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회 미국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 SAG) 시상식이 30일 개최된 가운데, 트럼프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가 헐리우드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앞선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위험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 일시 중단 및 비자 발급 중단, 난민 입국 프로그램 4개월 중단 및 난민 심사 강화를 골자로 한 '반(反)난민' 행정명령에 서명해 거센 파문이 일고 있다. 시리아 등 7개국에서 온 난민과 여행객, 이들 나라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 무수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현 시국에 대한 정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아쉬가르 파라디 / 아시아 퍼시픽 스크린 어워즈 홈페이지

영화 '세일즈맨'으로 올해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는 애초 시상식에 참석해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었지만, 29일 결국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미국 입국 가능 여부의 불확실성을 두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행정명령의 예외가 인정되더라도 다음 달 열리는 시상식은 불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파라디 감독은 이란과 미국의 강경파들을 비교하며 "이들은 자국민에게 다른 나라와 문화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끔찍한 이미지만을 심어주려고 한다"며 다름을 의견 차이로, 의견 차이를 증오로, 증오를 두려움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세일즈맨'에 출연한 이란의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 또한 동일한 이유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애쉬튼 커처 / SAG 중계 영상 캡쳐

SAG의 오프닝을 맡은 배우 애쉬튼 커처는 오프닝 멘트로 "미국배우조합 회원들과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현재 공항에 억류된 모든 분들 역시 미국에 속하고 있다"라고 일침을 가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나는 (미국 시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시민이다" "당신은 나라 구조를 완성시키며 우린 당신을 사랑하고 환영한다"라 선언하기도 했다. 

같은 날 커쳐는 자신의 트위터에 반 이민 정책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아내 밀라 쿠니스를 언급하며 "내 아내도 난민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다. 피가 끓는 심정"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줄리아 루이스-드레퓌스 / SAG 중계 영상 캡쳐

HBO '빕'(Veep) 출연으로 TV 코미디 부문 배우상을 받은 줄리아 루이스-드레퓌스는 러시아가 SAG 상 투표를 해킹하려 했다는 농담으로 장내에 웃음을 자아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모두 알듯 나는 이민자의 딸이다. 아버지는 나치가 지배했던 프랑스에서 탄압을 받아 미국으로 옮겨왔고 나는 현재 미국을 사랑하는 애국자다. 나는 조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정부의 반 이민 행정명령은 반미국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일러 쉴링 / SAG 중계 영상 캡쳐

넷플릭스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간판 스타 테일러 쉴링은 SAG 수상 후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대표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이지리아와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 리코, 콜롬비아, 아일랜드 등으로부터 온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길 추구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드라마를 통해 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우리의 책임이고 우리 모두를 갈라놓으려는 힘보다 우리의 연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존 레전드 / 영화 '라라랜드' 스틸

영화 '라라랜드'에 출연한 팝스타 존 레전드는 28일 미국 프로듀서 조합 시상식(PGA)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로스앤젤레스는 많은 이민자, 창의적인 이들, 꿈꾸는 자들의 집"이라며 "우리의 미국은 거대하고, 자유롭고, 꿈을 가진 모든 인종과 나라와 종교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미국을 보는 시각은 트럼프 대통령의 것과 완전히 상반된다"며 "나는 오늘 밤 그의 비전을 거부하고, 미국은 그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한나 / 'Love On The Brain' 커버, 리한나 트위터

팝스타 리한나는 자신의 SNS를 통해 트럼프를 향한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바베이도스 출신 이민자인 리한나는 트위터 계정에 "역겹다. 정말 충격적인 뉴스다. 미국이 우리 눈앞에서 파괴되고 있다"고 반이민 행정명령 소식을 언급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빗대어 "부도덕한 돼지"라고 독설을 날렸다.

 

롭 라이너 /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스틸

배우 겸 감독 롭 라이너도 트위터에 "거짓말쟁이, 인종주의자, 여성혐오자, 바보, 유치한 사람, 나르시시스트에 이어 이번 무슬림 금지로 인정머리 없는, 악랄한 사람이라는 말을 트럼프 레퍼토리에 추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맹비난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