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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반.소] 골목길에서 만난 내 친구 봄이

려동물을 개합니다. 싱글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언제나 곁에 있어주며 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반려동물. 만남부터 지금까지 이뤄져온 둘 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제보자: 찹쌀떡(가명, 20대 싱글남)

 

 

 

이름: 봄이
함께한 시간: 8세(추정)에 만나 14세이던 지난해 겨울 심장마비로 사망.
성별: 남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생활을 시작한 나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봄이와 내가 만난 건 6년 전 집 앞 골목길에서였다.  처음 봄이를 봤을 땐 작은 체구에 조금 더러운 털을 가진, 누가 봐도 버림받은 유기견이었다. 한 이틀정도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에서 눈에 띄었는데, 신경이 쓰여 이웃 할머니께 여쭤보니 그렇게 돌아다닌지 꽤 됐다며 혀를 끌끌 차셨다. 고민따윈 없었다. 냉큼 데려왔다.

 

 

 

집에 데려와 씻기고 나서 이름을 뭐라고 지어야할지 고민됐다. 여러 이름이 떠올랐지만 가장 마음에 든 이름은 '봄이' 였다. 유기견인 봄이에게도, 타향살이에 힘겨워하는 내게도 다시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처음 데려왔을 때 봄이에게는 치석이 아주 많았다. 그러나 마취하기엔 몸이 약한 상태여서 개껌으로 치석을 치료했다. 송곳니도 다 부러져 있었기에 일반 사료는 먹일 수가 없었다. 우유나 과일, 고구마 같은 것들과 가끔 훈제 오리고기를 줬다. 일반 사료를 먹는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렸다.

 

 

 

 

내가 데려왔을 당시에도 8세라는 적지않은 나이었던 봄이는 집에 온지 1년 만에 백내장이 생겼다. 왼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학대의 흔적인지, 떠돌이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목디스크가 있어 잘 걷지도, 뛰지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6년을 함께 하면서도 봄이와 특별한 추억은 없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기억은  설날에 봄이가 혈변을 봐 화들짝 놀란 내가 동물병원에 데려갔던 일이다. 평소 건강이 안좋았던 봄이가 걱정돼서 수의사를 붙잡고 사정해서 진찰을 받았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고, 오히려 혈변에 균이 하나도 없이 깨끗하다며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말을 들었다.

 

 

 

놀란 마음이 진정되면서 전보다 몸상태가 훨씬 좋아진 봄이를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던 봄이가 건강을 찾아가는 모습은 내게 큰 기쁨이었다.  봄이와 함께하는 6년동안 나는 지금 당장 힘들고 어려워도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사람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다시 버림받는 데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봄이는 사람이 집에서 나가면 목이 쉴 때까지 짖었다. 집에 데려온지 6년이 되는 해, 서서히 양쪽 눈 모두 보이지 않았다. 심장판박비대증를 진단받고 기운없이 누워 있다가 지난해 겨울, 결국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인턴에디터 송문선 azurebea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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