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와 그들의 이웃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28일 방송되는 SBS ‘SBS스페셜’에서는 조현병 당사자들과 가족, 이웃들이 겪는 고통을 들여다보고 조현병 당사자들이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할 제도적, 사회적 문제점들을 함께 짚어본다.

사진=사람들을 촬영하는 윤희 씨.

경기도의 한 바닷가 마을, 이 일대에선 유명하다는 지윤희(가명) 씨와 같은 빌라 주민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곧이어 언성이 높아진다. 윤희 씨는 “어딜 따라붙어! 내가 다 찍고 있어!”라며 휴대폰이 들고 있다.

벌써 수년째 휴대폰과 태블릿PC 등으로 행인들의 사진을 찍는 윤희 씨와 사람들 사이에서 험악한 욕설, 때로는 폭력까지 오가고 있다. 인근 지구대에 접수된 윤희 씨 관련 신고 건수 만해도 한 달 평균 약 10여 건. 사흘이 멀다고 들어오는 신고 때문에 지구대에서도 윤희 씨는 이미 유명인사라고 했다.

윤희 씨가 거주하는 빌라의 주인 역시 그녀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밀린 월세만 해도 1000만 원에 육박하며, 윤희 씨가 복도와 옥상 등 공용 공간에 짐을 쌓아두고 매일 이웃과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모두 이사를 가버렸다는 것. 실제로 이미 윤희 씨가 사는 층은 한 집을 제외하고 모두 공실이었다. 게다가 윤희 씨 집 안은 짐들로 꽉 차 발 디딜 공간조차 없는 상황이다.

사진=윤희 씨 집 앞에 모여든 사람들.

이웃 주민들은 조심스럽게 윤희 씨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한다. 여러 갈등 때문에 민원도 수차례 제기해봤지만, 해당 지역 주민센터에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윤희 씨는 ‘SBS스페셜’ 제작진에게 30년 가까이 이웃들로부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배후세력이 이웃들을 시켜 24시간 자신을 감시, 미행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도 그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하수인들을 찍고 있는 것뿐이라고.

끊임없는 감시 때문에 프랑스 유학·박사과정까지 밟고서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한통속이 된 집주인이 자신을 괴롭히는 바람에 살던 집에서조차 쫓겨날 위기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윤희 씨의 바람은 오직 하수인들과 그 배후의 만행을 낱낱이 세상에 알리고, 그들이 처벌받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SBS스페셜' 제작진과 대화 중인 윤희 씨.

20년째 조현병을 겪고 있는 당사자이자 현재는 다른 조현병 환자들의 사회 재활을 돕고 있는 이정하 씨는 윤희 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사는 위협적인 세상의 전형이라는 것. 정하 씨 역시 얼마 전까지 늘 감시당하고 쫓기는 위협적인 세상에 갇혀 있었다고 했다.

환청, 환시, 망상장애 등을 겪는 조현병 환자들은 누가 언제 자신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한다고 했다. 남들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들이 느껴지는 병이기에 더욱더 이해를 바라기 어려운 병이 조현병이다.

최근 ‘진주아파트 방화사건’, ‘조현병 환자 역주행’ 사건 같은 끔찍한 일이 발생한 이후 조현병 당사자들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더욱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SBS스페셜’은 이번 방송을 통해 조현병과 관련한 사례와 쟁점들을 짚어본다.

사진=SBS ‘SBS스페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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