 

“영화라는 매체가 좋아서 ‘굿바이 썸머’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시작하게 됐어요. 스크린에 제 연기가 보여지는 거니 처음엔 부담도 컸죠. 거기다가 첫 영화의 첫 주연이었니까요. 항상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의지했던 거 같아요. 이번에는 주연이니까 다른 배우들을 끌어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배우들의 나이도 저보다 어리고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저까지 중심을 잃으면 다 무너질 수 있어서 박주영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솔직히 (김)보라씨한테 의지 많이 했어요. ‘그녀의 사생활’을 찍기 전에 영화로 만났지만 연기 경험이 많으니까요.(웃음)”

“처음엔 독립영화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촬영하다보니 시간이 촉박해졌고 급하게 촬영에 들어가 현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미지를 구축했어요. 첫 촬영부터 현재를 온전히 이해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네요. 촬영 때마다 현재의 모습이 달라지거든요. 그래도 제가 현재가 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정제원이 맡은 현재라는 캐릭터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고등학생이다. 현재는 친구 수민(김보라)을 좋아해 고백했다가 차인 경험이 있다. 수민의 감정을 알 수 없는 현재는 ‘현재’에 충실하며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수민은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와는 다른 생각으로 살아간다. 이 둘이 마주하면서 서로의 확고했던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시한부’라는 세 글자가 무겁고 진중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물론 감독님도 시한부라는 캐릭터 설정에 안 얽매이길 바랐죠. 현재를 보면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아픈 기색 하나 없잖아요. 그런 점이 캐릭터의 매력이었죠. 현재를 연기하면서 시한부라는 것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현재가 아파하는 신과 안 아파하는 모습이 영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날 거예요.”

“현재가 진짜 아프로 슬프지만 모든 걸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전학온 병재(이도하)에게 교복을 건네는 장면이 가슴 아팠어요. 연기할 때는 아무런 감정없이 소화했는데 모니터를 보니까 현재가 그 상황에서 얼마나 가슴 아팠을지 생각하면 슬프더라고요. 여기에 잔잔한 BGM까지 들어가니 더욱 아련하게 느껴졌죠.”

‘굿바이 썸머’에서 현재의 매력은 바로 ‘무덤덤함’이다. 10대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죽음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정제원의 담담한 표정과 고등학생 같은 말투,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등이 현재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만큼 캐릭터에 잘 녹아든 정제원은 이제 현재를 생각하며 자신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떠올렸다.

“제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현재라면 수민이한테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할 거예요. 고백 못하면 얼마나 억울해요.(웃음) 그런데 제가 진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현재처럼 더 밝은 척만 할 거 같거든요. 누군가 저를 안쓰러워 하는 게 싫어서요. 만약 인생이 1년 남았다면 앨범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그거는 평생 남는 거잖아요. 앨범 작업을 3개월 안에 끝내고 남은 9개월은 전세계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저는 고등학생 때 제일 많은 생각을 했어요. 입학하고 2개월 만에 학교에서 나왔거든요. 제가 왜 학교를 계속 다녀야하는지 그 당시엔 몰랐어요. 그 이후 외로운 시간을 보냈죠. 하루에 영화 2편은 기본이었어요. 다 보고나도 점심 때였고요. 그때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을 만든 거 같아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친구든 누구든 붙잡고 지금 느끼는 감정대로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사람을 많이 봤으니까요. 후회하더라도 자신을 믿는다면 실패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현재처럼 오늘의 감정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오랜만에 교복 입으니 좋더라고요.(웃음)”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김수(라운드테이블), 싱글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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